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 529명 병원 떠난다…‘구상권 청구’ 칼 빼드나

  17 06월 2024

8월1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 게시판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했다. 소속 교수의 절반 이상이 휴진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들은 전공의 사태 해결 전까지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을 시작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주요 대학병원 등의 '줄휴진'이 예고된 만큼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가 확산할 전망이다. 의협 요구안을 거부한 정부는 '구상권 청구' 카드 등으로 압박에 나섰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529명이 이날부터 전면 휴진에 참여한다.

비대위가 20개 임상과를 대상으로 휴진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 규모는 전체 967명의 54.7%에 달한다. 이로 인해 수술장 가동률은 기존 62.7%에서 33.5%로 하락할 전망이다. 

휴진 지지 의사를 밝힌 교수는 휴진 참여 교수 529명을 포함해 전체 진료 참여 교수의 90.3%인 873명이다. 상황에 따라 휴진 참여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강희경 서울대의대 비대위원장은 전날 서울대병원 교수와 서울대병원장에 메시지를 보내 "이번 전면 휴진은 정책결정자들을 향한 외침이지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목적은 아니다"며 "교수들의 판단에 따라 환자의 진료 일정을 조절한 경우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휴진 기간에도 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자 진료는 차질 없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비대위 측은 "진료를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의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날 오전 서울대의대에서 무기한 휴진의 시작을 알리는 집회를 열고, 오후 1시에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 6월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과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이날 인 위원장은 임 회장과 정부 의료개혁 추진 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연합뉴스

정부, 의협 3대 요구안 거부…"병원 손실 구상권 청구 검토"

의협 소속 개원의와 '빅5'를 비롯한 대형병원, 의대교수 단체 등도 오는 18일 집단 휴진에 나선다.

의협은 전날 ▲ 의대 증원 재논의 ▲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 ▲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처분 취소 및 사법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 대정부 요구안을 공개하며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집단 휴진을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3대 요구안 수용 불가 방침을 분명히했다. 보건복지부는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대 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의협 측은 "정부는 스스로 일으킨 의료사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전혀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계획대로 휴진과 궐기대회를 진행한다"고 경고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을 신호탄으로 의료계 집단행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교수들의 진료 거부 장기화로 병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이다. 

의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각 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고, 진료 거부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도록 했다"며 "병원에서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중대본은 골든타임 진료를 위해 이날부터 '중증 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를 실시할 방침이다. 급성대동맥증후군과 소아 급성복부질환, 산과 응급질환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광역별로 매일 최소 1개 이상의 당직 기관을 편성하고, 야간과 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환자는 '(국번 없이) 129'에 피해사례를 신고할 수 있고, 신고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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