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어쩌나”…‘집단휴진’ 선포에 절망하는 시민들

  12 06월 2024

6월11일 서울 성북구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엄마 마음이 어떤 줄 아세요? 혼비백산이에요. 손발이 덜덜 떨린다고요. 애가 아픈데 갈 병원도 못 찾으면…”.

11일 서울 성북구 소아청소년 전문병원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40)씨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대적인 휴진 소식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4살 딸을 둔 김씨는 “어린아이들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보호자가 알 방법이 없다”면서 “소아과에 가서 제대로 된 검진을 받아야 치료가 가능한데 휴진이라니 무슨 날벼락인가”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협이 최후의 수단으로 18일 ‘전면 휴진’을 선언하자 환자와 보호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 무기한 휴진을 결의한 데 이어 의협 소속 개원의들까지 집단행동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특히 소아 환자의 보호자들은 소아과 휴진으로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1세·4세 자녀의 통원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윤아무개(35)씨는 “혹시라도 아이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면 빨리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데 병원 문이 닫혀 있으면 어떡하느냐”라고 걱정했다.

윤씨는 어린이집에서 수족구병이 유행하고 있어 보호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엄마들끼리 이 시기엔 절대 아프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수족구병은 손, 발, 입안에 물집이 생기는 급성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지금과 같은 여름철, 개인위생이 취약하고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영유아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수족구병 의사 환자(감염확인 환자+의심 환자)는 1000명당 20주(5월13~19일) 기준 8.9명으로 15주(4월8~14일) 2.7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6월11일 서울 성북구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지역 주민들은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 명단을 만들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한 이용자는 “동네에 ‘파업의’로 소문나면 망하기 딱 좋다”면서 “휴진일에 어느 개원의가 참여하는지 지켜보려 한다. 이런 병원은 공유해서 장사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아픈 국민은 이제 해외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라며 “약을 처방받지 못해서 병세가 악화하기라도 하면 병원에 소송이라도 걸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의협 지도부는 휴진일을 앞두고 동료 의사들에게 집단행동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박용현 의협 부회장은 전날 “감옥은 내가 간다”며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말라”고 휴진 동참을 호소했다. 임현택 회장도 대회원 서신을 통해 “정부가 총칼을 들이밀어도 확고한 신념은 꺾을 수 없다”며 “결코 비겁한 의료 노예로 굴종하며 살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표출했다.

한편 정부는 의협의 주축인 개원의들에게 진료명령과 휴진신고 명령을 내렸다. 이에 각 시도는 관할 의료기관에 오는 18일, 정상 진료를 하라는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그럼에도 당일 휴진을 하려는 의료기관은 13일까지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

앞서 의협은 지난 9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 개최를 선언했다. 이날 회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휴진을 포함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73.5%(5만2015명)가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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