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합은 없다’…국민의힘-이준석 결별 손익계산서는?

  29 12월 2023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제2의 울산회동’은 없다. 12월27일 예고했던 대로 국민의힘과의 결별을 선언한 이준석 전 대표는 “총선 전 재결합은 없다”고 확언했다. ‘한동훈 호’를 갓 띄운 국민의힘도 쿨하게 이별 인사를 건네며 인연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2021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극적 화해를 이루었던 이른바 ‘울산 회동’이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한 지붕 아래 애증관계를 마치고 경쟁 구도를 본격화한 국민의힘과 이 전 대표. 오는 4월 받아들 총선 성적표에 웃음 지을 쪽은 어디일까.

 

세대교체‧혁신 경쟁, 이준석 우위 점할 가능성

이준석 전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거대 양당을 ‘고래’, 자신을 ‘새우’에 비유하며 “포기하지 않으면 시간은 새우의 편”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과 경쟁 구도에 놓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지는 보름달’, 자신을 ‘차오를 초승달’에 빗대기도 했다. 지킬 것 많은 국민의힘과 한 비대위원장은 잃을 것도 많으며, 새롭게 시작하는 자신 앞엔 그만큼 새로운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의 결별로 총선에서의 보수 표 분산은 불가피해졌다. 이는 지켜야 할 의석이 더 많은 국민의힘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준석 신당이 영남권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승리해 5~10석만 얻어도, 즉각 이준석은 ‘성공’ 국민의힘은 ‘실패’로 평가받게 된다. 이 전 대표는 총선에서 전국에 60명에서 80명의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결별 과정에서 앙금이 쌓인 만큼 향후 국민의힘과 이준석 신당 사이 후보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도 요원하다.

국민의힘으로선 정치권의 대표적인 ‘스피커’ 이 전 대표를 총선 전 ‘적’으로 돌린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과의 대립각이 선명해진 이 전 대표는 이미 내부총질보다 더 수위 높은 ‘외부총질’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총선까지 줄곧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미디어를 활용해 한 비대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과 동일시하며 끊임없이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세대교체와 혁신 경쟁에 있어 한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보다 자신이 비교 우위에 있음을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한 비대위원장의 능력주의적 면모와 그가 이끌 ‘789(70‧80‧90년대생) 비대위’로 어느 정도 세대교체 상징성을 사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에 있어 이 전 대표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나 586 운동권 세력과의 대결에 있어선 ‘뉴(NEW) 세대’라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 비교했을 땐 바로 ‘올드(OLD) 세대’가 돼버린다”며 “당장 2030 세대에 어느 쪽이 더 소구력이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 전 대표가 탈당한 후 그의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성향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연일 탈당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이들의 이탈을 막아낼 인물은 국민의힘 내에 부재하다. 한 비대위원장의 주요한 지지층도 청년이 아닌 전통 지지층인 장년 세대다. 총선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청년 민심에 대한 국민의힘이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11월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콘서트에서 허은아 국회의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맨 오른쪽), 이기인 경기도의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세력화가 과제…아직은 모든 게 불투명

하지만 이준석 신당이 가진 가능성이 큰 만큼 그것이 지닌 리스크도 상당하다. 당장 신당에 대한 관심도가 언제 싸늘히 식어버릴지 알 수 없다. 실제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한 이후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관심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총선까지 100일여 동안 신당의 동력을 지속하기 위해선 세력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현재까진 이 전 대표 곁에 사실상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중 천‧아‧인 뿐이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잔류를 결정하면서 그마저의 동력도 한 차례 꺾인 상태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이 전 대표를 따라 나갈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 공천 경쟁에서 낙마한 인사들이 뒤늦게 합류할 수 있다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이 또한 가변적이다. 현역 의원들의 합류가 있어야만 총선에서 이 전 대표가 목표한 ‘기호 3번’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빈틈을 채우기 위해 향후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 이낙연 신당 등과 연대‧통합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또한 아직은 불투명하다.

또 여야 지도부가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을 낮추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도 이 전 대표로선 장애물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이준석 신당은 한동훈 비대위의 위기와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취재진에 “이 전 대표의 스타성만으로 신당을 이끌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김무성‧유승민 등 중진 의원과 함께했던 바른정당 때보다 더 난관이 높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잔류했다면 차기 주자인 이 전 대표에게 반드시 기회가 왔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 전 대표 탈당과 신당 창당이 당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선 용산과 당을 저격해 온 이 전 대표의 이탈이 총선 전 당력을 모으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도 내다봤다. 당내선 ‘앓던 이가 빠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관계자는 “그동안 이 전 대표의 발언들이 대중에게 ‘국민의힘이 계속 갈등과 분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 왔다”며 “이 전 대표의 탈당이 주는 손실도 없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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