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㊸ 캄보디아 마을서 건강증진 활동하는 양영란 교수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05 11월 2023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북대 양영란 교수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전 세계인구의 74% 정도가 고혈압이나 당뇨, 심뇌혈관질환, 암, 만성 호흡기질환 등 비전염성질환(NCD)으로 숨집니다. 조기에 고위험군을 발견해 이들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며 질환을 예방하는 거죠."

전북대학교 간호대학 양영란 교수가 한국건강관리협회와 함께 캄보디아 프렉프노우 지역에서 진행 중인 비전염성질환 관리사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캄보디아에 파견된 보건의료사업단은 혈압·혈당이 높거나 허리둘레가 큰 고위험 환자를 선별한 뒤 주민들이 소그룹별로 헬스클럽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녀회장 격인 마을 보건교육자와 리더를 선출해 헬스클럽이 자율적이고 주민과 밀착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도 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교류가 있던 양 교수가 한국건강관리협회에 이 사업을 제안했고, 이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민관협력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차 사업으로 고위험군 환자 300명을 추린 뒤 이들의 걷기량을 측정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는데, 95%가 매일 5천보 이상을 걷고 있다.

양 교수는 "아직 연구가 마무리되지 않아 유병률 감소를 수치화할 순 없다"면서도 "배가 많이 나왔던 한 남성이 운동으로 배가 홀쭉해지자 지인들도 놀라고 본인도 '몸이 가벼워졌다'고 즐거워하는 등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헬스클럽 주민들

[양영란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 교수와 캄보디아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병원 간호사였던 양 교수는 코이카에서 해외봉사단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해 캄보디아로 떠났다.

그곳에서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GFATM)의 지원금을 받는 비정부기구(NGO)를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했다. 또 평소 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관심이 컸던 만큼 현지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개인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도 캄보디아 시아눅병원(Sihanouk Hospital center of Hope)을 방문했다.

그 뒤로도 1년에 1∼2차례 캄보디아로 가 SMS와 소셜미디어가 캄보디아 학생들의 성행위에 미치는 영향, 캄보디아 청소년의 HIV 지식 및 태도와 영향 요인, 캄보디아 여성의 폐경기에 대한 태도와 관련 요인 등 모자보건이나 건강증진에 대한 논문을 썼다.

양 교수는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우연히 가게 된 캄보디아였지만, 갈 때마다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았다"며 "전공인 간호학과 공중보건학을 연구할 환경도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프렉프노우에서 비전염성질환(NCD) 관리사업 하는 양영란 교수

[양영란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학교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국제보건의 이해', 글로벌헬스의 이해와 연구 방향'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보건 분야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세계 공중보건 분야의 전문 영역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양 교수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인데, 수업을 통해 보건을 바라보는 눈이 확장됐다'는 학생들이 많다"며 "개발도상국에서 비전염성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율이 높은 만큼 더 많은 학생이 국제보건이나 개발 협력 분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기존 사업을 더 펼쳐 주민들이 건강한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공유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계획이다. 균형 잡힌 식이와 절주 역시 비전염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처음 캄보디아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굳이 그 나라까지 가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다"며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건강을 보장받는 건강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는 의료시설과 인적자원 등이 열악한 국가 중 하나"라며 "주민들의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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