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구로 불때고 뉴스는 라디오로…가자의 일상, 수십년 전으로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28 10월 2023

땔감으로 요리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한 주민이 장작으로 불을 때 요리를 하고 있다. 2023.10.28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군의 봉쇄와 공습이 3주 넘게 이어지며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이 순식간에 수십 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들은 연료가 떨어진 탓에 부서진 가구 잔해를 주워 겨우 불을 때고 있다. 또, 전기와 인터넷이 끊기며 바깥소식을 듣는 것은 라디오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지난 7일부터 이어진 이스라엘의 봉쇄 장기화로 인해 가자지구의 연료 부족 문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가자시티에서 공습을 피해 라파 국경 지대 인근으로 온 라잔은 "사람들은 옛날 방식으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심지어 가구를 땔감으로 쓰기도 한다"며 "어제는 사람들이 유엔 난민기구에서 운영하는 상점에서 밀가루를 훔치는 것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 살고 있는 61세 무함마드 아베드는 "집에 있던 요리용 가스가 다 떨어졌다"며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집 마당에 불을 피워 매일 빵을 굽고 있다"고 말했다.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난민 캠프

[AP=연합뉴스] 지난 25일 가자지구의 한 난민 캠프가 공습으로 무너졌다. 2023.10. 28

전기가 끊긴 냉장고에 음식을 저장할 수 없는 까닭에 식료품 가게 앞은 공습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온 사람들로 매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누세이라트에서 7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와파 바시는 "집에 냉장고가 작동하지 않아 날마다 시장에 온다. 가족들에게 먹일 수 있는 것이 없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료품이 부족해 갈수록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전쟁 이전에 비축해 놓은 요리용 가스가 아직 조금 남아있는데, 이게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 지역의 한 빵집 앞에 줄을 서 있던 탈랄 아이만은 "거의 두 시간째 기다리는 중"이라며 "앞으로 적어도 1시간은 더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거의 매일 이렇게 나와 빵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일 계속되는 공습에 뒤따르는 죽음의 공포 뿐 아니라 바깥 세상과 통신
이 두절된 데에서 오는 고립감에도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은 물론 위성 전화까지 먹통이 된 까닭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지하고 있는 휴대전화나 TV 대신에 라디오에 의존해 외부 소식을 듣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바시는 "남편은 매일 라디오로 뉴스를 듣는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벌 떼처럼 몰려든다"고 말했다.

난민 수십만 명이 머무르고 있는 유엔의 난민 수용소도 연료와 식량이 바닥나는 등 상황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비축해 둔 연료가 거의 소진됨에 따라 구호 활동을 대폭 축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UNRWA는 "가자지구에 연료가 더 공급되지 않으면 가자지구 전역에서 진행 중인 인도주의적 지원을 대폭 줄이거나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24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설상가상으로 피란민들에게 적은 양이나마 식량을 제공하던 빵집들도 공습으로 무너지거나 비축해뒀던 연료가 바닥나면서 수십만 명의 피란민들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UNRWA는 자신들이 밀가루를 제공해왔던 가자지구의 빵집 50곳 중 열 군데가 공습으로 무너졌으며 남아있는 곳들도 연료가 떨어져 재료를 공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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