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4번째 ‘집단휴진’ 현실화?…의사 5만2000명 “참여하겠다”

  10 06월 2024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투쟁선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전면 휴진하고 총궐기대회를 연다.

의협은 9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대 교수와 봉직의, 개원의 등이 참여하는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지난 4~7일 실시한 집단휴진 찬반 투표 결과 대정부 투쟁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4~7일 진행된 의협의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 총 유권자 11만1861명 중 7만800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이들 중 5만2015명(73.5%)이 ‘6월 중 계획된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정부의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저지하기 위한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90.6%가 찬성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그동안 투쟁에 대해서 참여 의사를 물은 것 중 가장 압도적인 결과”라며 “의협을 중심으로 행동하면서 이제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 김택우 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전면 휴진에 총궐기대회 개최할 것”

의협은 투표 결과를 토대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투쟁 선포문에서 “6월18일 전면 휴진을 통해 전국 의사 14만 회원은 물론, 의대생과 학부모 등 전 국민이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겠다”며 “총궐기대회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강력한 투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아울러 “정부의 무책임한 의료농단, 교육농단에 맞서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내기 위해 우리 모두 분연히 일어날 것”이라며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총력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이 집단휴진에 돌입한다면 역대 4번째 집단행동이 될 전망이다. 앞서 의협은 2000년(의약분업), 2014년(원격진료), 2020년(의대증원)에 집단휴진을 강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의협의 중심인 개원의의 실제 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2020년 집단 휴진 당시 개원의의 휴진 참여율은 10%에 못 미친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엔 의대교수 단체들이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오는 17일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무기한 전체 휴진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의협이 서울의대 비대위가 예고한 휴진일(17일) 다음날인 18일을 집단휴진일로 정한 것으로 봤을 때 집단행동의 연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아울러 전국의대교수비대위(전의비)도 지난 7일 “의협,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뜻을 함께한다. 의협의 집단행동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밝힌 상태라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과 의료개혁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깊은 유감…불법 집단행동엔 법에 따라 대처”

정부는 의협과 의대교수들의 집단행동 예고에 “불법”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부 의료계 인사들과 의사단체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추가적 불법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러한 행동은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상흔을 남길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파업과 전체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의료계를 설득하고, 의료공백 최소화에 모든 전력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개원의들의 집단휴진이 현실화할 경우 법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은 “집단행동은 바람직스럽지도 않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이라며 “개원의들의 불법적 집단행동이 있으면 정부는 의료법 등에 따라 여러 필요한 조치를 해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업무개시명령이다. 앞서 2020년 의대증원 추진 당시 의협이 집단휴진을 추진하자 정부는 지역 내 진료기관 휴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진료개시명령’을 발동하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냈다.

개원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개정된 의료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어 최악의 경우 면허 박탈도 가능하다.

이밖에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업무방해죄) 등으로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 추진에 반발한 의협 차원의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졌을 때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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