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으로 회귀?”…한동훈·이재명 꺼내든 ‘지구당 부활’ 손익계산서

  30 05월 2024

거대양당에서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지구당 부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여야 핵심 인사들도 적극 호응하면서다. 정치권에선 ‘현역 프리미엄’ 격차를 낮춰 각 당 원외 인사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반면 20년 전 각종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지구당이 부활하면 ‘정치개혁’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총선 과정 당시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20년 전’ 사라졌던 지구당,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지구당’은 정당의 공식 지역조직으로 20년 전까지 남아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무실 임차료 등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면서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2002년 대선에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일명 ‘차떼기’ 불법 정치자금 수수 논란이 불거지며 폐지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후 2004년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의한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지구당이 사라졌다.

지구당을 대체한 것은 지금의 ‘당협위원회(지역위원회)’ 체제다. 하지만 당협위원회는 공식적인 정당 조직이 아닌 만큼 지역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유급 직원을 고용할 수 없는 점이 다른 문제로 지적돼왔다. 또 현수막을 걸 수 없는 것은 물론 후원금도 선거 기간에만 모금할 수 있다. 현역 의원들은 지역사무실을 둘 수 있어서 문제가 없으나 원외 당협위원장과 정치 신인들에게는 이 같은 제약이 치명적이다. ‘현역 프리미엄’이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야는 개원 직후부터 ‘지구당 부활’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김영배 의원은 30일 1호 법안으로 지구당 부활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막고 당원 중심의 정당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히며 “당 지도부에 당론 채택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구당 후원회의 연간 모금 한도액을 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도 지구당 부활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당원 콘퍼런스 행사에서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며 22대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것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표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현역 의원이 없는 험지에서 정치활동을 하려면 지구당이 필요하다”며 “또 당에 의견을 공식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개설된다는 측면에서 권리당원들의 권한도 높여주는 셈”이라고 자신했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위원장이 지구당 부활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들었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총선 당선·낙선인들을 만나 ‘회계 투명성 보장’을 전제로 한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한 전 위원장 측근으로 꼽히는 박상수 국민의힘 인천 서구갑 조직위원장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수도권 총선에서 이기려면 수도권 조직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지구당 같은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전 위원장에게) 건의했다”고 전했다.

한 전 위원장의 당권 경쟁자들도 지구당 부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TV조선 《강펀치》에 출연해 “제가 (원외에서) 지난 4년 너무 고생했다. 비용부터 시작해 지구당이 돌아가게 해줘야 한다”며 “(지구당 사무실 금지 등) 법과 제도를 바꿔드리고 당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아예 지구당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정당법 개정안’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내놓았다.

 

“양당에 플러스 정치개혁” vs “전대 앞 원외 표심 노려”

정치권에서도 지구당 체제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통화에서 “지구당 부활은 오히려 ‘정치개혁’의 일환”이라며 “정당의 본질은 지역 사회와 결합하는 등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당이 생기면 법인이 생기고 독자적 재정 모집과 재원 조달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원외 정치인들과 신인들이 활동하기 편해진다. 양당에 플러스”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선 20년 전의 금권선거 폐단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후원금 규모와 인력을 줄이더라도 사무실을 운영하려면 임차료를 비롯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또 지역위원장이 지구당을 사조직처럼 운영하면서 지역 내 기득권 텃세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20년 전에 폐기한 정책을 다시 소환하는 것은 ‘정치개혁’ 기조에도 반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표적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전 위원장이 꺼내든 지구당 부활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29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열린 ‘2024 포럼 새미준 정기세미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구당 폐지는) 부패 정치 타파의 일환으로 한 것”이라며 “정치개혁에 반(反)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외 (당협)위원장 표심을 노리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비판했다.

관련해 최병천 소장은 “선거 자금을 투명하게 운영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연 1억5000만원까지 자금을 모을 수 있게 한 것처럼 지구당 위원장들도 똑같은 금액 기준 의무를 부여하면 된다”며 “뒷돈을 받는 행위는 법적으로 잡으면 된다. 오히려 이런저런 리스크가 있다고 해서 지구당 전체를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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