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발짝 앞 경례”…한동훈, 교정공무원 ‘갑질 규정’ 폐지

  21 10월 2023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년 넘게 운영돼 온 교정공무원 예절 규정을 폐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교정공무원 예절 규정 폐지 훈령’을 발령하고 해당 규정을 폐지했다.

교정공무원 예절 규정(법무부 훈령 제1372호)은 지난 1985년 제정됐다. 교정직 공무원이 지켜야 할 예절을 상황별로 명시한 규정으로, 총칙, 기본예절, 경례 등으로 구분된 3개 장 17개 조로 이뤄졌다. 부하 직원이 상사를 부를 때는 반드시 ‘님’자를 붙이고, 상사를 수행할 때는 상사의 왼쪽 또는 한 발짝 뒤에서 뒤따르도록 했다.

예절 규정에 따르면, 지휘·감독 업무를 맡은 상급자가 근무지에 방문했을 때는 소장, 부소장, 총무과장이, 환송할 때는 과장 이상 간부가 차례로 서서 그 좌측에서 경례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경례는 여섯 발짝 앞에서 지휘자의 구령에 따라 해야 하며, 상급자가 방문을 마치고 떠날 때는 상급자가 탑승한 차량의 후미가 대열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경례해야 한다.

악수를 하는 경우에는 상사가 먼저 요청할 때만, 상사의 한 발짝 앞에서 차렷 자세로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하도록 규정했다.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고, 눈을 자연스럽게 마주 보고 절도 있는 목소리로 직위와 성명을 말해야 한다.

법무부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상호존중 분위기 조성이라는 제정 취지와 다르게, ‘갑질의 정당화 논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폐지 이유를 밝혔다. 또 “예절은 자율성에 기반해야 하지만 존경을 강제해 경직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있다”며 “현 사회 및 세대 특성 등 변화된 조직환경 요구를 반영하기에도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규정이 38년 만에 폐지된 배경에는 한 장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에 교정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강조하던 한 장관이 규정의 내용을 알게 된 뒤 즉각 폐지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법리적 폐지 이유만을 명시하는 훈령에 ‘갑질의 정당화’나 ‘존경의 강제’와 같은 이례적인 표현이 쓰인 것도 한 장관의 지시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한 장관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면서 불필요한 의전을 폐지해왔다. 취임 직후에는 본인을 포함해 장·차관 등 간부를 지칭할 때 ‘님’자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고, 직원들이 관용차량의 문을 여닫는 의전도 중단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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