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책방] ⑩'마음 쉬는 시간'…그림책 전문서점 마쉬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04 11월 2023

그림책 전문서점 '마쉬' 전경

[촬영 임순석]

[※편집자 주 = 동네책방은 책을 유통하고 공급하는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누구나 푸근하게 머물며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정서적 안식처 역할도 합니다. 연합뉴스는 300만 시민이 살아가는 인천이라는 삶의 공간에서 정겨운 문화활동 주체로서 명맥을 이어가는 동네서점과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10편으로 구성된 이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인천 동구 배다리 책방 거리에는 고풍스러운 멋이 묻어나는 아담한 한옥에 자리 잡은 책방이 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알록달록한 그림책 3천300여권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은 삶에 지치거나 크고 작은 아픔을 겪은 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 쉼을 충전하는 공간이다.

마쉬 내부 모습

[촬영 임순석]

◇ 패스트푸드점 점장에서 그림책 테라피스트로

그림책 전문서점 '마쉬'는 김미영(43)·지영(40) 자매가 2019년 11월 문을 열었다.

그림책 테라피스트인 김미영 대표는 버거와 치킨을 파는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 직원으로 17년간 근무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동생과 그림책 전문서점 운영에 나섰다.

김 대표는 "패스트푸드 회사를 10년 넘게 정말 열심히 다니면서 조직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지만, 날마다 월마다 숫자로 나타나는 성과에 매달리고 끊임없이 갈증을 느끼는 삶을 지속하는 게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쌍둥이를 낳고 육아휴직 기간 집에서 매일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그림책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후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돌봐주고 싶다는 생각에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자격증도 따게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던 김지영 대표도 언니의 뜻에 공감해 힘을 합쳐 책방을 꾸렸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이들 자매의 도전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책방과 운영 프로그램들이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마쉬 김미영 공동대표

[촬영 임순석]

◇ 마음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작은 공간

마쉬를 방문하면 다양한 그림책을 구매할 수 있고 김미영 대표가 추천하는 그림책 활용 테라피도 경험할 수 있다.

그림책 테라피란 그림책과 심리학을 연결한 것으로, 테라피스트가 그림책을 그날 주제에 맞게 선정해 읽어주고 참여자들이 그림과 글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질문을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서점에서는 동생 김지영 대표의 패턴 그리기 수업인 젠탱글과 타로 상담도 받아볼 수 있다.

책방 이름인 마쉬는 '마음 쉬는 시간'의 줄인 말이다.

김미영 대표는 "우리 책방에는 두 종류의 손님이 오시는데 그림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분과 그림책이 너무 좋아 전국 각지에서 멀리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른들도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림책에 적힌 글들은 시처럼 엄청난 양의 이야기가 압축된 은유적 표현들"이라며 "그림 역시 글과의 관계를 보면서 감상하면 보는 사람마다, 볼 때마다 다른 생각과 느낌을 받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권하는 그림책 보는 법은 누군가가 읽어주는 글을 귀로 들으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치유되는 힘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쉬 내부를 가득 채운 그림책들

[촬영 임순석]

◇ "누구나 그림책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세상"

김미영·지영 대표는 책방을 운영하는 것 외에도 초·중·고교와 대학, 기업, 단체들의 요청을 받아 한 달에 보름 이상 강연을 하고 있다.

김미영 대표는 그림책 테라피스트 활동에 대해 "한 가지 그림책에서 수십 개의 다른 질문과 답이 오가는 과정을 보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제 수업에서 소리 내 우는 어른들을 본다"면서 "그림책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는 경험을 한다"고 덧붙였다.

마쉬에서는 그림책을 매개로 독서모임, 작가와의 만남, 테라피, 젠탱글, 타로, 심리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매가 매번 회의를 통해 그림책 주제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정한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는 책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책을 가져와서 각자 책을 소개하는 시간도 갖는다.

김미영 대표는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아픔을 겪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그림책에서 얻으면 좋겠다"면서 "모두에게 그림책이 일상이 되고 가족 간에 서로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세상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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