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밝힌 ‘밀양 집단 성폭력’ 피해자 “미친 사람처럼 울기도…반짝 관심 아니길”

  13 06월 2024

13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삶에서, 피해자의 눈으로,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가해자들의 신상정보가 잇따라 공개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재공론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경진 한국성폭력상담소(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13일 서울 마포구 사옥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자매의 서면을 대독했다.

피해자는 서면에서 최근 사건 재공론화를 통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 줄은 몰랐다”면서 “저희를 잊지 않고 많은 시민들이 자기 일같이 화내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현재 심경과 관련해선 “가끔 죽고 싶을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지만 이겨내보도록 하겠다”면서 “힘내라는 댓글과 응원에 조금은 힘이 났다. 혼자가 아니란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이 잠깐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잠깐 반짝하고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경찰과 검찰에게 2차 가해를 겪는 또 다른 피해자가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혜정 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와 협의 협의·소통 없이, 마치 소통한 것처럼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올라가면서 피해자가 괴로워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피해자에 대한 비난으로 갈 것인지, 피해자와 연대하는 장이 마련되는 과정으로 가는 것인지 긴장하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미경 성폭력상담소 이사 또한 “현재 피해자는 주거환경도, 사회적 네트워크도, 심리·육체적 건강도 불안정한 상황”이라면서 “정식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 및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동의 없는 사건 정보의 일방적 확산엔 우려를 표했다. 김 소장은 “동의 없이 피해자 정보를 일방적으로 퍼뜨리고 피해자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과 방식으로 재현하는 문제는 2004년 방송사와 경찰의 문제에서, 올해 유튜버의 문제로 바뀌며 반복되고 있다”면서 “성폭력 피해자가 일상에서 평온할 권리는 국민의 알권리에 우선하는 생존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가해자에 대한 응징이나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단단한 지원이 더 연구되고 논의되길 바란다”면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이 늘어나고 피해자의 일상회복이 단단해져 피해자의 목소리가 힘 있게 울릴 때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역시 정의로운 방법과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오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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