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엔 “수박” 언론엔 “기레기 발작”…양문석 ‘막말’ 논란 일파만파

  17 06월 2024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SK브로드밴드 한빛방송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대기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지칭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강성 친명(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양문석 민주당 의원(경기 안산갑)이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 못 가리고 그냥 발작 증세를 일으킨다”고 수위 높은 옹호 의견을 내놨다. 정치권에선 과거 비명(非이재명)계를 ‘수박‧바퀴벌레’ 등으로 멸칭해 당의 징계를 받은 그의 ‘막말 전력’도 회자되는 모습이다.

양문석 의원은 15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표현은 애완견에 대한 모독이다. 앞으로 그냥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고 하면 좋을 것”, “검찰 출입 쓰레기들은 기레기도 아니고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 못 가리고 그냥 발작증세를 일으킨다”고 언론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양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이재명 대표의 ‘언론은 검찰 애완견’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대표는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희대의 조작”이라며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불법 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의 ‘조작 수사’와 사법부의 ‘오판’, 나아가 언론의 ‘가짜뉴스’로 이 대표가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검찰의 편향된 수사와 사법부의 ‘이상한’ 판결을 언론이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탓에 이 대표가 실체 없는 ‘사법리스크’에 휩싸였다는 얘기다.

ⓒ양문석 유튜브 채널 '상록수 양문석TV' 캡처

야당 대표에 이어 그를 따르는 친명 국회의원까지 검찰과 언론을 동시 비판하자, 여권은 ‘극한 망언’ ‘잘못된 언론관’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양 의원의 ‘기레기 발언’이 공당의 책임성을 포기한 민주당의 어두운 단면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며 “건강한 정당이라면 이 대표 망언을 반성하고 사과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반대로 이 대표 호위무사들이 나서서 오물과도 같은 말을 퍼붓고 있다. 지금 민주당은 오염됐고 병들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양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사기 대출 의혹’에도 공천을 받았다며 “숱한 논란에도 국회에 입성시켜 준 당 대표를 위해 검찰과 언론을 물어뜯는 양 의원의 맹활약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이 대표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이성을 잃고 안하무인격 행동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MBC 사장 출신인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와 양 의원이 한 것과 같은 발언이 나왔다면 언론노조와 방송기자연합회, 기자협회, PD협회 등 단체들이 어떻게 반응했을까”라고 적었다. 김 의원은 “이분들 왜 이렇게 조용하나”라며 “설마 방송법 개정해서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 준다고 하니 입 닫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선 양 의원을 둘러싼 ‘막말 논란’도 회자되는 모습이다. 양 의원은 원내 입성 전부터 페이스북이나 X(트위터), 유튜브방송 같은 SNS뿐 아니라 라디오방송에서도 당내 비명계를 겨냥해 혐오와 조롱, 경멸의 표현을 다수 사용하며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양 의원은 지난 2022년 6월10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전화연결에서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들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남탓 공방을 하는 이낙연, 홍영표, 김종민 이런 분들의 발언들을 보면서 나는 그 시점에서 제 페이스북에 그렇게 썼다”며 “민주당의 쓰레기들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 쇄신에 한 말씀 해달라는 요청에는 “여러 표현을 썼다. 쓰레기, 바퀴벌레, 빈대 이런 표현들을 썼다. 이 표현들이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지난해 4월20일 MBC경남 라디오 《좋은 아침》에 출연해서는 “더불어민주당 내에 그 수박들을 척결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도 승리하기 힘들고, 그 다음 대선에서 현재 윤석열 정권을 대체할 수 있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승리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이재명이 나의 아이돌이고 나는 그냥 팬”이라고 추켜세웠다.

양 의원은 지난해 6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출사표를 던지며 “안산 상록 갑 수박의 뿌리요 줄이요 수박 그 자체인 경기도 안산 상록갑 국회의원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며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민주당에 치명적인 반개혁세력의 뿌리요 줄기요 그 자체가 수박일 뿐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이 표현으로 민주당 윤리심판원에서 당직 정지 3개월을 받았다.

양 의원은 2008년 모 매체에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 불량품’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사실이 알려지며 당내 친문(親문재인)계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을 겨냥해 “기득권에 맛이 간 586, 20년 전 기준으로 멈춰선 작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우 의원이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민주당 내 당원권 강화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자 “구태정치”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양 의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집행위원, 미디어스 편집위원과 미디어오늘 논설위원을 거쳤으며, 지난 총선에서 55.62%(5만7050표)를 얻어 장성민 국민의힘 후보(44.37%, 4만5517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다만 양 의원은 지난 총선 기간 대학생 딸의 명의로 11억원의 사업자 대출을 받아 아파트 대출 빚을 갚았다는 편법 대출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또 선거기간 거짓해명을 한 사유로도 고발됐는데, 오는 10월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검찰이 지난달 14일 양 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 전에 수사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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