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93세 홀로코스트 생존자 "인질 사진 보면 아우슈비츠 생각나"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09 11월 2023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세그레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인 릴리아노 세그레(93)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은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과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전쟁이 촉발된 데 대해 "무한한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아드크로노스 통신에 따르면 세그레 상원의원은 이날 밀라노의 유대인 공동체가 하마스의 기습 공격 한 달째를 맞아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 장소인 밀라노의 유대교 회당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게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내가 여기 온 것은 중요한 저녁 모임이라고 생각해서"라며 "다만 이 주제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내가 헛되게 살아온 것 같기 때문"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취재진이 세그레 상원의원에게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느냐고 묻자 그는 홀로코스트 만행의 상징적 장소인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그는 "인질들의 사진을 보면 1945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유대인 공동체로 돌아왔을 때가 생각난다"며 "그곳에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사람들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내게 기억나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고 설명했다.

행사가 열린 유대교 회당에는 인질들의 사진과 아이들을 위해 헌정된 테디베어 곰 인형이 있었다고 아드크로노스 통신은 전했다.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는 행사에 참석해 "'헛된 삶을 살았다'는 세그레 상원의원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며 "그는 우리 모두의 모범이었고, 우리는 그와 함께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세그레 상원의원은 13세이던 1944년 1월 아버지, 친조부모와 함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 뒤 이듬해 5월 나치의 몰락과 함께 수용소에서 풀려났다. 함께 수용됐던 그의 아버지와 조부모는 모두 그곳에서 학살됐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이탈리아 어린이 776명 가운데 살아남은 25명의 생존자 중 한 명인 그는 자신의 참혹한 경험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오다가 1990년대부터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이 직접 겪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적극적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인종차별법을 도입한 지 80년째인 2018년 세그레를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했다.

chang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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