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키우는 시진핑의 우주몽…中 전용 우주정거장 발판 삼아 달 기지 건설 나선다

  15 06월 2024

6월4일 중국 언론은 달을 떠난 창어(嫦娥) 6호의 소식을 보도했다. 2일 달 뒷면 남극-에이킨 분지에 착륙한 창어 6호가 토양·암석 등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창어는 2007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로 2013년 12월에 창어 3호가 달 표면에 처음 착륙했다. 하지만 착륙 지점은 미국·러시아 등이 성공했던 달 앞면으로 인류사의 이정표는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은 2018년 12월에 발사한 창어 4호를 이듬해 1월 달 뒷면에 인류 최초로 착륙시켰다.

창어 4호는 달의 지질 구조와 물의 존재 여부를 조사했다. 또 지구에서 가져간 면화씨의 싹을 틔우는 시험에 성공했다. 다만 싹튼 씨는 날씨가 너무 추워 얼어 죽고 말았다. 달의 온도가 낮에는 100도를 넘고 밤 온도는 -100도 이하로 떨어지는 등 기온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0년 12월 창어 5호는 세계 3번째로 달 앞면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달 뒷면에서 샘플을 가져오고 중국 국기를 처음으로 펼쳤다. 게다가 창어 6호가 떠난 자리에는 중국(中國)의 ‘中’자와 비슷한 자국이 남아 중국인들을 열광시켰다.

그동안 달 표면에서의 샘플 채취는 세계적으로 10여 차례 이뤄졌다. 하지만 모두 달 앞면에서 가져왔다. 달 뒷면은 지구에서는 보이지 않아 지상관제센터와의 교신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어 6호가 보낸 영상과 사진은 라이브가 아니었다. 특히 달의 남극-에이킨 분지는 낙차가 10여㎞에 달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창어 6호의 착륙 난도는 소형 트럭이 고산준령에 착륙하는 것과 같았다”며 “인류 달 탐사 역사상 유례없는 쾌거”라고 자찬했다. 착륙선에는 달 토양 구조 탐지기, 달 광물 스펙트럼 분석기 등을 탑재했다.

6월4일 중국 베이징 거리의 대형 화면에 달 뒷면에서 샘플을 수집하는 창어 6호의 영상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

軍·국영기업·대학 총동원한 中의 우주 개발

이뿐만 아니라 유럽우주국의 달 표면 음이온 분석기, 프랑스의 달 라돈 탐지기, 이탈리아의 레이저 각 반사기 등도 싣고 가서 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장비는 달의 기원과 구조, 자원의 존재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신화통신은 “창어 6호가 두꺼비 궁전에서 보물찾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했다. 이는 중국 전설 속 창어의 행적과 비교해 묘사한 것이다. 본래 창어는 천하제일 명궁의 아내였는데 남편이 가져온 불사약을 혼자 먹고 달로 도망가 두꺼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두꺼비 궁전은 달을 가리킨다.

서구 일각에선 “중국이 군사 목적을 위한 장비를 따로 실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보낸다. 창어 6호가 찍은 사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바퀴 달린 물체를 포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창어 6호는 본체에서 각종 로봇 팔을 내보내 작업했다. 그런데 분리된 탐사 로봇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찍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국이 우주 탐사를 과학적인 목적보다 군사적인 활용에 방점을 두고 전개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우주 정책과 탐사는 국가항천국이 총괄한다.

국가항천국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설립된 부처다. 따라서 이번에 창어 6호가 유럽과 공동 작업을 벌인 것처럼 다른 나라들과 여러 우주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4대 위성발사기지는 인민해방군이 관할한다. 우주 발사체 연구와 개발은 제4군종으로 승격된 로켓군이 주도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유인 우주선인 선저우에는 모두 현역 군인이 탑승했다. 대학도 산학 협력 프로그램에 따라 우주 탐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 대학은 글로벌 원격탐사 분야에서 20위권 안에 5개, 100위권에는 14개가 들어있다.

과거에 원격탐사는 항공기가 기상과 산림, 국토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산불과 오염물질의 이동, 농작물 작황을 감시하고 분석했다. 현재는 위성과 탐사선에 적극 적용되어 창어 6호가 달 뒷면에서 작업하게 된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중국이 우주 탐사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는지 알 수 없다. 2022년 국가항천국의 예산은 120억 달러로 미국 NASA(240억 달러)의 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민해방군, 국영기업, 대학 등에 분산된 예산은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서구에서는 중국이 우주 탐사에 쏟아붓는 돈을 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우주 탐사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해왔다. 시 주석이 우주 탐사를 통해 중국의 국력 신장을 과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화민족은 꿈을 좇는 민족”이라며 ‘우주몽’을 자주 밝혀왔다. 이러한 중국의 야심과 성과를 담은 것이 《중국의 우주백서》다. 백서는 2000년에 처음 발간된 이래 2021년에 5번째를 선보였다. 이번 백서는 “거대한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우주산업을 개발하고 중국을 우주 강대국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꿈”이라는 시 주석의 말로 시작한다.

특히 백서는 우주를 군사적으로 활용하려는 뜻을 노골화했다. 우주 프로그램의 임무를 “평화적 목적을 위해 우주공간을 활용하고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우주의 안보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적시했다. 또 “국가안보·사회 발전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의 국가 권익을 보호한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우주환경 거버넌스, 우주교통 관리, 우주자원 개발과 활용 등에 대한 국제 규정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우주의 상업화와 군사화가 진행되는 현실 아래 자국에 유리하게 국제법을 개정하거나 신설하려는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중국의 야심을 채워줄 발판이 우주정거장인 ‘톈궁’이다. 2011년 발사된 톈궁 1호를 시작으로 우주정거장 프로젝트는 2021년 톈궁 3호와 메인 모듈인 톈허를 쏘아올리며 본격화됐다. 2022년 11월에 선저우 15호를 발사해 완성했다. 톈궁은 톈허 양쪽에 두 개의 실험실 모듈인 원톈과 멍톈을 결합한 ‘T자’형 구조다. 크기는 미국, 러시아, 유럽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3분의 1 규모다. 하지만 오직 중국만 이용한다. 따라서 중국이 실험실에서 어떤 실험과 시험을 진행하는지 알 수 없다.

중국 국가우주국(CNSA)이 6월4일 공개한 달 탐사선 창어 6호의 착륙 카메라로 찍은 달 표면의 모습 ⓒ EPA 연합

2030년까지 유인 탐사선 달에 보낼 계획

5월28일에는 선저우 18호를 타고 톈궁에 도착한 우주비행사 3명이 8시간 반 동안 우주유영을 했다. 유영의 목적은 우주 파편에 대응한 보호장치 설치 등 시설 점검을 위한 작업이었다. 톈궁에서 진행하는 미세중력, 물리학, 항공기술 등의 과학 실험, 선외 활동과 화물 출납, 선외 탑재물과 장비 설치 및 회수 등에 대한 자세한 결과와 성과는 ISS와 달리 다른 나라와 공유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향후 달에서 전개될 유인 탐사와 기지 건설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중력이 없는 우주정거장의 환경이 달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2030년까지 유인 탐사선을 달에 보내고 연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에는 공모를 통해 유인 우주선의 이름을 멍저우라고 지었다. 멍저우는 ‘꿈의 배’로 시 주석의 우주몽을 대변한다. 또한 2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 표면에 착륙해 탐사에 나설 탐사 로봇은 란웨로 정했다. 란웨는 ‘달을 잡고 장악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중국은 미국·러시아 등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현재는 달 탐사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따라서 세계 최초로 유인 기지까지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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