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시 딜라이트] "세종대왕·이순신·안중근 합쳐놓은 듯" 건국 100년 상징은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29 10월 2023

튀르키예 국기

[아나돌루 통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인은 '아이 일드즈'(Ay Yildiz·달과 별)로 불리는 자국 국기 사랑이 유별나다.

동네 언덕마다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초대형 깃대가 서 있고, 상가는 물론 일반 가정집에도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붉은색 '월성기'(月星旗)가 내걸려있다.

깃발 옆에 꼭 나란히 함께 나부끼는 그림이 있다.

바로 튀르키예의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얼굴이다.

튀르키예 공화국 건국 10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필자를 태우고 가던 택시 기사 셀주크씨에게 이 초상화에 대해 묻자 "가난하고 어렵던 이 나라를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변혁시켜놓은 위대한 인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야소피아 유적 앞에서 만나 대화한 무함메드 유수프 일마즈씨는 "우리는 아타튀르크를 사랑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필자가 머무는 숙소 건물 1층에는 한 어르신이 사는데, 매번 눈인사만 주고받던 그가 며칠 전 필자를 손짓해 부르더니 공화국 100주년을 맞아 제작된 아타튀르크 초상 걸개를 건네며 손짓, 발짓으로 사용법을 알려주는 일도 있었다.

아타튀르크의 초상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한 주택 출입문에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그림이 걸려있는 모습. 2023.10.28. dk

오스만 제국 말기 장교로 임관한 아타튀르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갈리폴리 전투에서 영국군을 막아내는 전공으로 일약 전쟁영웅이 됐고, 전후에는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고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을 세워 초대 대통령에 올랐다.

뿌리 깊은 이슬람국가 전통을 뒤로하고 정교분리와 세속주의를 추구했으며, 아랍문자 대신 알파벳을 채택하고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는 등 서구식 개혁을 추진했다. 건국 15년이 지난 1938년 57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숨졌다.

이슬람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다는 지적, 소수민족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난세에 등장해 나라의 기틀을 세운 인물이라는 평가에는 현지인의 절대다수가 동의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온 주재원들은 "세종대왕과 이순신, 안중근 등과 같은 위인을 모두 하나로 합쳐놓은 듯한 인상"이라고 말할 정도다.

월성기 내걸린 이스탄불 거리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주거지역 곳곳에 튀르키예 국기 '아이 일드즈'가 걸려있다. 2023.10.28. dk

다시금 아타튀르크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는 요즘 튀르키예 안팎에서는 현임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리더십을 견줘보는 시각도 많다.

최근 독일 언론 dpa 통신은 분석 기사를 통해 "에르도안은 아타튀르크의 후계자이자 경쟁자"라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중재자로 떠오른 것을 비롯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발칸반도, 코소보 등에서도 활약하며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영어식이었던 과거 국호 터키를 '투르크인의 땅'을 뜻하는 튀르키예로 변경한 것도 지난해 에르도안 대통령이었다.

다만 줄곧 박물관으로 쓰여온 아야소피아를 2020년 이슬람 사원 모스크로 바꾼 결정이 상징하듯, 이슬람 전통에 더욱 무게를 둔다는 점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차별점으로, 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고 dpa는 덧붙였다.

28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연설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AFP=연합뉴스]

새로운 100년을 맞아 도약을 준비하는 튀르키예는 대형 행사를 여럿 준비했다.

이스탄불의 번화가 탁심 광장의 아타튀르크 문화센터에는 '튀르키예의 세기'를 주제로 한 초대형 전시장이 설치돼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비전을 제시하는 시청각 콘텐츠를 제공한다.

기념일 당일인 오는 29일 저녁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이어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초대형 불꽃놀이와 드론쇼가 펼쳐진다.

다만 얼마 전 수도 앙카라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 교민들의 경우 사람들이 밀집하는 지역에서 외부 활동 시 주의가 요구된다.

주이스탄불총영사관은 "튀르키예공화국 100주년 기념일과 관련해 이스탄불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행사와 집회가 예상되니, 우리 국민들은 해당 지역 방문 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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