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직접 물으라” 이준석 “반쯤 긁은 복권”…‘김건희 특검’으로 1차전?

  20 12월 2023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그건 이준석 대표가 저한테 물어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신 묻지 말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이준석 전 대표를 사실상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한 짧은 메시지였지만 그 안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히 담겼다.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두 인물이 총선 앞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정치 1차전’을 치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다면 “김건희 특검 수사를 총선 이후에 하기로 합의하자며 (야당에) 역제안을 할 것”이라며 “다만 민주당이 콧방귀도 안 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에 앞서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대신 묻지 말고 이준석 전 대표가 물어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선동용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접근법에 있어 이 전 대표와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이 전 대표도 전날 곧장 별도 공지를 내고 “한동훈 장관의 직접 질의 제안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KBS에 출연해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 3분의 2 이상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한 장관이 예측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했던 것 같은데, 정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JTBC에서도 “김건희 특검은 ‘시험에 꼭 나오는 문제’라고 선생님이 집어 주는 예상 문제인데 왜 답변을 준비 못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을 겨냥해 “복권을 반쯤 긁었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고도 평가했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한동훈, 복권 1등과 꽝 그 어딘가”

그동안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을 향해 다양한 비유를 사용하며 평가해왔다. 그 중 하나가 ‘긁지 않는 복권’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17일에도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은 긁지 않은 복권 상태인데 1등도 꽝도 있다. 그 가운데 어딘가 성과도 존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행보를 가시화하면서 한 장관을 향한 평가가 날로 야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전날 “(한 장관은 지금) ‘너희 다 조용히 하면 (비대위원장) 해줄게, 너희가 이견이 없으면 해줄 게’ 이런 상태”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정계 입문을 할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와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날 이 전 대표를 향한 한 장관의 첫 일성이 더욱 주목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한동훈 비대위’ 앞에 놓인 여러 과제 중 하나로 바로 ‘이준석과의 갈등 해소’가 꼽히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기존 스케줄대로 오는 27일 탈당한 후 창당에 나설 경우,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거란 분석이다. 당내에서도 “분열은 필패”라며 새 비대위가 이 전 대표의 탈당은 적극 만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저울질하며 줄곧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해왔다. 사퇴한 김기현 전 대표는 끝까지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전 대표가 물러난 후로 이 전 대표와 소통을 주도하고 있는 당내 인물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창당을 가속화할 수도, 멈출 수도 있는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국회에 도착,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이준석이 요구하는 ‘용산 변화’ 못 이끌어낼 것”

국민의힘 내에선 한 장관이 ‘통합’을 자신의 성과로 삼기 위해 이 전 대표와의 협상에 적극 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도 한 장관과의 협상을 신당 창당 전 ‘마지막 변수’로 여기고 있을 거란 관측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한 장관이 이 전 대표의 이탈을 막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이 전 대표가 이미 신당 행보를 번복하기엔 감정적으로 너무 멀리 갔다는 평가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전 대표는 선거를 두 번이나 승리로 이끌었는데, (당에서 이 전 대표를) 별다른 하자도 없이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를 내리며 결국 몰아내다시피 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그 당에 또 들어간다고 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도 최근까지 “국민의힘에 잔류할 가능성은 없다”며 27일 탈당을 사실상 못 박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 장관이 이 전 대표가 요구한 ‘윤석열 대통령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어제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직을 사실상 수락하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그 한 마디에서 향후 용산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나갈 것인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 장관도 여론을 의식해 표면적으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그리고 당내 주류를 향해 어느 정도 쓴 소리를 할 순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것이 이 전 대표가 요구하는 ‘근본적’ 변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한 장관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전날에 이어 국회에 출석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한 전날 발언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 장관은 “어제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지 않느냐”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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