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혹은 李의 방탄? 與野의 ‘상임위 쟁탈전’ 속내는

  10 06월 2024

22대 국회 18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선출을 두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소 11개 상임위 구성을 단독 처리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국민의힘은 ‘입법 폭주’라며 거칠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사실상 여야의 대치 전선은 18개 상임위 전체가 아닌 모든 법안이 거쳐 가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원회’ 2곳에 집중된 모습이다. 이 두 상임위의 수장을 어느 당이 선점하느냐에 따라 ‘당대표 이재명’과 ‘대통령 윤석열’의 명운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양당의 판단이다.

왼쪽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김혜경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與野 대치, 뇌관은 법사위‧운영위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최소 11개 상임위 구성을 단독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국회법상 원구성 기한인 지난 7일 국회에 11개 상임위원장 후보를 제출했다. 내정자는 법사위 정청래, 교육위 김영호, 과방위 최민희, 행안위 신정훈, 문체위 전재수, 농해수위 어기구, 복지위 박주민, 환노위 안호영, 국토위 맹성규, 운영위 박찬대, 예결위 박정 의원이다.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 후보를 모두 내정했으나, 국회에는 11개 상임위원장 후보들만 제출했다. 핵심 상임위로 꼽히는 정무위 등 7개 상임위 위원장을 여당에 ‘협상 카드’로 제시하기 위해서다. 소관 기관만 22개에 달하는 정무위는 대기업 관련 법안, 금융 정책, 기업의 지배구조 등을 다룬다. 경제 규제의 신설, 철폐를 모두 관장하기에 통상 ‘힘 있는 상임위’로 분류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타협안을 거부한 채 이날까지 상임위원장 후보 명단을 내지 않고 있다. 여당의 시선은 정무위가 아닌 법사위, 운영위에 집중된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선 이 ‘두 상임위 중 1곳이라도 사수한다면 성공’이라는 평가까지 제기된다. 그만큼 이 두 상임위가 22대 국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법사위는 상임위의 ‘상원’이라고도 불린다. 본회의 직전 모든 상임위가 통과시킨 법안을 재검토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은 법안 상정 권한, 의사진행 권한 등을 갖고 있어 법안 통과의 길목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주요 민생 법안을 비롯해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을 통과시키려면 법사위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은 “국회의장을 제1당, 법사위원장을 제2당이 맡는 관례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법사위를 양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운영위라도 사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통령 비서실을 소관 부처로 둔 운영위원장을 야당이 가져갈 경우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세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운영위 역시 민주당이 내어줄 가능성은 ‘제로(0)’에 수렴한다. 대통령실을 겨냥한 ‘특검’을 준비 중인 민주당은 운영위에 추미애·박찬대·고민정 의원 등 ‘전투력’ 높은 의원들을 대거 배치했다.

총선 이후 힘을 잃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양보’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시사저널과 만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총선 결과에 대한 민심의 본뜻은 ‘서로 협치하고, 상생하라’는 거라고 저는 해석한다. 그런 상황에서 야당이 자기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건 정말 오만함”이라며 “이런 잘못된 관행으로 계속 접근하게 되면 국회는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많이 가진 자가 양보를 하는 게 민주주의 정신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후 각자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李 방탄” “尹 방탄”…협상 난항에 거칠어진 與野

원 구성을 둔 대치가 심화되는 가운데, 여아 지도부는 상대당이 상임위를 앞세워 ‘민생 수호’가 아닌 ‘이재명 방탄’ ‘윤석열 방탄’에 나설 것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8일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법사위, 운영위를 여당 몫으로 하면 당장이라도 원 구성 협상에 임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국회를 대통령 부부를 지키는 ‘방탄 국회’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이 현 정권에 제기된 의혹 규명을 막고,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운영위의 원만한 가동을 어렵게 하기 위해 법사위와 운영위 사수를 요구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의혹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상임위를 독식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최근 ‘대북 송금’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대표가 한층 더 커진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단을 강행 선출한다는 주장이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누구도 납득·동의할 수 없는 상임위 배분 폭주”라며 “기승전 이재명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이 대표 마음만 살필 수 있는 사람, 이 대표를 위해 돌격할 수 있는 사람을 주요 상임위원장으로 배치했다”며 “이화영에 중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이런 막가파식 국회 운영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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