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세포를 깨우는 풍경의 내면 읽기

여행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재다. 하지만 관련 콘텐츠의 영역은 출판 등 인쇄물에서 방송이나 유튜브 등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행기가 계속 나온다는 것은 저자와 출판사 간 믿음의 산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여행의 무엇이 이토록 모두를 추앙하게 만드는 것일까. 소설가 김훈은 초기 산문집 《풍경과 상처》에서 풍경의 이면에 존재하는 상처들을 주시했다. 이번에 책을 낸 여행작가 노중훈 역시 《풍경의 안쪽》이라는 제목을 일찌감치 생각해 놓았다고 한다.

“눈에 확연히 보이는 풍경도 기쁘고 좋지만, 풍경의 겉면에만 머무르지 말고 발품과 마음 품을 팔아 안쪽으로 조금 더 진입해 보자. 진입해서, 풍경을 일별하고 돌아가는 관광객의 시선이 아니라 풍경의 안쪽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풍경의 안쪽│노중훈 지음│상상출판 펴냄│320쪽│1만7500원

웅장한 붉은빛의 미국 유타 모뉴먼트 밸리와 방대하고 강력한 물줄기가 천둥처럼 울어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이구아수폭포, 집채만 한 고래가 큰 날개와 꼬리를 첨벙거리며 맹렬한 물보라를 일으키는 캐나다 노바스코샤까지. ‘1부 압도의 풍경’은 여행자를 압도해 버리는 다섯 곳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그에 반해 ‘2부 느림의 풍경’에는 속도를 늦춰 여행지 골목골목, 어귀를 톺아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겼다.

‘3부 예술의 풍경’은 건축, 회화, 와인까지 다채로운 여행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4부 사람의 풍경’은 여행지에서 마주한 현지의 일상은 어쩌면 웅장한 자연보다, 또 이국적인 건물, 음식보다도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단정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린 후 단란하게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 미얀마 사원에서 느끼는 오묘한 일상 등 이방인 신분으로 걸어 들어간 여행지의 일상이 나긋하고 다정한 풍경으로 담겼다.

“후텁지근한 양곤 순환열차의 내부는 몹시 어지러웠다. 승객들을 따라온 채소와 과일들이 차량을 가득 메우고 있어 화물칸을 방불케 했다. 어떤 아낙은 아예 의자에 퍼더버리고 앉아 나물을 다듬었다. 누구도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불편하게 여기지 않았다.”

물론 저자는 풍경의 안쪽은 언감생심이고, 풍경의 바깥쪽만 전전하다가 끝난 게 태반이라고 겸양의 자세를 보인다. 사실 잠시 지나는 여행객 입장에서 그 땅이, 그 사람들이 가진 깊이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걸 보려는 여행자와 무심한 여행자는 분명히 다르고, 저자는 전자다.

삼성과 여행신문에서 길지 않게 일했다는 그는 누가 봐도 천생 역마살을 가진 여행가일 수밖에 없다. 몇 명의 유튜버가 뜨기 전에 여행가로 밥벌이를 할 사람은 한비야씨를 비롯해 다섯 손가락도 꼽기 힘들다. 하지만 저자는 그 험한 바다로 뛰어들었고, 지내고 있다. 과거 여행작가들에게 가장 큰 미덕은 인문적 소양이었다. 이는 선입견과 편견을 주는 약점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배경을 주고, 독자들에게 친숙한 스토리를 만들어내 글을 보게 만든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