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중대장, 훈련병 ‘보호자’로 병원 동행했다…“면밀 수사해야”

  12 06월 2024

5월30일 오전 전남 나주의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이른바 ‘얼차려’(군기훈련)를 받다 쓰러져 지난 5월25일 사망한 훈련병의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군기훈련(얼차려) 도중 쓰러져 사망한 육군 훈련병의 사인이 '패혈성 쇼크에 따른 다발성장기부전'이라는 병원 기록이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신병교육대 의무실에 의무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가혹행위 수준의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이 병원 후송에 보호자 자격으로 동행하는 등 초동 대처에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릉아산병원에서 작성된 육군 12사단 훈련병의 사망진단서와 의무 기록 등을 공개했다. 사망 당시 병원 의료진이 작성한 기록에 적힌 직접 사인은 '패혈성 쇼크'였고,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직접 사인의 원인은 '열사병'으로 기재됐다. 

센터 측은 훈련병이 쓰러진 뒤 부대의 초동 대처와 후송 과정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건 축소 시도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대 내 의무실에 전산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점과 병원 후송에 중대장이 동행한 점, 의료진에게 얼차려 관련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소장은 "훈련병의 유가족이 지난 11일 군병원을 찾아 12사단 신병교육대 의무실 의무기록사본 발급을 신청했지만 (군에서) 어떠한 의무기록도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했다.

이어 "훈련병이 쓰러진 뒤 의무실부터 간 것이 사실이고 군의관이 응급조치를 진행한 것, 응급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해 긴급 후송한 것도 사실이라면 전산상 의무기록이 존재해야 한다"며 "기록이 없다는 건 명백히 관계 법령을 위반한 행위다. 수사를 통해 사건 초기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27일 강원 인제군의 한 부대 위병소에 군사경찰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해당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 연합뉴스

이와 함께 숨진 훈련병에게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이 병원 후송 당시 차량 조수석에 앉는 선임탑승자로 동행한 점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가혹행위 가해자가 환자 이송에 동행해 의료진을 만날 경우 의료기관에 사건 전후 상황을 축소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숨진 훈련병이 처음 이송됐던 속초의료원 간호기록지에는 얼차려를 받다가 쓰러졌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과 병원에 따르면, 숨진 훈련병은 5월23일 오후 5시20분쯤 군기훈련을 받던 중 쓰러져 신병교육대 의무실로 옮겨졌다. 군의관 지시로 수액을 맞던 훈련병은 오후 6시50분이 돼서야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후송 당시 훈련병은 기면(잠에 빠져드는 증상) 상태였다고 한다. 잠시 의식을 되찾은 훈련병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몸 상태에 대해 언급한 뒤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센터가 공개한 속초의료원 간호기록지에는 '군대에서 뛰던 중 쓰러지면서 환자 확인 후 열 40도 이상이어서 군 구급차를 타고 내원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후 전원한 강릉아산병원 입원 기록에는 '부대 진술상 4시반쯤부터 야외 활동 50분가량 했다고 진술. 완전군장 중이었다고 함'이라고 기록됐다. 

완전군장 상태로 구보와 선착순 달리기 등을 했다는 내용은 빠진 채 일상적인 훈련 도중 쓰러진 것처럼 기술된 것으로, 중대장이 의료진에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게 센터 측 입장이다.

임 소장은 "얼마든지 상황을 축소해서 보고할 수 있는 사람을 환자 보호자 역할을 수행할 선탑자로 보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초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12사단 신교대 군의관 및 간부, 속초의료원 의사에게 진술한 사람이 중대장인지, 맞다면 중대장이 완전군장 하에 50분 동안 달리기·팔굽혀펴기·구보 등 가혹한 얼차려를 강제했다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술했는지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정식 입건하고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의 구체적인 출석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목격자 등 관련자 조사 및 증거 등을 확보했고,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20일이 지난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 이후 직무배제 된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각각 고향집과 부대 숙소에 머무르며 경찰 수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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