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 "10년 만에 불러낸 멤버들, 이 맛 그리웠다"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30 10월 2023

강산에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새벽 4시 해외 축구를 보고 이른 아침 잠자리에 든다. 오후 1~2시쯤 눈을 떠 하품하는 고양이를 보며 커피 한잔. 평화로운 제주 생활을 누리던 강산에(60·강영걸)는 불현듯 깨닫는다.

"어? 가만있어봐라. 이거 30주년인데?"

그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봤지만 쉽지 않았다. "앨범을 탁, 만들어서 '짜잔' 하고 싶었지. 근데 곡이 안 만들어지니…" 강산에 데뷔 30주년이었던 2022년은 그렇게 어물쩍 흘러갔다.

올해는 데뷔 31주년이다. "그래도 올해는 꼭 나를 기념해야겠다"고 생각한 강산에는 내달 12일 31주년 기념 콘서트 '+1 재회'를 연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강산에는 여유로운 손짓과 경상도식 억양을 섞어가며 공연을 열게 된 계기를 느긋하게 풀어냈다.

편안한 차림새와 치아를 훤히 드러내는 미소. 그는 30년 세월 동안 모나고 거친 저항의 아이콘에서 장난기 밴 중년의 아티스트로 변해있었다.

강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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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집 '강산에 Vol.0'으로 데뷔한 강산에는 '…라구요'와 '넌 할 수 있어' 등 히트곡을 쏟아내다 1996년 자신이 "물에 뜬 기름 같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1998년 대표곡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낸 뒤로 여행을 떠나 답을 찾아 나섰고, 2000년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는 몰랐는데 변했더라고요. 그때 눈빛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삐딱한 아티스트에서 둥글둥글한 평화주의자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팬들이 아쉬워하는 지점은 2001년 다시 음악을 시작한 이후로는 그의 음반 발매 소식이 뜸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2010년부터는 미니 음반 '키스'(KISS)와 싱글 '가만있어봐라'를 내놓은 게 전부다.

"천성이 그래요. 세속적으로 얘기하면 게으르다고 할 수도 있고. 옛날에는 많이 내야 하는 줄 알고 2년에 한 번씩은 꼭 냈는데."

그렇게 안락한 제주 생활에 취해있던 어느 날 그에게 '로큰롤'의 기운이 찾아왔다. 강산에는 10여년 전 호흡을 맞췄던 멤버들을 소집했다.

"용기가 좀 필요했지. '야, 보고 싶다. 같이 하자' 하고." 그렇게 불러낸 이들이 고경천(키보드)·최만선(기타)·민재현(베이스)·이기태(드럼)로 구성된 '드림팀'이다.

강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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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동료들과의 재결합은 강산에에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아, 그래 이 맛이야."

인터뷰 도중에도 강산에는 전날 합주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황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데뷔 초를 떠올리며 추억에 젖은 모습이었다. "합주 후에 한잔하면서 다들 그 얘기를 하더라고, 그리웠다고."

다만 강산에는 "로큰롤을 하고 싶다는 게 성격이 다시 삐딱해지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가끔 제주도 오름 한번 올라갔다 오는 집돌이가 됐다. 몸시계는 유럽에 맞춘 채 '축덕'(축구 덕후) 라이프를 즐긴다. "너무 캄(calm)해졌고, 그냥 평화로운 게 좋고 그래요."

강산에는 스마트폰을 메모장 삼아 아이디어를 끄적이고, 기타를 가지고 놀다 곡으로 연결 짓기도 하며 여전히 '천성'에 맞게 음악을 하고 있다.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 깃발 꽂아야겠다는 이런 게 없어서" 그렇단다.

이렇게 쌓아온 곡들은 현재 편곡 작업을 거치고 있다. 조만간 신곡을 차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며 슬쩍 보여준 가사들은 앞선 곡 '명태'나 '성의김밥'처럼 그의 삶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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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는 가수를 해야겠다 처음 결심한 순간을 회상하면서도 '한국적 맛을 내는 가수'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비유를 들었다.

"이 촌스러운 세상에서 김칫국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하얀 벽을 보면 함부로 못 하잖아. 근데 뭐가 튀어있으면 쓱 묻히기 쉽잖아. 재미없는 세상을 좀 재밌게 해줄까, 한 거지."

그는 "인생에서 그런 노래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거죠. 아직도 그런 마음이 있고"고 했다.

'이미 그런 곡을 만들지 않았냐'는 말에는 "세상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줬다"며 손사래를 쳤다. "참 신기한 게 곡이 살아서 움직여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더라고. 지가 살아남은 거야. 내가 한 게 없어요. 진짜로."

acui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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