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당했다” 이준석 지지층 이탈 조짐…복잡해진 손익계산서

  13 02월 2024

개혁신당 이낙연(왼쪽), 이준석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60일 전이자 설 연휴 첫 날인 지난 9일 제3지대가 전격 합당을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의 지지층 사이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이 대표가 내세워 온 합리적 개혁 보수와 다른 길을 택한 데다,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당명도 대표직도 지킨 채 ‘빅텐트’를 이뤄냈지만 핵심 지지층을 지켜내지 못할 상황에 놓이면서, 이 대표의 합당 손익 계산은 날로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이 손을 잡은 직후부터 개혁신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합당 결정을 비판하거나 ‘탈당’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글 1000여 개가 게재됐다. 13일 오후 현재에도 게시판엔 ‘탈당 언제 되냐’ ‘빨리 탈당 처리해 달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 지지층이 주를 이룬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선 “입당 한 달만에 탈당한다”는 등 당원‧지지자들의 ‘탈당 인증’과 ‘지지 철회’ 글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 이 대표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탈당을 팩스로 하는데, 몇 백 개 정도 단위가 들어와 있는 것은 확인을 했다”며 “실제 지금 상황에서 오해하시거나 불만 있으신 분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탈당과 지지 철회를 밝힌 데에는 이 대표가 ‘보수’의 가치와 정체성을 버렸다는 이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해 온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과 한 배를 탔다는 점 자체로 이 대표의 정체성이 희미해졌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젠더‧페미니즘’ 이슈로 대립해 온 정의당 출신 류호정 전 의원과 함께한다는 점에서도 그동안 이 대표의 기조를 스스로 뒤집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합당 과정에서 ‘당명’ 외에 뚜렷한 실익을 챙기지 못했다고도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커뮤니티에선 ‘보수에는 엄격하고 진보에게 자애롭다’거나 이 대표를 ‘이제 개혁보수는 끝났다’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합당을 하는 이유와 가정을 사전에 설득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 또한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개혁신당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 과정에서 소통 절차의 미흡함으로 소외감을 느끼시고 우려를 하게 되신 당원과 지지자께 죄송하다는 사과와 잘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밝혔다. ‘보수 정체성’ 상실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CBS라디오에서 “개혁신당의 기존 구성원 중 누구도 개혁 보수적 가치관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과거 바른미래당 때도 유승민과 이준석이 갑자기 진보가 됐던 건 아니다”라고 달래기에 나섰다.

류 전 의원과 관련해선 “개인의 참여를 막을 순 없었다”면서도 “류 전 의원의 주장들이 개혁신당 내 주류적인 생각이 될 가능성은 약하다. 젠더관에 대해서도 제가 동의하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에게 ‘마이너스 통합’?…평가 분분

세력은 얻었지만 지지층 이탈 위기에 놓인 이 대표의 합당 손익계산에 대한 분석도 분분하다. 이 대표가 향후 정치 활동에 있어 보다 넓은 마당을 갖게 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차기 보수 정치인으로서 확고했던 정체성과 존재감이 희석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를 지지해 온 2030 남성 지지층의 강한 반발과 탈당으로 당장 일정부분 손해를 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훨씬 넓어진 제3지대를 이끌게 된 만큼 새로운 중도 민심을 얻을 기회도 갖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총선에서 개혁신당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핵심이겠지만, 이 대표로선 이번 합당이 일각의 비판이나 반발처럼 ‘마이너스’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합당한 개혁신당의 ‘정체성’과 ‘대표성’ 부재를 지적하며 이 대표 개인의 정치적 존재 역시 희미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통화에서 “합당한 제3지대 앞날에 세 가지 물음표가 뒤따른다”면서 “우선 거대 양당에 대한 총결집 상태가 역대 가장 강한 만큼, 이들이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또한 공동대표인 이낙연-이준석 수평적 지휘체계가 ‘전쟁’ 같은 선거 상황에선 굉장히 삐걱거릴 수 있다. 공약‧정책, 지향점 면에서 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정체성’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합당 전 개혁신당은 비(非)윤석열 성향의 개혁보수를 대표했는데 이낙연‧이준석이 손잡은 개혁신당은 대체 누구를, 어느 성향과 세력을 대표하고 있는지가 굉장히 희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도 당과 함께 정체성이 희미해질 수 있다”며 “상당히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고 잘해야 본전인 ‘마이너스’ 통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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