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인터뷰] “與, 보수 가치‧수권 능력 잃어…합당? 추워도 지금이 행복”

  22 05월 2024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 개혁신당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개혁신당 신임 수장으로 선출돼 2기 지도부를 이끌게 된 허은아 대표는 22일 “국민이 ‘맞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개혁신당이 있겠다”며 “2027년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당의 상징인 이준석 전 대표 관련해서는 “일관성과 인지도 면에선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며 “의회 활동을 하면서 더 크고 넓은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개혁신당 사무실에서 진행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최근 총선 백서 작업 등을 봤을 때 보수의 가치나 수권 능력을 잃어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합당 가능성에 대해선 “추워도 지금이 행복하다”며 “합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따뜻한 그 안에서 버텼을 것”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 113명의 이름을 전부 부르며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져주길 촉구한 그는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더 용기내기 힘들어진다”며 “보수의 가치를 지켜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은 채상병 특검에 있어선 끝까지 찬성하며 추진할 것”이라며 “채상병 건과 관련해 앞서 ‘국화 1000송이’와 같은 당 차원의 행보를 24일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먼저 당대표 당선 소감을 듣고 싶다.

“헌정사 최초로 당원 투표율이 70%를 넘긴 전당대회였다. 무엇보다 ‘여성 가산점’ 없이 선출됐다. 그래서 스스로 더 당당하고 의미가 깊다.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상식적으로 당을 이끌겠다.”

어제(21일)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각각 만났다. 어떤 얘기 나누었나.

“인사를 드리러 간 것이어서 서로 싫은 소리는 안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황 위원장이 ‘웃으면서 정치하자. 그래야 국민이 힘들지 않다’라고 말씀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재명 대표에겐 ‘특검 너무 남발하지 말아 달라’ ‘숫자로 상임위에서 밀어붙이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제가 얘기 드렸다. 우리 당 3명 상임위 잘 챙겨달라고도 부탁했는데 정무적 판단에서 어쩔 수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다. 재미있었다.”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2027년 젊은 대통령을 배출해내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우선은 조직을 확실히 재정비하고 체계화해 ‘조직다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최고위원들을 인선했으니 빠르게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도 서둘러 만드는 등 속도를 내겠다. ‘일하는 2기 지도부’로서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는 준비를 빠르게 갖춰나가 ‘정말 대통령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당이구나’ 하는 믿음을 드릴 것이다.”

‘이준석당’이라는 인식은 깨고 싶은가.

“창당한 지 4개월이 됐다. 애초에 이준석이라는 인물을 바라보고 모였는데 ‘이준석당’이 아닌 건 말이 안 된다. 다만 계속 ‘이준석당’으로 머물 것이냐. 그건 아니다. ‘제2의 이준석’을 계속해서 배출해내고 외연을 확장해나가고 싶다. 그걸 만들어내는 2기 지도부가 되고자 한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 이준석 전 대표의 강점, 그리고 더 갖춰야 할 보완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전 대표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인지도다. 전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일관성이 있다. 아무도 말하지 못하는 걸 용기 내 일관되게 말해왔다. 심지어 젊다는 점도 분명 강점으로 작용해왔다. 그동안 누군가의 승리와 당선을 위해서만 일해왔는데, 이제 국회에 들어가게 됐으니 국회에서 좀 더 크고 넓은 리더십을 얻게 된다면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상에 좀 더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22대 국회에 3명이 입성하게 됐다. ‘캐스팅보터’로서 영향력 발휘를 하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시각이 있는데.

“물론 법안 발의할 때 의원 수가 더 필요하다(법안 발의에는 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3명으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겠지만 우리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단적으로 우리 당이 5‧18에 맞춰 ‘1000송이 국화’를 헌화한 것도 당의 크기나 숫자 그 이상으로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 숫자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우리의 행보들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 개혁신당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평가한다면.

“(그동안의 거부권 행사 중) 가장 비겁하고 추악하다고 평가한다. 채상병 의혹은 특검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사건이다. 제가 어제 이재명 대표를 만나 ‘특검 남발해선 안 된다’고 했던 것도 이렇게 채상병 건처럼 정말 특검이 필요한 사안조차 제대로 진행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정부가 해외 직구 규제 정책을 철회한 것처럼 부디 이 거부권도 철회해주시기를 바란다. 이 문제는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우리 당이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을 해 온 만큼 우리만의 색으로 계속해서 특검의 필요성을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금요일(24일)에도 관련한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시 국민의힘에서 많은 이탈표가 나오리라 보나.

“제발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전 회의에서 의원들 이름까지 다 부른 것이다. 저는 이번에 통과가 안 되면 22대 국회에선 더 어려워질 거라고 본다. 재발의가 되면 또 여당 내 당론 채택 얘기가 나올 거고 그러면 의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원내에 있으면서 당론에 어긋난 목소리를 내는 건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엔 그래도 여당 내 낙선하신 분들도 많고 안철수 의원 등 공개적으로 찬성 목소리 내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나. 지금이라도 보수의 가치과 양심에 따라 용기 내주시길 바란다. 언제까지 채상병 특검법으로만 국회가 싸워야 하나. 이젠 국민연금을 비롯해 민생 문제를 두고 건강하고 건전하게 싸우고 싶다.”

야권에선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 22대 국회서 여러 특검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개혁신당의 스탠스는 무엇인가.

“김 여사 특검에 대해 저는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당 차원에서 더 깊은 논의를 해볼 예정이다. 특검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당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해 ‘정상적인’ 결정을 내릴 것을 약속드린다. 분명한 건 국민이 생각했을 때 ‘이게 맞지 않아?’라는 그곳에 개혁신당이 어김없이 있을 거란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이재명 대표와도 만나는 등 총선 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데, 이번에 채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렸다. 대통령 자신만의 ‘마이 웨이’를 걷고 계신 것이 안타깝다. 계속 이렇게 하시면 국민도 정부를 등지고 국민끼리의 ‘아워 웨이(our way)’를 가게 될 수 있다. 말로만 소통을 강조하면 안 된다.”

총선 패배 후 국민의힘도 백서 작업에 나섰고, 차기 당권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

“총선 백서 특위가 아니라 총선 백서 특위의 백서를 제작해야 할 만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말을 빌려) 아사리판인 것 같다. 보수의 가치나 수권의 능력을 잃은 게 아닐까 참 답답하다. 그럴수록 우리 당이 대안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대 국회서 협상 파트너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출마는 그분의 자유이니, 이번이 기회라고 판단하시는 데 대해 특별한 의견은 없다. 만일 국회서 만나게 되면 같은 70년대생으로서 서로 잘 소통이 됐으면 한다.”

다음 큰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합당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여전한데 어떤 답변을 주고 싶나.

“우리 당이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에서 할 말 다 하고 용기를 내서 박차고 나온 분들로 이뤄져 있잖나. 다시 합칠 수도 없고. 다시 합칠 거였으면 따뜻한 그 안에서 버텼을 것이다. 작은 정당이니까 아무래도 추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기가, 지금이 행복하다. 저는 전문대를 거쳐 박사까지 했고 저조차 예상 못했던 국회의원에도 당선됐다. 이젠 당 대표까지 됐다. 안 된다고만 생각했다면 불가능했던 삶이다. 우리 당도 마찬가지다. 포기하지 않으면 어떤 꿈이나 목표든 이뤄진다는 걸 제가 삶으로 겪어서 안다. 우리 당 힘들 거고 안 될 거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 조금 더 응원하는 시선으로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허은아 후보가 이준석 대표로부터 당기를 건네받은 뒤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도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했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 일극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 대표를 접견했을 때 제가 ‘소수의견’을 더 경청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안이든 바깥이든. 이번에 우원식 의원이 의장 후보가 된 것도 이 대표에겐 더 잘 된 일이라는 말씀도 드렸다. 듣는 사람이 많아 어떤 답을 하진 않으셨지만 잘 들으셨다.”

최근 ‘여성판 N번방’(국내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성범죄 사건)에 대해 앞장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문제를 왜 강조하고 있고, 또 정치권에서 여기에 비교적 소극적인 이유 무엇이라고 보나.

“여성 정치인이 말하기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받아왔던 일종의 혜택들을 내려놓아야만 말할 수 있는 의제다. 젠더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심각한데 상당히 예민한 의제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 정치권에서 계속 다뤄줘야 한다. 그래야 이슈가 되고 해결책이 나온다. 이번에 채상병 사건 경우도 계속 정치권에서 공론화시키니 억울한 죽음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커지지 않지 않았나. 이 건도 계속 공론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허은아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무엇이 제일 다를까. 무엇을 기대하면 될까.

“대통령 만들어내는 정당을 만들 거란 얘길 다시 강조드린다. 법 잘 지키고, 비정상적인 것들은 하지 않으면서 당 이끌겠다. 눈치 보면서 멋지게 뽐내는 정치 쉽지만 그 길로 가지 않겠다. 욕 먹어도, 일관되고 상식적인 개혁신당을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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