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혀 위치’를 아십니까?

  03 06월 2024

혀는 근육 덩어리다.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이 퇴화하듯이 혀도 퇴화한다. 혀 움직임이 둔해지면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발음도 부정확해진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혀 운동(혀 체조)이다. 혀 근육도 단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 유행이다. 한 치과대 교수가 개발한 혀 체조는 TV 방송으로 알려졌고 유튜브 등으로 널리 퍼졌다.

혀 체조에는 몇 가지 동작이 있다. 예를 들면 혀를 잇몸 바깥면을 문지르면서 한 바퀴 돌리는 동작이다. 시계 방향으로 10회 그리고 반시계 방향으로 10회씩 하루에 3차례를 한다. 또 혀를 입천장과 앞니 사이에 대고 10초간 강하게 누르는 동작이다. 이 동작이 익숙해지면 혀 뒷부분으로 입천장 중앙을 누르는 동작을 추가한다. 혀를 앞으로 쭉 내미는 동작은 삼킴 기능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고개를 살짝 들어 위를 보는 상태로 아래턱을 내밀면서 혀를 앞으로 최대한 빼는 동작이다. 

혀를 내밀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연합뉴스

뮤잉 운동만으로 턱선 예뻐지지 않아 

혀 체조는 국내에도 소개됐고 각종 기구까지 등장했다. 혀 근육을 강화한다는 기구나 물고 있기만 해도 치아가 교정된다는 제품 등이다. 이들 상품은 턱선을 예쁘게 만든다며 미용 목적으로 둔갑해 시중에 판매되기도 한다. 이들 제품 대부분은 약 70년 전에 등장한 뮤잉 운동(Mewing Exercise)을 홍보에 활용한다. 뮤잉 운동은 1950년대 활동한 영국의 치과 의사 존 뮤 박사가 개발한 혀 운동이다. 혀를 들어 올려 혀끝을 앞니 뒤쪽에 대고 혀 몸통을 입천장에 붙이는 동작이다. 일본의 혀 체조와 유사하다. 뮤 박사는 수술이나 교정 치료 없이 무턱, 주걱턱, 치아 부정교합 등 턱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혀 운동이 국내에서 고령자와 젊은 층 여성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일부 유튜브나 블로그에서는 고령자일수록 근력이 약해지는데 혀가 입안 아래로 처지면 음식 먹기와 말하기에 장애가 생기므로 혀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혀 운동으로 얼굴과 턱선이 예뻐진다고 해서 20·30대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대표적인 혀 운동인 뮤잉 운동의 효과가 입증됐다면 의사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정작 치과 의사는 잘 모른다. 한 대학 치과병원 치주과 전문의는 “뮤잉 운동을 배운 적이 없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일부 한의원 등에서 홍보성으로 그런 운동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뮤잉 운동을 아는 의사들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친다. 혀를 움직이는 근육은 턱 골격과 무관한 근육이기 때문이다. 즉 혀 근육을 단련한다고 해서 얼굴형이나 턱선이 예뻐지는 등 턱 골격이 변하지 않는다.

홍현기 연세닥터홍치과교정과 원장은 “열심히 뮤잉 운동을 하면 혀와 목구멍이 튼튼해질지는 모르나 외모의 변화를 불러온다는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혀 운동을 하다 보면 억지로 얼굴 근육에 힘을 주게 되므로 얼굴형이나 턱선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근육 사용은 얼굴 근육에 무리를 주므로 턱관절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뮤잉 운동으로 턱관절에 통증이 생겼다는 등의 부작용도 온라인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외국 의사들이 혀 체조나 혀 운동을 개발한 배경에는 혀의 위치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 혀의 위치는 얼굴 성장, 턱 정렬, 치아 문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 혀 체조나 뮤잉 운동의 기본은 혀의 위치다. 혀를 입천장에 대라고 하는 것은 혀가 아래로 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모든 혀 운동의 핵심은 혀의 위치에 있어

일반인은 혀를 입천장에 대는 것이 특별한 혀 운동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사실 혀를 입천장에 붙이는 동작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본래 혀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혀를 그 위치에 유지한다. 이를 치과교정학에서는 중립 위치(neutral position) 또는 편한 위치(resting position)라고 한다. 

혀가 중립 위치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호흡과 관련이 깊다. 호흡은 숨을 코로 쉬는 ‘코 호흡’과 입으로 쉬는 ‘입 호흡’이 있다. 혀가 중립 위치에 있으면 입이 다물어지고 코 호흡이 편하다. 바깥 공기는 코에서 적당히 데워지고 습도도 높아진 후 폐로 들어간다. 또 코 내부에는 코털과 점막이 있어 공기와 함께 들어오는 세균·바이러스·곰팡이·먼지가 걸러진다. 그래서 코 호흡은 호흡기 질환(감기나 천식 등)과 비염, 알레르기 등을 예방한다. 입을 다물고 있어 구강 위생에도 좋다. 대다수는 코 호흡을 하므로 혀가 중립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혀가 입안 아래쪽에 있을수록 입 호흡을 한다. 입은 코와 같은 필터 기능을 못 하므로 세균·바이러스·곰팡이를 걸러내지 못한다. 감기나 독감 등 감염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먼지와 꽃가루 등 알레르기 원인 물질도 흡인돼 피부염·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킨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위험도 커진다. 수면 무호흡으로 혈압이 상승하면서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입 호흡은 코 호흡보다 흡수하는 산소량이 적어 뇌로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혀가 입천장을 받치지 못하므로 입천장이 쪼그라들고 혀가 앞으로 튀어나와 앞니가 벌어지거나 얼굴이 길어지기도 한다. 구강이 건조해져 입냄새가 나고 항균 작용을 하는 타액 분비량이 적어 충치와 치주질환에도 취약해진다. 치아 부정교합이 생길 수도 있다. 

홍현기 원장은 “혀가 중립 위치에 있으면 코로 숨 쉬기 등 모든 면에서 편하다. 대다수는 혀가 중립 위치에 있으므로 굳이 혀를 입천장에 대려는 운동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혀가 아래에 위치하면 구조적으로 입천장이 좁아지고 얼굴은 길어지며 입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아데노이드 얼굴(adenoid face)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코로 호흡하기보다 입으로 숨을 쉬므로 혀 위치를 바로잡는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성장하는 어린이에게 혀 위치는 중요하다. 성장하는 아이의 혀가 아래쪽에 위치하고 입 호흡을 하는 경우 얼굴이 길어지고 개방교합(앞니가 맞물리지 않음)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혀와 주변 근육까지 단련하는 구인두 운동

혀의 위치를 강조한 혀 체조든 뮤인 운동이든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구강근기능요법(MFT)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구강근기능요법은 혀뿐만 아니라 주변 근육까지 단련해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혀뿐만 아니라 입술과 뺨 등 주변 근육을 함께 단련해야 하는데, 이른바 구인두 운동이 대표적이다.

구인두는 구강과 식도 사이의 기관으로, 그 아래에서 기도와 식도로 갈라진다. 구인두가 좁아지거나 혀가 뒤로 넘어가 기도를 막으면 잠을 자는 동안 코를 골거나 호흡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 혀와 구인두 근육을 발달시키면 이런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또 혀와 인두의 힘과 조절 능력이 향상돼 삼킴 기능이 개선되므로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는 위험도 줄어든다. 무엇보다 입 호흡을 코 호흡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이정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뮤잉 운동을 맹신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도 있고 현재까지의 연구는 비교적 소규모 집단으로 진행됐으며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자료도 부족하다. 그런데 여러 연구를 통해 구인두 운동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증상을 줄이고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입을 앞으로 쭉 내미는 등의 이 운동을 하면 혀 근육이 강화돼 삼킴 기능과 발음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노인에게도 유익하다. 상기도가 개방되고 구강 구조가 안정되므로 입 대신 코로 호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인두 운동은 성장기에 실천하면 더 효과적이다. 특히 혀가 입안 아래로 처져 입을 벌리고 숨을 쉬는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입천장이 좁아지거나 얼굴이 길어지거나 앞니가 맞물리지 않는 개방 교합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아이우베 체조’라는 이름으로 구인두 운동을 시킨다. 

이 운동은 먼저 ‘아~’ 하고 목젖이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린다. 그다음은 ‘이~’ 하고 입을 옆으로 길게 벌린다. 앞니가 보이고 뺨의 근육이 양쪽 귀 앞에 모이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한다. 목에 근육이 불거져 나올 정도로 하면 더욱 좋다. 이어 ‘우~’ 하고 입을 가능한 한 쭉 내민다. ‘베~’ 하고 혀를 아래턱까지 길게 뺀다. 이 동작을 한 번에 10회씩 하루 3번 할 것을 권장한다. 이정준 교수는 “구강과 구인두 상태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구인두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운동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그리고 효과가 있을지를 한 번쯤은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혀 화상에는 찬물 대신 소금물

혀는 여러 가지 질환의 외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이 화상이다. 뜨거운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할 때 혀가 화상을 입는다. 그러면 통증이나 염증이 생기며 식사나 말하기에 지장을 받는다. 대체로 혀 화상을 방치하는데 입안에 증식한 세균이 상처를 통해 침투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혀에 염증이 생겨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생기는 것은 대부분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이므로 가까운 병원을 찾아 항생제나 통증 완화 치료를 받는 게 좋다.

혀 화상은 대부분 경미하므로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혀 화상을 입었을 때 혀를 식히기 위해 얼음물 등으로 응급조치를 하는데 이는 불필요한 행동이다. 오히려 혈관이 수축해 상처 부위에 혈액 공급이 잘되지 않아 회복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 미지근한 소금물로 입안을 헹구는 편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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