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에 찍혔던 마윈, 한때 두문불출 황정·쉬양톈도 은둔형

  22 04월 2024

지난 3월 중국 3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징둥, 핀둬둬가 2023년도 재무보고서를 발표했다. 뜻밖에도 상품 거래액에서 1위는 징둥이 차지했다. 징둥은 1조846억 위안(약 208조475억원)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2위는 알리바바로 2022년보다 1.8% 늘어난 8686억 위안(약 166조6148억원)이었다. 3위는 2476억 위안(약 47조4946억원)의 핀둬둬로 다른 두 업체와 격차가 컸다. 하지만 성장률은 전년 대비 89.7%로 가장 큰 증가세를 달성했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 핀둬둬는 테무의 모기업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연합뉴스

엄청난 영업이익 축적한 中 전자상거래 업체

이런 3대 전자상거래 업체의 눈부신 성과는 중국이 세계 최대 온라인 사용자와 전자상거래 이용 인구를 가진 덕분이다. 같은 달 중국인터넷정보센터가 발표한 ‘중국인터넷발전상황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중국 내 온라인 사용자는 10억9225만 명이었다. 중국 전체 인구가 14억967만 명인 점에 비추어볼 때 77.5%가 모바일·태블릿·PC 등 각종 기기를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자상거래 이용 인구는 9억1496만 명으로 온라인 사용자의 83.6%에 달했다. 또한 온라인 배달 서비스는 5억4500만 명이 이용했다.

이처럼 중국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거대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 업체의 경영 내실도 좋다는 것이다. 3대 전자상거래 업체의 세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알리바바가 1위로 전년보다 14.4% 증가한 891억 위안(약 17조908억원)이었다. 알리바바는 2021년에는 1655억 위안의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2위인 핀둬둬는 2022년보다 98.2% 늘어난 718억 위안(약 13조7723억원)이었다. 징둥은 전년보다 128.2% 증가한 316억 위안(약 6조615억원)이었다. 3대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4.4%, 29%, 2.9%였다.

재무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3대 전자상거래 업체는 양과 질에서 한국 업체와 비교가 안 된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가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어마어마한 광고비와 행사비를 집행하지만, 영업이익을 고려하면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다. 또한 지금은 해외직구에 투입되는 배송비를 손해 보고 집행하지만, 이 또한 축적된 사내 보유금 덕에 앞으로 5~6년은 감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아직 상장하지 않은 쉬인(Shein)도 다를 바 없다. 3월31일 쉬인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2023년 상품 거래액이 45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세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2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동안 쉬인은 정확한 재무 수치의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비공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시 상장을 신청했다. 이에 대한 별다른 답변은 듣지 못했지만, 이번에 재무 수치를 공개한 것이다. 이렇듯 한국에 진출한 알리·테무·쉬인, 이른바 ‘알테쉬’의 경영 실적은 한국 업체보다 훨씬 좋다. 그 덕분에 알리바바와 핀둬둬의 창업자인 마윈과 황정(콜린 황)은 중국 부호 10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2022년 미국 ‘포브스’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마윈은 5위, 황정은 9위였다.

재산 규모는 마윈이 206억 달러, 황정은 186억 달러였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핀둬둬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한 반면, 알리바바의 주가는 완만하게 하락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핀둬둬의 시가총액이 잠시 알리바바를 추월하기도 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황정의 재산이 마윈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4월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주가는 69.5달러로 시가총액은 1740억 달러였다. 그에 반해 핀둬둬의 주가는 113.5달러로 시가총액은 1508억 달러여서, 올 상반기까지는 일정한 격차가 유지될 전망이다.

흥미로운 점은 ‘알테쉬’ 창업자의 공통적인 인재관이다. 학력과 스펙을 따지기보다, 현장에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이를 선호한다. 또한 직원에게는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듬뿍 안겨준다. 이는 ‘알테쉬’ 창업자의 성장 배경에서 비롯됐다. 마윈은 1964년 저장성 항저우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학업보다 영어에 심취해 보냈다. 그로 인해 대학 입시에서 3번이나 떨어졌다. 하지만 영어를 전공하면서 두각을 드러냈고, 졸업 후에는 영어강사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다가 미국을 처음 방문해 인터넷을 접하면서 신세계에 눈떴다.

마윈은 ‘항저우 10대 청년교사’로 선정될 만큼 전도가 유망했지만, 1995년 귀국 후 교직을 그만두고 창업했다. 초창기에는 인터넷 네트워크 사업에 주력했으나, 전자상거래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고 1999년에 알리바바를 세웠다. 본래 알리바바는 B2B(기업 간 거래 중계)로 시작했지만, 2003년 간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개발하면서 C2C(소비자 간 거래 중계)까지 영역을 넓혔다. 따라서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역사 그 자체다. 이런 알리바바의 잠재력을 일찍 간파하고 2000년에 투자해 수천 배의 이익을 거둔 이가 손정의 회장이다.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 창업주 황정(콜린 황) ⓒ인터넷 갈무리

당국과 갈등 뒤 지분 포기한 마윈 반면교사?

1980년생인 황정은 마윈과 동향으로, 저장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위스콘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2004년에 구글에 입사해 구글차이나를 세우는 데 공헌했다. 2007년에 퇴사한 황정은 전자상거래와 온라인게임 영업대행사를 운영하면서 산업과 시장을 체험하며 연구했다. 그렇기에 2015년에 설립한 핀둬둬는 해마다 놀라운 성장세를 구현했다. 무엇보다 해마다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는데, 2023년에는 110억 위안(약 2조1100억원)에 달했다. 또한 영업대행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업체와 협상하는 기술도 뛰어나다.

쉬인의 창업주 쉬양톈(스카이 쉬)은 1984년생으로 가장 어리다. 산둥성 중소도시에서 태어났고 칭다오과기대학을 졸업했다. 놀랍게도 국제무역을 전공하면서 졸업 전부터 창업 준비에 들어가, 2008년에 웨딩드레스를 전문으로 파는 해외직구 업체를 세웠다. 이렇게 특화된 품목을 바탕으로 성공해 2012년 여성의류 전체로 확장하며 쉬인을 설립했다. 이런 과정에서 ‘알테쉬’ 창업자는 현장에서 인연을 맺은 인재를 등용했고 출신과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실제로 ‘알테쉬’ 중간층 이상 간부의 연봉은 한국 대기업보다 높고 30대 부서장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알테쉬’ 창업자 중 마윈과 황정은 모기업 이사회 회장과 CEO에서 모두 물러난 상태다. 마윈은 “50대에는 후배들을 가르쳐줘야 한다”는 평소 좌우명을 실천한다며 2018년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에 따라 2019년 9월 회장직을 CEO인 장융에게 물려주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에 의해 ‘실종’되는 일이 벌어졌다. 발단은 2020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서밋이었다. 기조연설에 나선 마윈은 중국 당국을 겨냥해 “미래는 감독 당국의 규제 경연시합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금융서밋에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가 대거 참석한 상황이었다.

마윈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중국 당국은 그해 11월3일 홍콩과 상하이증시에서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중단시켰다. 앤트는 마윈이 창업한 온라인금융 업체로, 알리페이를 주관하며 급성장했다. 중국 당국이 IPO를 이틀 앞두고 취소시키고 마윈을 불러 호되게 질책했다. 그 후 마윈은 수개월 동안 두문불출했다. 한동안 중국을 떠나 해외를 전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22년에 앤트에 대한 지배권과 대주주 지분(50.5%)을 포기해야 했다. 지난해 중국에 돌아온 마윈은 홍콩대 명예교수와 도쿄대 객원교수를 맡으며 다시 공개 활동에 나섰다.

황정도 2020년 7월에는 CEO에서, 2021년 3월에는 이사회 회장에서 모두 물러났다. 뿐만 아니라 대주주로서의 지배권도 포기했다. 당시 황정의 나이는 41세에 불과했다. 이들과 달리 쉬양톈은 CEO를 맡고 있지만,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언론과 인터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알테쉬’ 창업자들이 은둔하듯 생활하는 이유에 대해 일부 외신은 기업이 소유한 빅데이터를 중국 당국이 노리면서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국가 안보를 내세워 기업이 가진 개인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쉬인의 창업주 쉬양톈(스카이 쉬) ⓒX(전 트위터) 갈무리

중국 당국이 앞장서 해외직구 독려하기 시작

게다가 최근 중국 당국은 해외직구를 앞장서 독려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해외직구는 민간 주도로 시장 개척에 매진했었다. 실제로 중국의 해외직구 수출입 추이를 보면, 2020년 1조6900억 위안(25.7%↑), 2021년 1조9800억 위안(18.6%↑), 2022년 2조1100억 위안(9.8%↑), 2023년 2조3800억 위안(15.6%↑)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수출이 1조8300억 위안으로 19.6%, 수입은 5483억 위안으로 3.9% 증가했다. 비중은 각각 77%와 23%였다. 그에 반해 정식 수출 증가율은 0.6%, 수입 증가율은 -0.3%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중국에는 해외직구 업체가 10만 개를 넘어섰고 이들이 세운 전용 물류창고는 1800개에 달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재 아래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향후 해외직구를 통해 새로운 수출모델을 개척하도록 결정했다. 이런 방침을 따라 올해 1월에 상무부는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해외직구로 인해 발생하는 현지 소비자의 불만과 각종 법적 분쟁을 해소하는 지원 방안도 담겨있다. 중국 당국이 현재 해외직구로 인해 불거지는 문제까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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