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책방] ⑨코로나에도 버틴 시골서점…강화도 책방시점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28 10월 2023

강화도 책방시점 전경

[촬영 최은지]

[※편집자 주 = 동네책방은 책을 유통하고 공급하는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누구나 푸근하게 머물며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정서적 안식처 역할도 합니다. 연합뉴스는 300만 시민이 살아가는 인천이라는 삶의 공간에서 정겨운 문화활동 주체로서 명맥을 이어가는 동네서점과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10편으로 구성된 이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도심에서도 찾기 힘든 책방이 읍도 아닌 면에 생겼다.

2019년 봄 인천 강화도 길상면 소담마을에 문을 연 '책방시점'이다.

강화도 길목인 초지대교에서 차로 10분 넘게 달려야 나오는 이곳은 길상면의 유일무이한 책방이다.

언뜻 보면 2층짜리 단독주택으로 착각할 만큼 소담한 외관이지만 1천700권 넘는 책과 북스테이 공간까지 갖췄다.

아는 사람만 온다는 이 책방엔 일주일에 많게는 100여명의 손님이 찾는다. 그렇게 5년째 성업 중이다.

◇ 10년차 직장인이 책방지기로…셋이 집 짓다

강화도 책방시점 책방지기 안병일씨

[촬영 최은지]

책방시점을 지키는 책방지기 안병일(39·남)씨는 강원도 토박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가 책방을 낸 것도, 하필 책방이 강화도인 것도 치열한 고민과 우연의 산물이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안씨는 2010년부터 강원도 일간지에서 5년간 사회부·편집부 기자 생활을 하다 서울에 본사를 둔 협동조합으로 직장을 옮겨 4년을 또 일했다. 그 사이 아내의 고향인 인천으로 이사도 했다.

그러나 일을 하면 할수록 '앞으로 이 일을 계속했을 때 미래가 행복할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스스로 원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힘들고 불행했다.

안씨는 "10년 가까이 조직에 속해 일하다 보니까 '난 일을 싫어하는 사람인가. 그냥 베짱이 팔자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이 치열한 사회에서 난 도태되는 사람일까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는 혼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럼 다음엔 그런 형태의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책방지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부터 지금의 아내인 '부추'(가명), 부추의 대학 여후배인 '우엉'(가명)과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매주 게스트 1명씩을 섭외해 고민을 나누는 일종의 '자아 성찰' 방송이자 책방 개업 의지를 다지는 자리기도 했다.

이들 셋은 평소 아지트로 삼던 강화도 책방 '국자와 주걱' 사장님의 추천으로 길상면 땅을 매입하기로 했다.

전세 자금에 대출을 끌어모아 땅을 샀고, 145㎡ 남짓한 이층집 겸 책방을 지었다. 인테리어까지 해서 모두 3억 중반대의 돈이 들었다. 그 험난했던 과정을 담은 책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도 출판했다.

지금은 안씨가 책방지기를 맡아 책방을 오롯이 관리한다. 교사인 부추와 우엉도 강화도로 전근해 책방 2층에서 셋이 함께 살고 있다.

◇ '새로운 시작' 꿈꾸는 책방…북 스테이로 특색

책방시점의 모토

[촬영 최은지]

책방 이름은 고심 끝에 다양한 뜻이 담긴 '시점'으로 정했다.

새로운 시작,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시간의 한순간. 손님들에게 지금 이 시점의 소중함을 전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 뜻대로 조용히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탐험을 즐길 수 있는 북 스테이 공간도 마련됐다.

이곳 2층 침대 방과 큰방, 다락방에선 하루 최대 5명까지 묵을 수 있다.

종일 혼자 뒹굴뒹굴하며 책방에 마련된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독서 관련 워크숍이나 연수도 할 수도 있다.

그 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는 오히려 책방 대목이었다.

코로나19 때 책방에서 혼자 15일 동안 머문 손님도, 이 공간이 좋다며 계절마다 한 번씩 12번이나 책방을 찾은 손님도 있었다.

한 달에 평균 40개 팀이 북 스테이 공간을 찾아주는 덕에 평일과 주말 예약률은 늘 70% 이상이다.

안씨는 "책방까지 오는 길이 어렵지만 어쨌든 오면 길게 머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많이들 찾아주시는 것 같다"며 "손님이 북 스테이를 하든 종일 책방에서 놀다 가든 편하게 쉬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책방시점에서는 주로 삶의 전환이나 변화를 고민하는 내용의 책을 많이 다룬다. 책방 모토인 '질문할 용기, 발견의 기쁨, 관점의 전환'에 걸맞은 책들이다. 한 달에 보통 300∼400권의 책이 팔리면 일주일에 2차례 책 100여권을 새로 들여온다.

안씨는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재미있는지 없는지,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지 작은 질문을 던지는 책을 사랑한다"며 "이 먼 곳까지 일부러 발품 팔아 올 정도면 저보다 안목 있는 독자일 것이기에 알아서 원하는 책을 찾을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 로컬 책방으로 크다…다른 서점·주민들과 연결

책방시점 북스테이 공간

[책방시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씨는 책방을 열기 전 독자였을 때부터 지역 특색을 띤 '로컬 책방'을 좋아했다.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그 동네의 책방 유무일 정도였다. 그동안 안씨가 방문한 로컬 책방만 200곳이 넘는다.

책방시점 역시 강화도에 자리한 만큼 이곳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와 작가들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꿈꾸고 있다.

강화도에서 운영되는 그림책 출판사들의 책들을 소개하거나, 지역 작가들이 집필 책을 들여와 판매하는 일이다.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유명한 김중미 작가 등도 현재 강화도로 터전을 옮겨 책을 쓰고 있다.

책방시점은 강화도에 있는 다른 서점이나 주민들과의 연결 고리 찾기에도 열심이다.

지난 14일에는 강화도에 자리 잡은 책방 8곳과 처음으로 공동 마켓을 열었다. 물론 책도 판매했지만 지역의 출판 생태계를 하나로 연결 짓는 의미가 컸다.

동네 주민들과는 2019·2020·2023년 3년간 각각 7개월짜리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며 긴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길상면 최초이자 유일한 책방으로써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외지 손님보다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안씨는 "아무래도 책방이 강화도에 있다 보니 동네 분들의 지분이나 몫이 크다"며 "유명하고 인기 있는 작가를 모시고 북 토크 행사를 하는 것보다 주민들과 길게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책방으로 떼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며 "하루에 책을 딱 3권 팔면 적어도 한 권씩은 더 들여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책방이기에 앞으로도 행복하게 이곳을 운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책방시점 내부 모습

[촬영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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