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소방관 처우 나아졌지만, 희생·헌신에 여전히 부족한 보상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09 11월 2023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1963년 시작돼 9일 61회째를 맞은 '소방의 날'은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날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정부 및 사회가 실질적으로 보상하려는 노력은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6월 공상(공무상 요양) 추정법이 시행되면서 업무 중 재해를 입은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는 나아졌지만, 이들이 애초에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형 산불 대비 안전한국훈련

(경산=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30일 경북 경산시 남산면 야산에서 열린 '2023년 재난대응 안전한국 통합연계훈련'에서 대형 산불 상황을 가정해 소방대원들이 산불 진화 훈련을 하고 있다. 2023.10.30 psik

◇ 공상추정법 시행 후 5개월…승인자·승인율 모두 증가

올해 6월 위험 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공무원의 염원이던 공상추정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공상추정법은 소방관, 경찰관 등 공무원이 공무 수행과정에서 유해하거나 위험한 환경에 상당 기간 노출돼 질병에 걸리는 경우 국가가 선제적으로 공무상 재해로 추정해 보상하는 제도다.

입증 책임을 신청인에게 부여한 기존 방식과 달리 국가가 지도록 하고, 공무상 재해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심의를 생략하는 내용을 담았다.

2014년 혈관육종암으로 숨진 고(故) 김범석 소방관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6월 제도 시행 후 10월까지 5개월간 공상 승인을 받은 소방공무원은 617명이다.

1∼5월 454건이 승인된 것과 비교하면 약 36%가 증가한 수치다. 승인율도 1∼5월 84%에서 6∼10월 89%로 상승했다.

소방 공상승인자는 2013년 316명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증가해 2020년 1천4명으로 1천명을 넘어선 후 2022년 1천8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10월까지 1천71건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1천80건에 육박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공상승인자가 증가한 이유로 "우선 정원이 많아졌고, 직접청구제도 및 입증지원사업 등 각종 정책과 이에 대한 홍보가 기여했을 것"이라며 "예전에는 신장암, 방광암 등 승인되지 않는 질병이 많았는데 요즘 인사혁신처에서 폭넓게 인정해주는 경향인 덕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이 지난해 11월 각 소방관서에 흩어져 있던 공상 신청 등 재해보상과 보훈 업무를 전담하도록 신설한 '재해보상전담팀' 또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재해보상전담팀 출범 후 공상 승인율은 89.78%로, 운영 전 88.50% 대비 1.28%포인트 상승했다. 공무 관련성 서류보완율도 운영 전 62.30%에서 32.40%로 29.90%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공상추정법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재난 현장 최전선에서 싸우는 소방관들을 온전히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방관 출신이자 공상추정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공상추정법의 공상 추정 및 위험직무 인정 범위가 너무 제한돼있다"며 "업무 특성을 고려해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재 현장에서 유독 물질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사람은 화재진압 및 구조대원이 아니고 진압 후 정밀한 조사를 위해 기초 장비만을 착용하고 몇시간씩 현장에 체류하는 소방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관들이지만 이들은 위험직무에서 제외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질병 업무 연관성을 판단할 때 의학적 근거만 집중하고 직무 특성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장 출신이 심의회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관 김영국씨

2020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소방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소방관 김영국씨.[국회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 "아픈 후 사후조치 말고 예방에 관심을…정신건강도 관리해야"

근무 중 얻은 혈관육종으로 수년째 투병 중인 소방관 김영국씨는 올해부터 시행된 공상추정법을 두고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가 미안하다고 밝힌 대상은 바로 다른 직군의 공무원들이다. 공상추정법은 소방관과 경찰 등 위험직무를 하는 공무원들만을 대상으로 해 일반 공무원들은 해당하지 않는다.

김 씨는 이미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병세가 심각하나 하루빨리 회복해 일선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일 정도로 뼛속까지 소방관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국정감사장에 나서 발언할 정도로 공상추정법 제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공상추정법이 제정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며 "우리만 혜택을 보게 된 것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할 뿐이다. 앞으로 다양한 공무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바랐다.

투병 중임에도 그는 쉬고 있는 것 자체가 미안할 뿐이라며 동료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 씨는 "소방은 현장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들이 대다수"라며 "빨리 돌아가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나와 같은 질병이 인천본부만 해도 계속 발견되는 등 동료들의 건강이 우려되는데 다들 치료라도 마음껏 눈치 보지 않고 받고, 편히 요양하면서 건강을 회복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업무상 재해 후 사후 조치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예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늦었지만 이제야 설립이 추진된 국립소방병원은 단순히 치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방관들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소방관들이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방관들도 아픈 것을 숨기기보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 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우리가 스스로 관심을 갖고 움직여야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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