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대통령’이냐 ‘서초동 피고인’이냐…다시 중심에 선 ‘이재명 사법리스크’

  10 06월 202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과 관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1심 법원이 중형을 선고하면서 한동안 가라앉아 있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재점화했다. 여당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며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재명 지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의 입지를 흔들려는 여당과 지키려는 야당 사이에서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시계 제로’를 맞았다.

총선 참패 이후 줄곧 수세에 몰리던 여당은 모처럼 강공 모드에 나섰다. 특히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다양한 이견을 보이던 당권 주자들이 ‘외부의 적’인 이 대표에 맞서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의원은 “이화영 전 부지사 다음이 이재명 대표라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이 대표 본인일 것”이라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기소를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이화영의 대북송금 유죄는 이재명의 유죄”라며 이 대표의 ‘이실직고’를 요구했다. 각자 자신이 이 대표의 ‘대항마’라는 것을 부각한 동시에, 당심을 넘어 중도 민심까지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9일 서울 도봉구 창동역 앞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가정한 與 ‘헌법84조’ 공세의 딜레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연이틀 SNS에 글을 올리며 ‘이 대표 때리기’에 가세했다. 그 과정에서 ‘헌법 84조’ 해석 공방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9일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적었다. 대통령 재직 중 ‘새로운 혐의’로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 것일 뿐 기존 재판은 이어지며, 여기에서 ‘집행유예’만 받아도 대통령직이 상실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가 ‘제3자 뇌물죄’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 대표의 ‘불안한 미래’를 저격한 것이다.

다만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됐을 경우를 가정해 ‘헌법 84조’를 소환한 것이 되레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키워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이고 야당의 대권 주자이긴 하지만, 언제든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피고인’일 뿐 아닌가”라며 “우리가 먼저 그가 대통령이 됐을 때를 가정하거나, 또 본래 사용 의도를 떠나 이재명 뒤에 대통령을 붙여 계속 ‘여의도 대통령’이란 식으로 칭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참 꼼꼼하다”…이재명 지키는 민주당의 방패 세 개

여당의 공세에 맞서 민주당은 다각도로 이 대표 엄호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으로 얻은 입법 권력을 활용해 이 대표의 대권가도를 위한 ‘삼중 방패’를 세우고 있다. 먼저 ‘법사위’ 사수다. 22대 국회 원 구성에서 민주당이 법사위 사수를 끝끝내 고수하는 데 대해 여당은 여러 이유 중에서도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방패는 ‘특검법’ 추진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선고가 있기 사흘 전인 지난 3일 이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 사건에 관여한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민주당이 본회의로 향하기 전 모든 법안이 거치는 법사위를 사수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이 대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10일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출마 1년 전 사퇴)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의결했다. 당직자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도 폐지키로 했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당 대표에서 대권 후보로 쉼표 없이 ‘직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 대표직을 유지할 경우 사법리스크 방어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앞선 국민의힘 관계자는 취재진에 “꼼꼼해도 이렇게 꼼꼼할 수가 없다. 업그레이드 방탄”이라고 평가했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앞에 의사봉이 놓여 있다.이날 최고위에서는 '당대표 대선 1년 전 사퇴 예외 규정' 등 당헌·당규 개정안이 의결됐다. ⓒ연합뉴스

與, ‘이‧조 심판’ 한계론…野, 또 ‘방탄 프레임’ 속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때리는 여당과 막아서는 야당 모두 고민은 있다. 여당은 지난 총선 핵심 전략이었던 이른바 ‘이‧조 심판’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데 부담이 따른다. 정권 심판론에 맞서 분명한 한계를 직면했던 만큼, 새로운 대야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 대선 전후부터 국회 체포동의안 정국까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논쟁이 지난하게 이어져 온 탓에, 이미 이 대표의 법적‧도덕적 약점을 들춰 공격하는 것은 ‘약발’을 다했다는 주장도 있다.

야당으로서도 또 다시 이 대표 ‘방탄’ 이미지에 갇히는 일은 커다란 부담이다. 실제 민주당이 총선 압승 결과와 동떨어진 30%대 지지율에 머무는 이유로는 이 대표 방탄과 ‘일극체제’ 영향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큰 선거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중도층’ 지지율은 민주당의 평균 지지율을 한참 밑돌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일방적 엄호는 중도 민심의 반감을 키워 지난 대선 데자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 심판에 있어 민주당과 한 목소리를 내는 다른 야당들이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도 동조할 리도 만무하다. 그나마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조국혁신당조차 이번 이화영 전 부지사 유죄 선고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과 야권 내 공세 포위 속 민주당의 이 대표 엄호는 거대 1당의 ‘고집’이자 ‘독재’처럼 비칠 공산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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