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편법 운영' 도마…인가는 지역서 받았는데, 수업은 서울서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22 10월 2023

의과대학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지역 필수의료 붕괴 위기로 의대 증원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 의대들이 서울에서 실습수업을 운영하는 등 지역 의대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교육계, 의료계에 따르면 울산에서 의대를 운영하도록 인가받은 울산대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 아산병원에서 학생 실습수업을 한다.

충북에서 의대 인가를 받은 건국대(충주캠퍼스) 역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을 학생 실습 병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대학 외에도 충남 아산에 있는 순천향대, 강원 춘천에 있는 한림대 등이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도 수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 의대 교육과정은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구성된다.

본과부터는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가는데, 서울에 실습 병원을 둔 지역 의대생들은 후반기 교육과정 가운데 상당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는 셈이다.

지역 의대가 서울 병원에서 학생들을 실습시키는 것은 병원 규모, 시설, 의료진이 지역보다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대 후반기 교육과정의 많은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면서 지역사회에선 '무늬만 지역 의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에서 학습받는 기간이 길다 보니 해당 지역 의대 졸업생들은 전문의 취득 후 지역으로 돌아가기보다, 서울에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울산 지역 의대 졸업생 중 상세 취업 정보가 확인된 185명 가운데 149명(80.5%)이 졸업 후 수도권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지역 의대 졸업생의 수도권 취업률은 비수도권 14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재 실습 병원 소재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지역 의대가 서울에 실습 병원을 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르면 의대는 종합병원을 부속병원으로 갖추거나, 부속병원이 없더라도 기준에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해 교육에 지장이 없이 실습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현재 실습 병원으로 활용하는 서울 지역 병원들이 교육시설로 인가받지 않은 곳이어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교육시설의 위치를 인가받은 곳이 아닌 지역으로 변경하려면 교육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아산병원, 건국대병원 등은 승인을 받지 않았다.

이에 교육부는 2021년 말 울산대에 미인가 학습장 운영을 이유로 시정 조치를 내렸고, 울산대는 후속 조치로 올해 신입생부터 울산에서 4년 이상 교육을 받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5학년도부터 울산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수업동을 건립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증원에 나서기로 한 만큼, 지역 의대부터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승준 보건의료노조 충북지역본부장은 "정부가 의료 취약지역에 의대 인가를 내준 것은 실습 병원을 해당 지역에 세워 취약지역 의료 공백을 개선하라는 뜻"이라며 "편법 운영하는 의대에 대해서는 정부가 입학정원 조정 등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 사회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는 만큼 해당 의대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시정을 안 할 경우 이런 점은 의대 정원을 추후 배정할 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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