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압은 정상인데 뇌는 망가져 가는 ‘정상 뇌압 수두증’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고령자에게서 설명되지 않는 보행 장애나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되면 정상 뇌압 수두증을 의심해야 한다. 정상 뇌압 수두증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는데 3대 증상인 보행 장애, 기억력 장애, 요실금이 나타난다. 보행장애가 가장 특징적인 초기 증상이다.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불안정해지며 마치 바닥에 풀로 붙어있는 것처럼 걷는다. 이를 ‘자석 걸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지기능 저하는 주의력 및 집중력 저하나 반응 속도 감소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며 초기에는 가벼운 건망증 정도로 시작된다. 요실금은 방광 조절 능력 저하로 인해 발생하며 초기에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다가 점차 악화된다. 처음에는 이 중 일부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정상 뇌압 수두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뇌척수액 순환 장애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뇌는 뇌척수액 안에 담겨있다. 뇌척수액은 생성된 후 뇌 주변을 순환하고 다시 흡수된다. 그런데 노화에 따라 뇌실질이 쪼그라들고 뇌혈관 경직도가 상승해 뇌척수액 흡수가 잘 안되면 뇌척수액이 서서히 축적되어 뇌실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뇌에 만성적인 손상과 대사 장애가 발생하고 신경세포의 기능이 떨어진다. 또한 뇌실 확장으로 인한 뇌실질 압박은 대뇌피질의 혈액 흐름 저하를 유발해 인지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장애가 나타났음에도 정상 뇌압 수두증은 뇌압이 정상 범위로 유지되는 독특한 병태생리를 보인다. 

ⓒ시사저널 사진 자료

위험요소는 고령·고혈압·당뇨병

정상 뇌압 수두증의 주요 위험요소로는 고령·고혈압·당뇨병·뇌혈관질환 등이 있다. 특히 고령은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다. 정상 뇌압 수두증 환자의 평균 발병 연령은 70대 초반이고 특히 70세 이상 노인 100명 중 2명꼴로 발생한다.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수막염 등의 병력도 정상 뇌압 수두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위험요소들은 뇌혈관 경직도 증가, 뇌척수액 흡수 저하, 뇌실질 손상 등을 유발한다. 

정상 뇌압 수두증 진단은 임상 증상, 뇌 영상 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을 종합해 이루어진다. 뇌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뇌실 확장이 관찰되면 의심할 수 있으며, 요추천차검사(탭테스트)를 통해 진단을 확인한다. 이는 20~50mL의 뇌척수액을 빼낸 후 증상 호전 여부를 평가하는 검사다. 진단하는 데 중요한 검사지만 가짜 음성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임상 증상과 영상 소견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 등이 있다.

정상 뇌압 수두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뇌실-복강 션트’ 수술이다. 이는 뇌실 내 축적된 뇌척수액을 복강으로 배출해 뇌실의 확장을 완화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이 수술 후 60~80%의 환자에게서 증상 호전이 관찰된다. 특히 보행 장애의 호전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술 시기 결정이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증상 발생 후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수술 후에는 기능을 평가하고 합병증 발생 여부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 뇌실-복강 션트 수술 후 증상 호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의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수술 직후 일시적인 증상 호전이 나타날 수 있으나 지속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 뇌압 수두증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낙상 위험이 크므로 적절한 보행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주변 환경을 안전하게 정리해야 한다. 수술 후에는 상처 관리와 감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일상생활을 점진적으로 재개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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