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에 보복 공습 개시…중동, 확전의 위기에

  14 04월 2024

이란이 13일(현지 시각) 밤 이스라엘에 무장 무인기(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보복을 개시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을 제거한 지 12일 만이다.

이란이 이날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연계된 컨테이너 화물선을 나포한 데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대응 절차에도 돌입하면서 중동은 확전의 위기에 빠졌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전면 공격하는 것은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가 향후 확전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 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전면 공습을 감행했다. ⓒIRNA 제공

무장 드론 수백 기 쐈다…이스라엘 전투기 등 경계 태세

현지 당국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폭탄을 실은 드론 100기 이상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1시께 이란의 공습 개시 사실을 처음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자국 영토 내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무인기를 쐈다”며 “이스라엘 전투기와 함정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점령지와 진지를 향해 수십 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스라엘 영토 내부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IRNA통신은 “또 다른 소식통도 ‘이란의 첫 번째 탄도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토 깊은 곳의 목표물을 향해 발사됐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NBC방송은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 이란이 드론 400~500여 기를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군이 13일(현지 시각) 컨테이너선 MSC 에리즈를 나포하는 모습 ⓒIRNA 제공

이란의 이번 보복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AP통신과 알자지라방송은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전면 공격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의 범죄 처벌을 위한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명명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방송에 따르면, 모하마드 레자 가라에시 아시타니 이란 국방장관은 “이란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에 영토나 영공을 개방할 수 있는 나라라면 우리의 단호한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매체는 이란발 드론이 현지 시각으로 자정을 지나 14일 오전 2시~2시30분께 이스라엘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시각 2시를 전후해 예루살렘을 포함한 이스라엘 전역에서 사이렌과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와 보안업체 등에 따르면, 이란이 이끄는 이슬람권 ‘저항의 축’ 무장세력도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했고, 예멘 반군 후티도 이스라엘 방향으로 드론을 여러 대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긴박하게 움직이며 대응에 들어갔다. 베냐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 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이스라엘 항공당국은 이번 공습에 대응해 현지 시각으로 14일 0시30분부터 영공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국가안보팀과 중동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이스라엘, 대국민 행동지침 발표…전면전 대비

미국도 이스라엘 방어 지원에 나섰다. 인접국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 등 상공에서는 미국과 영국 전투기가 이란이 쏜 드론 일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확인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지지는 철통같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미국은 이란의 위협에 맞서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 재벌 에얄 오페르가 소유한 조디액그룹 소속의 컨테이너 화물선을 나포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델라웨어 별장에서 백악관으로 급히 복귀한 바 있다.

컨테이너 화물선 나포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 및 대리 세력의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전면 경계 태세를 갖추고, 대국민 행동지침을 발표하면서 전면전 채비에 돌입했다. 오는 15일까지 각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방공시설이 갖춰진 곳에서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대중집회와 교외 청소년 활동 등도 전면 금지·취소됐다.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피격에 따른 보복을 예고한 대로 감행했으나, 후폭풍을 감안해 수위를 조정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BC는 미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란의 이번 공격이 민간·종교 시설이 아닌 정부 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중동 지역 미군시설도 공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이스라엘이 아이언돔 방공망을 통해 지대지 미사일 수십 기를 발사해 드론과 미사일 등을 요격했지만, 다수의 미사일들이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매체는 이란이 발사한 수백 대의 드론 중 100대 이상이 이스라엘 영공 밖에서 요격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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