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가다] ⑦ 남아공에 K푸드를…'2대째 식료품 유통' 이달훈씨 부부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20 05월 2024

[※ 편집자 주 = 우리 정부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6월 4∼5일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아프리카는 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해 다양한 경제교류 협력이 기대되는 곳입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에티오피아,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에서 발로 뛰고 있는 한상(韓商) 등을 만나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 보고자 합니다.]

남아공서 한국 식품점 '코코로' 운영하는 이달훈·이혜영 부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한국 식료품점 '코코로'를 운영하는 이달훈·이혜영 부부가 18일(현지시간) 코코로 리보니아 매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5.20 raphael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코로나19 시기에 넷플릭스 등 영상 플랫폼이 떠오르면서 K드라마를 통해 한국이 많이 알려졌어요. 1∼2년 사이에 K푸드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 식품 구입이나 한식당 이용도 늘었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한국 식료품점 '코코로'를 운영하는 이달훈·이혜영(49) 부부는 18일(현지시간) 코코로 리보니아 매장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현지인에게 비용 부담이 적은 식품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려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코로는 리보니아를 비롯해 포웨이즈, 샌튼, 벤모어 등 요하네스버그 내 4개 구역과 프리토리아 등 5곳에 매장이 있다. 만두와 어묵, 아이스크림 등 냉동식품과 김치와 떡 등 냉장식품, 라면과 과자, 음료와 소스 등 한국에서 선박을 통해 들여오는 품목은 약 2천여개에 달한다.

특히 라면, 불닭 소스 등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품목을 집중적으로 매대에 진열했고, 매장별로 만두, 과자, 음료 등 신제품을 시식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하고 있다.

이씨 부부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아미'의 활동을 중심으로 K푸드, 한국화장품, 한류 등이 주목받았다"면서도 "남아공 사람들은 보수적인 편이라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익숙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새로운 제품을 테스트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SNS를 통해 한국 식품과 조리 방법을 소개하고 쿠킹 클래스도 열면서 현지인이 K푸드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식료품점 '코코로'서 진열 제품을 살피는 남아공 현지인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1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국 식료품점 '코코로' 리보니아 매장에서 현지인들이 진열된 제품을 살피고 있다. 2024.5.20 raphael

코코로는 현지 온라인 매장에 입점해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자체 온라인몰에서 중간 수수료를 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럭스라이프가 국제 식품 및 음료 산업에서 활약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푸드 앤 드링크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씨 부부는 "매장의 상태와 환경, 한국의 먹거리 등이 남아공 현지인들에게서 인정받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며 "아직 갈 길이 멀기에 더 노력하고 분발하라는 뜻으로 알고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달훈 대표는 16살이던 1991년 가족과 함께 남아공에 이민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한국 식재료 공급을 고민하던 어머니 김옥주 씨는 당시 아프리카에서 구하기 힘든 라면을 대량으로 들여올 방법을 고민하다가 1995년 한국 식품 수입 전문 회사인 '한국트레이딩'을 세웠다.

이듬해에는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상점 '한국장터'를 만들어 운영했다.

방송 제작 등의 일을 하던 이 대표는 아내와 함께 어머니 밑에서 일을 배웠고, 2016년에는 매장의 이름을 현지인도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코코로로 바꿨다.

2021년 어머니가 은퇴하자 회사를 인수하고 자신만의 기획 아이디어 등을 접목해 새롭게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남아공 한국 식료품점 '코코로' 매장서 제품 살피는 이달훈·이혜영 대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한국 식료품점 '코코로'를 운영하는 이달훈·이혜영 부부가 18일(현지시간) 코코로 리보니아 매장에서 제품 진열 상태 등을 살피고 있다. 2024.5.20 raphael

이 대표의 곁에는 늘 든든한 버팀목으로 어머니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은 코코로 공동대표로서 기획과 제품 발주, 마케팅 등 전 과정에서 함께하고 있다.

이씨 부부의 인연은 200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가 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남아공으로 돌아가기 위해 홍콩을 경유하던 날, 우연히 현지 여행사의 공항 지점에서 일하던 혜영씨를 만나게 됐다.

혜영씨는 남아공 여권을 가진 이 대표에게 호감을 느꼈고, 두 사람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1년여의 장거리 연애로 이어졌고, 결혼해서는 남아공에 정착했다.

이 대표가 "첫 데이트 때 제가 꿈이 뭐냐고 묻자 아내가 '애국자'라고 답했다"고 말하자 혜영씨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렇게 해외에서 모국을 알리기 위해 뛰고 있으니 꿈을 이룬 것 같다"며 웃었다.

이들은 "더 많은 아프리카 사람이 한국 식품을 맛보고, 한국 음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싶다"며 "향후 케이프타운과 더반 등에도 프랜차이즈 매장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rap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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