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조국 “내 정치가 사적 복수? 불의한 강자를 향한 ‘공적 복수’”

  06 06월 2024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년 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며 처음으로 ‘정치 할 결심’을 공개했다. 이후 창당을 했고 총선에 출마했으며 누구도 예상 못한 ‘돌풍’을 일으켰다. 혼자였다가 동지가 생기더니 690만 표와 국회 12석을 얻었다. “백척간두서 홀로 몸을 던졌는데 하나 둘 함께 뛰어내렸고 국민들이 받아줬다.” 그렇게 그의 앞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거쳐 복수(revenge)를 계획하는 새 길을 닦는 정치인’. 지난 6월1일(현지시각)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회의원으로서 첫 발을 뗀 조 대표를 이렇게 정의했다. 길 없는 길을 걸어온 그의 목표는 끌어내리고(take down) 싶은 누군가를 향한 ‘복수’였을까. 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고 또 강하게 긍정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사적 복수를 위한 정치를 한 적 없고 할 계획도 없다”고 단호히 부정했다. 그러나 “불어로 ‘르상티망(ressentiment)’, 즉 불의한 강자에 대한 공적 복수를 이야기하는 거라면 그건 사실”이라며 “많은 분들이 이 방향에 동의한다는 게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권 심판에 대한 그의 의지는 실제 민심의 반응을 얻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조국혁신당이 향할 길은 어디일까. 조 대표는 “교육‧노동‧주택 등에 있어 ‘사회권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가 대전환’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방향에 있어 향후 더불어민주당과 분명히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민주당과 ‘생산적 경쟁’에서의 자신감도 내비쳤다.

22대 국회 개원 후 약 일주일이 지났다. 첫 발을 뗀 소회를 말해 달라.

“지난 2월13일 창당 선언을 하고 3월3일에 창당, 4월10일 총선을 치렀기 때문에 그동안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다. 우선 짧은 시간 내에 소기의 성과를 거둔 데 대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렇게 짧았음에도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에 무려 690만 표를 보내주셨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을 때마다 어깨가 무겁다. 복합적 감정이 든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겠다. 짧지만 강했던 지난 총선을 거치며 가장 기억에 남거나 혹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창당 고민을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했다. 2월13일 창당을 한 이후에도 한동안 국회의원이든 평론가든 기자든, 정치를 좀 안다는 여의도 사람들은 모두 ‘조국의 당이 잘 안 될 것’이라며 조롱하고 비난했다. 친한 친구들도 대부분 말렸다. 계속 그런 얘기를 듣고 또 보도도 되니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점점 커갔다. 그 걱정이 사라진 건 실제 거리에서 국민을 만나고 (지지) 열기를 생생하게 실감하면서였다. 제 정치 참여와 조국혁신당의 출범 자체가 참 예외적인 일이기 때문에 기존 여의도 공식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저와 당 구성원들이 성과를 거둔 것도 기존 정치 공학에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WSJ는 ‘복수를 계획하는 정치인’이라고 정의했다. 동의하나. 지금 복수 중인가.

“만일 제가 정치권 일각의 지적처럼 ‘사적 복수’를 위해 정당을 만들고 출마했다면 총선에서 결코 690만 표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조국이 사적 복수에 성공해 12석을 얻고 원내 3당이 됐다? 인과관계가 아주 멀잖나. 제 정치를 사적 복수로 규정하는 건 690만 선택을 무시하는 건방진 판단이다. 다만 불어에 르상티망(ressentiment)이란 단어가 있다. ‘불의한 강자에 대한 공적 복수’다. 사적 복수를 하느냐 묻는다면 단호히 ‘노(NO)’라고 하겠지만, 르상티망이냐 묻는다면 ‘맞다’고 답하겠다. 이번 총선에서 많은 국민이 이 방향에 동의하고 인정해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저와 저희 가족이 정치‧사회적 도륙됐다는 데 공감도 있고 비판도 있다는 걸 안다. 제겐 장점도, 단점과 모자란 점도 있다. 국민은 현명하시기에 그 모든 한계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총선에서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주신 거라고 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22대 국회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수치상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그에 따른 반사이익과 외연 확장을 충분히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답하겠나.

“먼저 조국혁신당은 총선 전후로 정당 지지율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총선 당시 ‘비례정당 선호도’ 수치와 지금 정당 지지율을 나란히 비교하며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보도하던데, 이건 통계의 기본에 어긋난 것이다. 정당 지지율을 봤을 때 오히려 총선 후 저희 당은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민주당과의 합을 봤을 때 총선 압승과는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빠져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크게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을 확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렇다고 보나.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얻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번 민심의 핵심은 윤석열 정권을 단호하게 심판한다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거대 민주당에게도 경고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 심판과 경고의 수단으로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역시 이러한 총선 민심을 더욱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총선에서 민주당 내에서 소위 ‘몰빵론’을 강조하지 않았나. 그런데 실제 많은 분들이 몰빵 대신 조국혁신당을 띄워주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수권을 노리는 제1당인만큼 잘 분석하고 내부적으로 혁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하나.

“공통의 과제를 위해선 확실하게 협력할 것이고 어느 누구보다 강하게 연대할 것이다. 하지만 원내 교섭단체 요건 완화나 지구당 부활 등 정치 개혁 문제를 비롯해, 의료 간병비‧주택 등 정책 면에서 이미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지점에 있어선 어느 것이 더 옳은지 국민에게 물으며 서로 생산적인 경쟁을 해나가야 한다.”

민주당은 171석을 가진 거대 정당이다. 조국혁신당이 이견에 대해 계속 뚜렷한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자신하나.

“그건 두고 보시면 알 것이다. 물론 민주당 조직력의 약 15분의 1 수준으로 우린 사람도 적고 돈도 적다. 이럴 때일수록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선거 기간에 했던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갤럽에서 정당별 호감도 조사를 했다. 15% 안팎의 지지율과 달리 호감도에서 조국혁신당이 36%를 얻었다. 호감도는 미래의 지지 가능성을 의미한다. 우리가 했던 말들을 지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호감도 이상의 지지를 얻고 성장하리라 본다.”

창당과 동시에 주창해 온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 그 후 조국혁신당의 다음 과제와 목표는 무엇인가.

“‘3년은 너무 길다’는 외침이 끝난 후 당의 목표를 키워드로 이야기하면 ‘사회권 선진국’이다. 군사 독재 5공화국을 넘어 자유권이 보장된 6공화국을 만들었다. 이젠 그 다음 7공화국으로 넘어갈 때이며 그 일에 앞장설 계획이다. 민생‧노동‧복지‧주택‧교육 등에 있어 기본적 보장을 늘려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현재보다 높아지는 세상을 의미한다. 지금은 월급 받아서 집값 내고 아이들 교육비 등에 지출하고 나면 절반 이상이 그냥 나가버린다. 그 상당 부분을 국가가 책임져 실질적인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국가 대전환이 필요한 일이며 기존 복지국가와도 다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에 있어 80% 이상 생각과 방향이 같다. 그러나 ‘사회권 선진국’ 부분에 대한 시각에 있어선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이것이 저희의 차별점이고 독자전략이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구체화 계획은 있나.

“저희 당은 쇄빙선 법안과 예인선 법안으로 나눠 하나씩 발표‧추진하고 있다. 쇄빙선은 빙하를 깨는 것, 즉 윤석열 정권과 싸우는 내용이다. 한편 예인선은 나라를 이끌기 위한 전략으로, 이 예인선 법인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이뤄내면서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모습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차기 대권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모두의 만류와 조롱, 비난에도 불구하고 저는 백척간두에서 뛰어내리기를 택했다. 그런데 국민들이 그런 저를 받아 준 것이다. 처음에 혼자였는데 하나둘 같이 뛰어내려줬고 많은 국민들이 넓고 단단하게 받아 안아줬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제 쓰임과 역할이 다할 때까지 처음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이르러 또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뜻으로, 두려움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 때에 비로소 살 길이 열린다는 의미)의 마음으로 가겠다.”

대법원 판결이라는 거대 변수가 남아있는데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나.

“하급심 판결 관련해서 전혀 동의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일례로 제 딸이 장학금 받은 것이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판단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딸이 경제적 독립을 하기 전이어서 제가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상고를 했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저는 당연히 따를 것이다. 어떤 판결이든 이 또한 백척간두진일보 상태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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