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너머 근원에 질문을 던지다

의대 정원 증원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를 두고 수많은 질문이 존재한다.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 갑자기 정원을 65%나 늘리는 게 맞나, 또 이 숫자를 제대로 교육할 인프라나 1인당 2억원이나 추가로 들어가는 재원은 있는 것인가, 정원을 늘렸을 때 지금 발생하는 각종 의료 격차는 해소될 수 있는가 등등. 정작 이 문제를 논하기도 전에 의사들과 정부, 그리고 국민 사이의 마음은 너무나 멀어져 버렸다.

국내 사회정신의학 개척자 중 한 명인 전우택 연세의대 교수가 최근 펴낸 《의학교육의 미래》는 이 문제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한다. 연세대 의대는 물론이고 우리 의학교육의 방향을 오랫동안 고민해온 전 교수는 연세동곡의학교육원장으로서도 이 분야를 깊게 고민해온 학자다. 통일이나 자살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도 항상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의사로 널리 알려졌다. 저자는 묻는다.

의학교육의 미래│전우택 지음│박영스토리 펴냄│328쪽│1만5000원

“의대 정원이 국가의 최대 이슈처럼 돼버리고, 국민의 위기의식 역시 점점 커지는 지금, 의대 정원보다 ‘의학교육의 본질’ 자체를 성찰하고, 미래를 제안하려는 노력은 있는가?”

그리고 저자는 솔직하게 질문을 던진다. 진료와 연구 업무만으로도 너무 바빠서 의대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도저히 엄두도 못 내고 있던 의과대학 현실 속에서 의대 정원이라는 산술적이고, 정치적 이슈만이 이 사회에 화두가 되는지를 묻는다. 한 명의 의대생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데 그런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번 책은 의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 안에서는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대학병원의 최고 전문가인 내분비과장이 합병증도 없는 당뇨 환자 80명을 진료하는 게 정상인가? 레지던트 4년 차면 수술을 집도할 수 있던 과거에 비해 전문의를 따고도 수술이 어려운 수련 기간은 정상인가? 최고의 인재를 받아서 최고의 인재로 졸업시키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학교에서 상대평가를 지양하고, 절대평가를 통해 지나친 점수 경쟁을 막았던 일 등을 소개하고, 의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문제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것’이다. 학생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학습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또 실습교육부터 학생이 진료팀의 진정한 일원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급격한 의사 역할의 변화가 예고되는 인공지능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의학교육이 지금의 사회, 과학, 인구 환경과는 완전히 달라지는 미래 시점에서 일해야 할 의사들을 양성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시간차 게임’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도전과 혁신, 진로지도, 인공지능과 의사 역량, 전문직 간 교육, 인문사회의학적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의학 연구와 시스템을 위한 ‘의학적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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