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용인에 非明 오형제까지”…‘언더독’ 역습, 총선 판세 바꿀까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거대양당의 비주류 세력이 ‘반란’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여당에선 이준석 전 대표를 필두로 비윤석열(비윤)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이 다시금 뭉쳤다. 야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파로 징계처분까지 거론된 비명(비이재명)계 중진들(이상민·조응천·이원욱·김종민 의원 등)이 자체 모임 결성을 예고했다. 이 같은 ‘언더독’들의 역습에 양당 지도부도 총선 판도에 지각변동이 생길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 상황에 질식”…움직임 나선 비주류
이준석계 인사로 분류되는 ‘천아용인’ 네 사람은 지난 11일 공개적으로 회동 사실을 알렸다. 이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이날 서울 동대문구 허 의원의 사무실에서 4시간가량 만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깜짝 만남이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이준석 신당’ 합류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점쳐졌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신당에 관심을 보인 국민의힘 의원 5~6명의 이름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천아용인 네 사람도 신당 합류에 대해 긍정적인 기류다. 회동 직후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을 때는 항상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천 위원장), “그때 그 각오, 그때 그 마음으로”(허 의원), “만나서 이야기했다. 앞으로의 작전이 이해가 간다”(김 전 위원), “그것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하는 것”(이 의원) 등의 소회도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도 ‘이재명 체제’에 반발하며 움직임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당 지도부의 총선 관리 중책에 연이어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독점하면서 비명계의 불만은 날로 커진 상황이다. 김종민 의원도 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역대 가장 불공정한 공천이 될 것”이라며 비명계 ‘공천 학살’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조응천 의원도 “비명계는 도마 위 생선”, “당 상황이 질식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욱 의원은 비명계 의원 주축인 ‘원칙과 상식’(가칭) 모임 출범까지 예고했다. 이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상민·조응천·김종민 의원 등과 함께) 공동행동을 할 수 있는 모임을 오픈시킬까 싶다”며 “(모임을 만들면 당 지도부에) 압박이 발휘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기에 이상민 의원은 최근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한 달 안에 결판을 낼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실체 있는 무게” “적이 너무 많아”
정치권에선 언더독들의 역습이 총선 판세를 바꿀 만큼 파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준석 신당’은 유승민 전 의원이 합세하는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5~20%에 육박하는 수치도 나온 바 있다. 여당 내에서도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한 윤상현 의원 등이 “국민의힘 후보 표를 잠식해,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과 영남에서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특히 해당 신당은 이미 제3지대로 나온 금태섭 전 의원과도 물밑 작업을 거친 사실이 알려져 주가가 더욱 오르고 있다. 금 전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전 대표와의 회동 사실을 거론해 “생각이 다른 점도 많은데 그래도 얘기가 통한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이상민 의원 등 민주당 세력까지 연대할 경우 신당의 파급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윤계 여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명분·설득력·지지층도 있고 명망 인사들도 모이는 만큼, 실체 있는 무게”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비주류 세력들이 ‘외연 확장성’에 한계가 있어 총선에 큰 영향을 끼치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이준석 신당의 경우는 ‘정책 아젠다’ 등에서 다른 정치인들과 융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비명계 야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정치를 하며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며 “금 전 의원과는 젠더 이슈에서 양극단으로 치닫고, 이상민 의원과도 장애인 관련 이슈 등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비명계 모임의 경우도 단순히 ‘반명(반이재명)’ 기조만으로는 독자적 영향력을 끼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비명 모임은 누가 봐도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들어 공천을 못 받을 사람들”이라며 “정치는 공동체인 만큼 당내 보이지 않는 윤리가 있어, 당원들 입장에선 배신자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이 당을 따로 만든다고 해도 명분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 자체에 큰 타격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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