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4월1일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했다. 건물 안에 있던 다수의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관계자가 목숨을 잃었고 특히 테헤란과 친이란 무장단체들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무함메드 레자 자헤디 준장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시리아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레바논 헤즈볼라의 공급망을 끊기 위해 여러 차레 군사작전을 펼쳐왔지만 이번 폭격은 이란의 주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는 만큼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아랍권 제1의 보도 채널 알자지라가 전했다.

4월6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왼쪽 사진) 정부에 반대하고 납치된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이스라엘 국민의 대규모 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Xinhua·REUTERS

이란 핵시설 노린 네타냐후의 의도된 공격

폭격 이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해 이란 지도부는 이스라엘을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등 수위 높은 발언들을 이어가며 이란이 직접 나서 복수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자 현재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인 야히야 라힘 사파비는 더 이상 “이스라엘의 해외 주재 대사관들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예방 조치로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전 세계 28개 대사관을 폐쇄했다.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 본토에 보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란이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특별한 반응을 안 하거나 간접적 보복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자체적으로나 혹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같은 반유대주의 시아파 ‘저항의 축’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스라엘에 타격을 입힐 순 있지만, 그 어느 옵션도 만족할 만한 가시적 결과물을 만들긴 어려운 실정이다. 이란과 후티 반군 미사일들은 이스라엘과 미국 미사일 요격망에 다 걸리는 데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쪽 소도시들에만 위협을 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결국 이란이 ‘작은 막대기 가지고 소리만 크게’ 내고 있는 게 아니냐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가자전쟁에 직접 참전하는 걸 꺼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헤슈마톨라 팔라하트피셰는 이번 영사관 공습이 이란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려는 ‘네타냐후의 함정’이라고 보았다. 그는 현재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의 이란이 강대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과 전쟁을 한다면 그것은 ‘전략적 실수’라고 주장했다. 테헤란 중동전략연구센터 라만 가레만푸어 선임연구원도 팔라하트피셰 전 위원장과 동일하게 이란을 전쟁으로 끌어들여 이란의 핵시설들과 군사력을 초토화시키려는 이스라엘의 도발이라고 의심했다.

이들의 주장이 신빙성 있는 이유는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 가능성이 제기되었는데,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최근 이란이 최대 60%까지 우라늄 농축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추가 농축 시 빠르면 2주 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스라엘 총리로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란이 정말 전면전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란 현지 중도 언론인 엔테캅에 따르면, 직접 참전 대신 전략적 접근을 통해 소모전을 펼치거나 혹은 레바논·이라크·시리아에 위치한 친이란 무장 세력들이 이란을 대신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하는 간접적인 보복 대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월7일 미국이 이란 정부로부터 가자지구 휴전을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을 자제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백악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전쟁 계속 이어가려는 네타냐후, 임계점에

네타냐후 총리가 전선을 이란으로까지 넓히는 동안 이스라엘 국내외 안팎에서 종전과 퇴진의 목소리들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3월25일에는 이스라엘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고 이스라엘 온라인 매체 ‘+972 매거진’은 보도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믿었던 우방 미국마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허용한 것이다. 결국 4월8일 이스라엘군은 마지막 남은 가자지구 도시 라파를 코앞에 두고 철수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는 네타냐후의 접근 방식이 이스라엘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보았다. 설상가상으로 4월3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가 하고 있는 일이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 정부에 ‘6~8주간의 휴전’을 촉구했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 여론으로부터도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는 우파·좌파를 막론하고 전쟁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 대다수라고 하아레츠가 보도했다. 가자지구 철수 결정에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실장은 라파 공격이 무산될 경우 연립정부를 즉각 떠나겠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고, 야당 인사들도 “전쟁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고 +972 매거진이 보도했다. 동일한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이 휴전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국민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네타냐후의 이번 전쟁 목표(가지지구에서 하마스 제거와 무력을 통한 인질 석방)가 결국은 비현실적인 대안이었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았다. 지난해 10월7일 굴욕과 트라우마를 겪어 다시 한번 하마스 앞에서 패배로 인식될 수도 있는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이스라엘 국민의 군중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치평론가 오리 골드버그는 이스라엘 국민이 휴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질 석방이라고 보았다.

화려한 언변으로 전쟁 초반에 국민과 국제사회의 동의를 받아냈던 네타냐후가 현재는 국제사회의 반대와 국내 여론의 압박 속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가운데 일요일인 4월7일에는 아직도 억류되어 있는 인질 석방과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예루살렘에서 열렸다.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에서 이-팔 수석분석관을 맡고 있는 마리아브 존제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빠른 시일 내에 인질 석방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이스라엘 여론은 조기 총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았다. 4월4일 네타냐후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다가오는 9월에 조기 총선을 치르자고 제안한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기에 조기 총선은 베니 간츠 대표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 이동진 프랑스 통신원은 파리 이날코대학에서 아랍·국제관계학을 전공했고 현재 파리 팡테온 소르본1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로 재학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 등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교환학생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에서 수학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