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역대 최악' 오명 21대 국회…유종의 미라도 거두고 끝내라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26 05월 2024

yoon2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연합뉴스) 21대 국회가 29일로 문을 닫는다. '역대 최악'이라는 불명예 딱지가 붙은 지는 이미 오래다. 여야 할 것 없이 발의→철회→재발의 등의 꼼수가 횡행하면서 가장 많은 2만5천847건의 법안을 쏟아냈지만, 이 가운데 9천455건만 처리(부결·폐기 등 포함)됐다. 법안 처리율은 36.6%다. 공전과 충돌을 반복하면서 '동물국회'라는 비난을 받았던 20대 국회(37.9%)보다도 낮다. 가결률은 11.4%로 17대 국회 이후 최저치다. 미처리 법안은 임기 종료 시점에 자동 폐기된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해놓고 본연의 기능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정쟁에만 몰두했으니, 초라한 성적표는 당연한 결과다.

임기 막판 정치권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은 주말 서울 도심에서 '채상병특검법' 재의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국회 안에서 여당을 설득하거나 표 대결을 벌이면 될 사안을 거리로 가져 나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구태의연하다. 여야 간 견해차가 극명한 다른 법안들을 마지막 본회의에서 굳이 강행 처리하겠다는 것도 원내 1당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특검 공세에 상임위 보이콧으로 맞서고 있다. '채상병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당연히 본회의에 상정해야 하고, 내부 표 단속에 나서면 될 일을 상임위 소집과 연계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여야의 정치 공방 속에 사안이 시급하거나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이 무더기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특별법'(고준위법)이 일례다.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영구 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 등을 건설하는 것이 골자인데, 여야가 모처럼 한발씩 양보해 사실상 합의된 상태다. 임기 만료 전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상임위를 거쳐야 한다. 육아휴직 기간을 최장 3년까지 늘리는 '모성보호3법', 대형마트 주말 의무 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AI(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AI기본법',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연장하는 'K칩스법' 등 여러 민생·경제 법안 제·개정안도 줄폐기 우려에 놓였다.

연금개혁안은 여야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개혁안에서 의견 격차를 좁혔으나 구조개혁 병행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6일 "이번 국회에서 모수개혁을 하고 22대에서 구조개혁을 하자"고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국민, 특히 청년세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 22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맞받았다. '역대 최악'이라던 20대 국회는 총선이 끝나고 2차례 본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 등 219개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이번 국회는 총선 이후 지금까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1건뿐이다. 정치권은 흑역사를 언제까지 계속 써 내려갈 건가. 며칠간 주어진 마지막 기회마저 빈손으로 날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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