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공분 일으킨 김호중의 거짓말…비틀린 스타의식이 일 키웠다

  29 05월 2024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의 ‘음주 뺑소니’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비판의 눈길은 음주운전 자체보다 ‘사법 방해 행위’에 쏠린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음주운전 사건에 이 정도의 ‘국민적 공분’이 나오는 배경에는 운전자 바꿔치기, 증거인멸 등 처벌을 피하기 위해 공권력을 기망한 김씨 측의 수많은 행동이 존재한다.

연이은 거짓말과 비틀린 스타의식으로 사법 시스템까지 농락한 김씨가 ‘돈’을 이유로 공연을 강행했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오자 대중은 돌아섰다. 그가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권한 녹취 파일까지 경찰에 확보되면서 국민적 분노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가수 김호중씨가 지난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시인하고도 콘서트 출연…배경은?

김씨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본인 소유의 차를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택시와 접촉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그는 달아났고, 매니저가 김씨의 옷을 입고 허위 자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 김씨는 사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음주는 하지 않았다”며 개인 콘서트를 강행했다. 그는 창원에서 열린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공연이 끝난 19일에서야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당시 소속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사과했다. 김씨는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23일 서울에서 열린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콘서트도 취소 없이 강행했다. 그는 24일 콘서트에도 출연하기 위해 영장실질심사를 서울 콘서트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김씨가 출연을 강행한 배경에 ‘팬’이 아니라 ‘돈’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씨의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생각엔터)의 작년 매출은 약 188억원이다. 전년 대비 68억원가량 줄어든 액수다. 현금성 자산은 2022년 약 94억원에서 지난해 16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공연 등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미리 받아둔 것으로 보이는 ‘선수금’도 126억원에 달해, 공연이 취소되면 선수금이 고스란히 빚이 되기 때문에 콘서트를 강행한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김씨가 구속되면서 이후 공연은 줄줄이 취소됐다. 이로 인해 생각엔터는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생각엔터는 최근 대표이사직 변경과 임직원 전원 퇴사를 결정했다. 그룹 티에이엔(TAN)과 배우 김광규, 손호준 등 소속 아티스트 요청이 있을 경우 조건 없이 전속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며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생각엔터에 투자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와 SBS미디어넷도 여파를 맞게 됐다. 현재 카카오엔터는 생각엔터의 주식 10%를, SBS미디어넷은 3.6%를 보유하고 있다.

가수 김호중씨는 뺑소니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음주운전 혐의를 시인하며 사과했다. ⓒ연합뉴스

‘사법 방해’ 처벌 수위 높아질까…새롭게 나온 증거

김씨에 대한 수사는 ‘음주운전’과 ‘사법 방해’라는 두 가지 죄를 향하고 있다. 음주운전의 경우,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0.03%)를 요건으로 하지만, ‘위험운전치상죄’의 경우 피의자가 사고 전 음주를 했고, 이로 인해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된다. 경찰은 김씨의 음주 정황과 비정상적인 운행행위 등을 통해 이 혐의를 입증한다는 입장이다. 위험운전치상죄는 1년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로교통법이 규정하는 음주운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엄하게 처벌할 수도 있다.

최근 김씨가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종용한 내용의 통화 녹취 파일을 경찰이 확보하면서, 사법 방해와 관련한 처벌이 가중될 가능성도 커졌다. 김씨는 당초 사건 현장에서의 도피 행각 등으로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사고후미조치·범인도피방조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소속사 대표와 본부장 등도 범인도피교사와 증거인멸 혐의로 함께 구속된 상황이다. 경찰이 확보한 녹취 파일은 사고 이후 자신이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시켰다는 소속사 대표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경찰은 해당 녹취를 바탕으로 김씨의 혐의를 범인도피방조에서 범인도피교사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범죄를 가르는 것은 김씨의 ‘지시’ 여부다. 매니저가 경찰에 자수하는 것을 막지 않았기 때문에 방조죄가 적용됐었지만, 직접 ‘교사’한 혐의가 입증될 경우에는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교사해 본인을 도주하게 만든 경우에는 3년 이하 또는 징역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김씨가 사건에서 ‘음주’를 지우려는 방식이 그동안 암암리에 진행되던 ‘도피 공식’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검찰은 일명 ‘김호중법’도 추진하고 있다. 김씨는 사고 직후 경기도의 한 호텔 인근에서 맥주를 구입했는데, 이 행위가 음주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도록 추가로 음주를 하는 ‘술타기’ 수법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안을 마련해 법무부에 건의했다. 다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재 사건에 소급해 적용되지는 않는다.

한편 김씨 측은 “인권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경찰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경찰에 출석해 3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김씨는 지하 주차장을 통해 귀가하겠다고 요청했으나, 경찰이 이를 거부하면서 6시간 동안 버티다 정문으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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