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UCN 국장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신중해야"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05 11월 2023

지난 2일 국립생태원 창립 10주년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 하는 트레버 샌드위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장 [국립생태원 제공]

(서천=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설악산 케이블카가 착공을 눈앞에 둔 가운데 자연보전 국제기구 관계자가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등 개발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국립생태원 창립 10주년을 맞아 충남 서천을 방문한 트레버 샌드위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멸종위기종 보전과 국립공원 개발은 물과 기름처럼 상극"이라고 답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생태학자인 샌드위드 국장은 IUCN에서 글로벌 보호지역 프로그램을 이끄는 전문가다.

먼저 샌드위드 국장은 케이블카를 설치해 '답압(踏壓·밟는 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수긍하지 않았다.

그는 중국에 있는 한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한 사례를 떠올리며 "등산로를 없애지 않고 케이블카만 추가하다 보니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라며 "이에 따라 야생동물에 대한 피해는 훨씬 더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화장실과 쓰레기장 등 부대시설도 필요해지기 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라며 "더군다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립공원 탐방객 수를 자랑하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3천879만3천952명에 달한다.

샌드위드 국장은 케이블카 설치 명분으로 언급되는 장애인·노약자 산 접근성 향상에 대해서도 "당초 국립공원을 지정하게 된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장애인과 노약자가 국립공원을 이용하기 쉬워진다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보호지역을 파괴하는 비용이 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샌드위드 국장은 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탐방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라면서도 미관을 해친다는 점에서 탐방객 효용을 낮추는 효과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굳이 국토의 약 7%밖에 차지하지 않는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지으려면 신중해야 할 것"이라면서 "다른 국가의 경우 국립공원 내 설치된 케이블카는 국립공원 지정 이전에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올해 2월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동의하면서 재점화됐다. 이후 지리산, 한라산, 무등산 등에서도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국립생태원은 지난달 25일 국내에서는 21번째로 IUCN 회원기관이 됐다. IUCN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이용 등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기구로 1948년 유엔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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