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갑-박지원, 볼썽사나운 감정 싸움…사찰·정치권 잡음으로 시끄러운 해남

전남 해남이 수행과 기도 도량인 유명 산사(山寺)에서 흘러나온 잡음과 세간 지역 정치권의 볼썽사나운 감정싸움으로 시끄럽다. 소란의 진원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역 국회의원·전남도의원들이 대흥사 스님들과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역 유력 정치인들 간에 벌어진 날선 설전이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8월 4일 오후 전남 해남 구교리 해남읍 매일시장을 방문했다. 박 전 원장이 윤재갑 의원과 함께 온 해남출신 도의원과 군의원 등에 손을 들어 “맛있게들 드시라”라며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불 지른 윤재갑…논란 낳은 유명 사찰 스님들과 술판 의혹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해남·완도·지역위원장이기도 한 윤재갑 국회의원이 지역구 사찰인 해남 대흥사의 스님들과 고깃집에서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20일 <한국일보>는 지난 11일 오후 6시부터 2시간에 걸쳐 해남군 두륜산 도립공원 관광단지 내 고깃집에서 대흥사 주요 보직 스님들과 윤재갑 국회의원, 전남도의원 등이 식사자리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오전 대흥사에서 열린 호국대성사 서산대제를 추모하는 향례 행사에 참여한 후 다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향례 행사를 마친 스님 등 4명과 함께 윤재갑 의원 등은 식당 내부에 암막 커튼을 치고 삼겹살 구이에 소주, 맥주 등으로 폭탄주까지 만들어 마셨다는 것이다. 해당 언론은 이 자리에 A스님이 의원들을 대접하겠다며 가져온 고급 양주까지 등장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마치 스님들과 부적절한 자리를 가진 것으로 오인·혼동하도록 게재한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며 “(서산대제) 행사 이후 참석자들 간 일상적인 식사 자리를 가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술자리 참석자들의 숫자도 보도된 바와 같이 5명이 아닌 4명이며 식당 내부에 암막 커튼을 친 것이 아니라 간이분리시설이 설치된 좌석에서 식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 측은 보도의 배후에 박 전 원장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분위기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정치권으로 번진 ‘술판’ 불똥…尹 vs 朴, 날선 ‘설전’

불똥은 다음날 정치권으로 옮겨 붙은 모양새다. 윤 의원이 느닷없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갑질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두사람이 날선 설전을 벌였다. 

윤 의원은 23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를 예고한 박 전 원장을 겨냥해 낸 입장문에서 “박 전 원장이 막말을 퍼붓고 공갈 협박한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은 모두 해남·완도·진도 군민들의 선택을 받고 군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직자들로 박 전 원장의 하수인도 부하 직원도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은 지난 8일 개최된 한 재경 완도군 한 행사에서 윤 의원 자신에게 반말을 하거나, 지난 4일 열린 해남에서 열린 축제에서 김석순 해남군의회 의장을 향해 "똑바로 하라"는 등 협박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시사저널 이종현

윤재갑 “막말과 공갈·협박” 분노 vs 박지원 “술판에 끌어들이지 말라”

윤 의원은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의 총선 출마 행보 이후 해남·완도·진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4일 해남에서 열린 ‘미남축제’ 에 참석한 박 전 국정원장이 김석순 해남군의회 의장을 향해 ‘나 민주당 상임고문이야’, ‘똑바로 해’, ‘두고 보겠다’ 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해남·완도 지방의원 1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원장의 사과와 불출마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개최된 재경 완도군 향우회 정기총회 및 체육대회에서 현역 국회의원인 저에게 ‘야, 내가 이쪽으로 돌면 너는 저쪽으로 가야지’ 라고 반말과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며 “설상가상으로 해남 대흥사 암자 스님과 차담 후 다른 장소에서 ‘땡중’이라고 표현하는 등 스님을 향해서도 명예훼손적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종교인들까지 줄 세우기 하려는 의도인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자신의 SNS에서 윤 의원의 주장에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뿐 대답하지 않음), 웃고 넘기겠다”고 일축했다.  

이어 박 전 원장은 “나는 평화로운 해남·완도·진도에서 법을 지키며 평화롭게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며 "술판에 나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군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윤 의원을 향해 “더 이상 문제가 확산되지 않게 자중자애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는 윤 의원이 최근 불거진 ‘술판 의혹’ 논란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이를 덮기 위해 자신을 터무니 없는 갑질 논란의 당사자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신흥 전남정치 1번지’로 떠오른 해남·진도·완도

박 전 원장이 한때 저울질했던 총선 지역구를 목포에서 해남·진도·완도로 확정하면서 수성과 탈환을 놓고 두 사람 간에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덩달아 박 전 원장의 출정으로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인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하면서 해남·진도·완도가 신흥 전남정치 1번지도 떠오르는 모양새다.   

현재 내년 해남·완도·진도 지역구 총선 출마자는 민주당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윤재갑 현 의원과 박지원 전 원장 외에도 김병구 변호사, 윤광국 전 한국감정원 호남본부장, 이영호 전 의원, 장환석 전 청와대 행정관, 정의찬 이재명 대표 특별보좌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조웅 해남·완도·진도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