눈의 망막에 쌓이는 물질 ‘드루젠’을 아십니까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건강검진 항목 중에 안저(안구 뒷부분) 검사를 받다 보면 종종 ‘드루젠’ 소견과 함께 안과 진료가 권고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드루젠이란 용어도 생소할뿐더러 임상적으로 지니는 의미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드루젠은 노화에 따라 눈의 망막 조직에 쌓이는 작은 황색 침착물이다. 망막은 눈 뒤쪽에 위치해 빛을 감지하고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조직인데, 나이가 들면서 망막색소상피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드루젠이 생길 수 있다. 드루젠의 발생 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노화에 따른 망막색소상피세포의 기능 저하와 면역 반응 활성화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망막색소상피세포는 광수용체의 대사 부산물을 제거하고 항산화 역할을 하는데, 노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기능이 저하돼 드루젠이 축적된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또한 보체(병원체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 작용과 세균 파괴 기능을 보충시키는 물질) 및 염증 반응 활성화, 산화 스트레스 증가 등도 드루젠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루젠에 대한 역학 연구는 주로 유병률과 위험인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 비버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43~86세 인구의 약 95% 이상에서 드루젠이 관찰되었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드루젠은 크기에 따라 작은(63㎛ 이하), 중간(64~124㎛) 그리고 큰(125㎛ 이상) 드루젠으로 나뉜다. 또 경계면 명확성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경계가 또렷하고 크기가 작은 경성 드루젠이 있고 경계가 불분명하고 크기가 큰 연성 드루젠도 있다.

드루젠 자체는 질병이 아니지만 다수의 연성 드루젠이 관찰되는 경우 맥락막 신생혈관(황반변성)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으로 진행될 위험성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서구에서 노인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황반변성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건성(비삼출성) 황반변성은 망막에 드루젠이나 망막색소상피 위축 같은 병변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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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치료법 없어 조기 진단이 중요

황반에 있는 시세포가 위축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시력이 차차 떨어지며, 습성 형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 경과 관찰을 해야 한다. 습성(삼출성) 황반변성의 경우는 망막 밑에 맥락막 신생혈관이 자라 출혈이나 삼출(혈액 성분이 혈관 밖으로 스며 나오는 것) 등에 의해 심한 시력 손상이 발생하거나 발병 후 심한 출혈 등으로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이 형태는 몇 주일 내에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드루젠이 발견되면 주기적인 안저 검사와 빛 간섭 단층촬영(OCT)을 통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시력 저하나 변시증(사물이 변형돼 보이는 상태)이 나타나면 즉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드루젠 치료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1~2년에 한 번씩 안과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밀 안저 검사(산동 검사)에서 이 질환이 의심되면 형광안저조영술 등을 비롯한 몇 가지 검사를 추가로 시행해 나이 관련 황반변성을 진단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 질환의 예후는 불량한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되는 중이다. 다행히 드루젠이 반드시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역학 연구에 따르면 연성 드루젠이 발견된 경우라도 5년 내 나이 관련 황반변성으로 진행하는 비율은 15% 정도며, 양쪽 눈이 실명에 이르는 경우는 더 드물다. 그러나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만큼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위험인자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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