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난 尹대통령, ‘反尹 수장’ 조국은 만날까

  30 04월 2024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8개월 만에 영수회담을 가졌지만, 결과는 공동합의문도 없는 ‘빈손 성과’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범야권 다음 타자로 ‘원내 제3당’에 오른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만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만남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조 대표가 총선 정국부터 선명한 ‘반윤(反윤석열) 기조’로 민감한 의제들을 꺼내며 각을 세워온 만큼,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접견에 자리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尹에 각 세우는 조국…“SNS 사진 올리려고 이재명 만났나”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와 2시간15분에 걸친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 대표는 비공개 차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A4 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15분간 읽으며 ‘전국민 재난 지원금 지급’을 비롯한 각종 의제 요구를 쏟아냈다. 다만 직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양측은 의료개혁을 제외한 ‘재난 지원금’, ‘연금 개혁’, ‘이태원 참사 특별법’, ‘여·야·정 민생협의체 구성’ 등 대부분 의제에서 협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 반응에서도 회담 성과에 대한 온도차가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민생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우리 당이 주장한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혹평했다. 특히 박성준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도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토로했다.

조국혁신당도 빈손 회담에 대한 ‘대통령 책임론’을 내세우며 각을 세웠다. 조국 대표는 29일 영수회담이 끝난 직후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 “SNS에 사진 올리려고 이재명 대표를 만난 거냐”며 “야당 대표가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 물음을 질문지로 만들어 들고 갔지만, 윤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시험에서 백지 답안을 낸 꼴”이라고 직격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도 3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영수회담이 결국 한 번 만난다는 데만 의미를 두는 자리가 돼버렸다”며 “국민들이 기대했던 건 이런 영수회담이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가 총선 민심을 가감 없이 잘 전달하고 윤 대통령이 수용해서 국정 기조를 쇄신하는 성과가 나왔어야 하는데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역시 사람은 잘 안 바뀐다. 특히 오만과 편견이 자리 잡고 있는 검사 출신은 더 그렇다”며 “총선 민의를 받들려는 자세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曺 회동’ 가능성은? 정치권에선 어렵다는 기류 확산

이 같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조국 대표와 회동을 가질지 여부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조 대표는 이미 윤 대통령에게 두 차례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그는 앞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회동 자리에서 예의를 갖추며 단호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개요청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의 답변을 기다린다”고 했다. 또 20일에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성사를 거론하며 “제가 제안한 만남에 대해서도 수용하시길 촉구 드린다”고 했다.

조국혁신당도 22대 국회에서 12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3당’에 오른 만큼, 윤 대통령도 야권과의 ‘협치’ 차원에서 조 대표의 만남 요청을 묵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최근 이재명 대표와의 저녁 회동을 통해, 향후 22대 국회에서의 정국 운영과 법안 처리를 비롯한 주요 안건에 대해 폭넓은 공조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특히 조 대표 측은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의 회담 의지를 이어갈 방침으로 확인됐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저희는 이미 조국 대표가 대통령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자는 제안을 이미 한 상태고, 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만약 대통령실에서 어떤 답이 온다면 그때 당연히 만남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저희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조국 대표가 직접 공개적으로 대통령에게 ‘예의바르고 단호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다고 전달해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확답을 요구하는 내용이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등 민감한 의제로 구성돼있어, 대통령 입장에선 조 대표와의 회동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때보다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조 대표는 총선 정국부터 ‘반윤(반윤석열) 기조’를 내세우며 대통령을 맹폭해온 만큼, 윤 대통령이 선뜻 손을 내밀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윤 대통령이 조 대표를 만날 가능성은 적다고 보는 기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영수회담은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의 만남이다. 이재명 대표는 입법 권력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은 행정 권력의 수장인 부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는 제1야당을 넘어 권력의 실체로 인정한 것이다. 반면 조국 대표는 12석에 불과한 제3당 수장인 만큼, 대통령이 조국 대표를 만날 이유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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