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재명, 4·3 추념식 총집결…尹 없는 제주서 ‘反尹’ 횃불 든다

  02 04월 202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인사말을 나눈 뒤 비공개로 전환되자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76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등 범야권 핵심 인사들이 당일 제주 현장에 총집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여당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참석할 계획이다.

1일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범야권 인사들은 오는 3일 제주를 직접 방문해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할 계획으로 확인됐다. 조국 대표는 시사저널에 “4·3 추념식에 참석한다”고 직접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자당 비례대표에 출마한 후보들과의 동행 여부에 대해선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미래에서도 오영환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차원에서 현장 추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오 위원장은 통화에서 “현장 추념식에 갈 계획”이라며 “당연히 저희 당도 추념식 관련해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낙연 새미래 대표는 광주 총선 유세 일정에 임하는 만큼, 제주행에 동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3 희생자 추념식에 직접 참석한다고 밝혔다. 당 차원에서는 제주 선거대책위원장인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 후보)과 제주 지역 후보인 김한규 의원(제주 제주을), 문대림 후보(제주 제주갑) 등도 참석이 예정돼있다. 여기에 녹색정의당 지도부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추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은 이번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제주 지역구에 출마하는 총선 후보도 없고, 일정상 참석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천하람 총괄선대위원장은 통화에서 “저희도 당연히 당일 제주 추념식에 가고 싶지만, 제주 지역구 후보도 없고 선거 일정도 타이트해서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불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대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제주 지역구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총선 후보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최근 여권 총선 지표가 좋지 않은 만큼, 인 위원장 등이 제주에 방문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밥집’ 야외 배식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며 추가 배식 희망자를 찾아 오가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尹-韓’ 동시 불참 가닥…“野 정권심판론 효과 커질 듯”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념식에 불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치권과 제주 정가에 따르면, 올해 추념식에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 대신 참석할 예정이다. 추념식을 주관하는 제주도 차원에서도 국무총리 참석을 전제로 추념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이 참석하게 되면 보안상 경호팀이 행사 일주일 전에 현장 점검을 해야 하는데 그런 동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야권에선 윤 대통령의 불참을 두고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을 향해 “가고 싶은 곳만 가는가, 대통령에게 4.3은 어떤 의미인가”라며 “등 돌린 표심을 잡겠다고 전국의 격전지를 돌며 관권선거 운동을 마다하지 않았던 대통령이 4.3 추념식에는 왜 불참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작년에도 프로야구 시구하겠다고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는 어떤 핑계로 불참하려고 하느냐”며 “대구까지 가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고 봉사활동에서 김치찌개 끓일 시간은 있어도, 4.3 추념식에 할애할 시간은 없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도민의 아픈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말고, 4.3 희생자의 넋을 보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선 총선을 약 일주일 앞두고 범야권 ‘반윤(반윤석열) 세력’이 제주 4·3 추념식을 계기로 ‘정권심판론’에 더욱 불을 붙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이재명 대표는 3일 추념식 참석 직후 합동기자회견도 예고한 상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없는 제주에서 이재명·조국을 비롯한 야권이 전부 집결한다면, 총선 직전 제주도에서 범야권이 좋은 그림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며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봤다.

한편, 대통령직 재임 중 세 차례 추념식에 참석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올해 4·3 당일 제주를 방문하는 대신, 양산 평산책방에서 현기영 작가를 초청해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현 작가는 저서 《제주도우다》를 통해 4·3의 비극을 깊게 해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해당 행사는 당일 유튜브로도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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