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돌아온 나경원·권영세·안철수…한동훈 공백 누가 메울까

  11 04월 2024

‘차기 대선 전초전’인 4·10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했지만 거물급 중진들은 상당수 생환하면서 여권의 재편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원톱’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된 국민의힘 내에서 차기 대권 주자들의 당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강벨트 초접전 지역 동작을에서 정권심판론을 뚫고 ‘정치 신인’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긴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이 4년 만에 여의도에 복귀한다. 선거 막판까지 류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어졌으나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승리했다. 나 당선인은 21대 총선에서 판사 출신 정치 신인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한 후 4년간 절치부심 바닥을 훑어왔다. 권영세(용산) 당선인과 함께 국민의힘 서울 최다선인 5선 중진이 된 나 당선인은 보수 정치의 상징적인 지역을 탈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동작을에 8번이나 방문해 지원 유세를 했는데도 살아 돌아온 것 또한 당권 도전에 명분을 더한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중진인 권영세, 나경원,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경기지역 최대 승부처로 꼽힌 성남 분당갑 선거에서 ‘친노 좌장’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이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유력 여당 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분당갑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인데도 ‘정권심판론’이 거세게 불면서 두 후보가 선거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였다. 예측조사 결과에서도 안 의원이 열세였지만 이를 뒤집고 승리했다. ‘비윤(非윤석열)계’인 그는 지난해 3·8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했지만 당시 나 당선인과 함께 대통령실의 견제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는 대통령실의 입김이 줄어들면서 안 의원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보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정부 첫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5선 고지를 달성하며 유력 여당 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정치 1번지’가 된 용산을 지켜낸 권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대학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이재명 대표가 용산을 정권 심판의 상징 지역으로 삼고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끝을 이 지역에서 하며 전력을 다했으나 권 의원이 수성하면서 향후 당 대표 등을 노려볼 만하게 됐다.

김태호 경남 양산을 국민의힘 후보가 26일 오전 경남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22대 총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기자

경남 양산을에서 김두관 민주당 후보를 꺾고 4선 고지를 밟은 김태호 의원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야당 강세 지역을 탈환해 달라는 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존 지역구(산청·함양·거창·합천) 대신 양산을에 도전했기에 승리가 더욱 값지다는 분석이다. 2006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이어 또 한번 김두관 후보를 이기면서 체급이 올라간 데다, 이번 총선에서 더 이상 보수 텃밭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된 부산·경남(PK)지역에서 싸워 이긴 만큼 김 의원의 당권 도전 명분이 충분해졌다는 평가다. 

대구 수성갑에서 6건 고지에 오른 주호영 의원이 오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 의원은 대구·경북(TK) 출신의 여당 최다선이 됐다. TK 외 지역에서 중진급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 어깨가 무거워진 주 의원이 당내 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주 의원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 때, 2020년 21대 총선 대패, 2022년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 사태 때 등 당이 위기에 몰렸을 때 리더 역할을 무난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총선 패배의 영향에서 비켜나 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대구시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당내 기반이 없는 상황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세훈계'에서 그나마 당선 확률이 높았던 오신환 전 정무부시장이 아쉽게 낙선했지만, 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비켜나 있는 만큼 새로운 정치 활로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다. 집권 여당에 쓴 소리를 해온 홍 시장 또한 앞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급 참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정에서 책임질 사람들은 신속히 정리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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