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냐, 경쟁이냐…이재명 앞에 놓인 '돌풍 조국'

  12 04월 202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김부겸(왼쪽)·이해찬(오른쪽)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4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이재명 대표는 명실상부 야권 차기 대권 1위 후보로 각인됐다. 당장 5월 원내대표 선거와 8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구축한 친명(친이재명)계 헤게모니가 강력하게 작동할 전망이다. 다만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와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의 경쟁관계가 차기 대선까지 당권 유지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권을 쥐었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터진 각종 의혹이 사법리스크로 부상하면서 리더십에 도전을 받아왔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최고조에 이른 사법리스크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일정 부분 해소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2선 후퇴,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이낙연 전 대표와 이원욱, 조응천, 김종민 의원 등이 줄줄이 탈당하는 내홍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총선과정에서 ‘비명횡사’ 공천 논란에도 당 주류를 친명계로 교체하면서 당내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했다. 당권 유지는 물론 차후 대선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총선 한 달여 전까지도 공천 파동으로 민주당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아 보였으나 거세진 정권심판론으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이 대표가 ‘혁신 공천’으로 승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당 차원의 방탄도 공고해질 전망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는 이 대표가 아니더라도 이 대표와 가까운 친명계 인사가 당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당헌·당규상 대표직 연임 불가 규정이 없는 만큼 이 대표의 재도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연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장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부터 강성 친명 지도부 체제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노원갑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우원식 당선인과 마포을에서 4선에 성공한 정청래 당선인 등 친명 다선 의원들 간의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공천과정에서 탈당한 친문계 인사들과의 주도권 다툼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명계 좌장격인 4선 홍영표 의원은 앞서 지역구 경선에서 배제되자 탈당했다. 다만 친문(친문재인)계에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계파 갈등으로 인한 내분을 막기 위해 계파색이 옅은 인사가 총대를 메고 내부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끈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서울 중·성동을에 도전했으나 컷오프(공천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3번의 경선 끝에 탈락한 재선 박용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임 전 실장과 박 의원은 당 지도부에 의해 컷오프됐지만 ‘험지’ 위주로 지원 유세를 다니면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들은 8월 전당대회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세력 결집을 노린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김동연 경기지사가 차기 대권을 두고 이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0일 오후 조국혁신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주도권 다툼으로 야권 내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윤석열 정부 견제를 위해 힘을 합치면서도 차기 대권주자 경쟁 구도에 놓인 만큼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대표는 정권심판론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비례 2번으로 원내에 입성했다. 두터운 팬덤을 거느린 조 대표는 일찌감치 차기 대권주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이 왜 민주당과 합당을 하겠나. 한국에선 이미 충분히 대선주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경기 하남갑에서 '친윤 호위무사' 이용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당선인은 차기 국회의장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통상 원내 1당 최다선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는다. 판사 출신인 추 당선인은 여성 최초 5선 의원, 제2대 민주당 대표 등을 지내 '추다르크'(추미애와 잔다르크의 합성어)로 불린다. 지난 21대 총선 민주당 승리의 주역이었던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믿을 언덕’이었던 광주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시면서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가 이끌던 새로운미래도 1명의 지역구 당선자만 내는데 그쳐 존립이 위태로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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