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영호 "'괴뢰' 표현,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압박 때문"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19 10월 2023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최근 항저우아시안게임을 보도하면서 우리를 '괴뢰'라고 표현한 데 대해 "한미가 확장억제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가 강화되는 데 대한 압박감과 불만"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김 장관은 18일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한 인터뷰에서 "'괴뢰' 표현은 북한에서 외세와 관련이 있는 용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달로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대해선 "2차 발사에 실패한 다음 그렇게 빨리 3차 발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말 취임한 김 장관이 해외 출장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9·19 군사합의의 효력정지 가능성과 북러 간 무기거래 의혹에서부터 남북교류 중단의 배경, 북한 선전매체의 자신에 대한 막말비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김영호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ㆍ연합뉴스TV 공동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북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3.10.18 hkmpooh

-- 남북교류협력이 완전히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민간 교류협력사업마저 막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 남북교류협력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에 내리막길을 걸었고, 2020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후 그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 같은 국제기구도 아직 북한으로부터 돌아와도 좋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국제기구가 2개월 정도만 준비하면 북한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하는데도 그렇다. 교류협력이 막혔다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의 문제라기보다 북한 내부 사정이 더 크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 통일부가 최근 대북 접촉 승인을 거의 내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 북한이 인도적 지원 수용에 소극적이다. 한국 제품은 안 받겠다고 한다. 또 최근 인도적 교류 협의 상대방이라고 나서는 북측 인사들이 기존에 우리가 접촉한 대남 기구나 인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민간단체가 인도주의 협력을 위해 접촉하겠다고 신고하더라도 통일부가 신고 수리를 할 수가 없다.

-- 북한이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를 '괴뢰'로 표기했다. 관영 매체에서는 '남조선' 표현이 사라졌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 북한의 의도를 평가하려면 북한이 하나의 용어를 지속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현재는 다양한 용어가 쓰인다. 현재로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괴뢰' 표현은 북한에서 외세와 관련이 있는 용어다.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과 확장억제협의체 신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상시화 등 확장억제 신뢰도가 높아졌다. 북핵 위협 고도화에 따라 한미가 확장억제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가 강화되는 데 대한 압박감과 불만으로 그런 표현을 최근에 쓰는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 북한 정책의 흐름 설명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북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3.10.18 hkmpooh

-- 최근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는 언급을 자주 하는데.

▲ 북한 주민의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 접근권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통일부는 대북 방송이라든지 민간단체가 북한으로 외부 정보를 유입시키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 최근 장관에 대한 실명 비난이 북한 선전매체에 등장했는데.

▲ 어떤 막말이었는지 기억은 안 난다. 북한 정권이 그런 비난을 하는 것은 지금 통일부가 대북정책을 원칙적으로 수행하는 데 대한 반발이라고 본다.

-- 북한은 최근 관영 매체에서 식량 작황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북한의 식량 사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올해 북한에 자연재해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평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평양을 보면 식량 사정이 일부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시골을 본다면 경제 상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할 것이다. 내가 2011년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북한은 연간 식량 80만t이 부족하다고 알려졌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부족량이 같다. 식량난은 북한 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 북한이 내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으로 보나.

▲ 사견을 말하겠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간 토론회를 보면 북한 문제는 딱 한 번 언급됐을 뿐이다. 미국 대선이나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북한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히 작다고 본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북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3.10.18 hkmpooh

--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 문제에 관해 통일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의 언급이 차이가 있는데 정부 입장은 무엇인가.

▲ 한 시간에 1만6천발이 쏟아지는 북한의 장사정포나 군사 도발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9·19 군사합의로 우리 공중정찰자산의 손이 묶였다. 일종의 '안보 자살골'이라고 할까, 그러한 잘못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안보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사항이다.

-- 그렇다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언급대로 공중정찰을 제한하는 부분에 대해 신속하게 효력정지를 검토하는 것인가

▲ 신 장관의 평가는 군사전략적인 것인데, 남북 간 합의의 효력정지는 군사전략적인 평가뿐 아니라 더 큰 국가전략적 차원의 고려가 있어야 한다. 북한의 중대한 도발이 있다면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문제를 재검토해 적절한 대응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선 안보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하면서도 '중대도발'이 조건으로 언급되진 않았다. 이는 북한의 도발 없이도 효력정지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는데 일주일 만에 입장이 다시 바뀐 것인가.

▲ 안보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검토한다는 말에는 북한의 중대도발이 포함된 것이다. 단, 여기서 중대도발이 무엇인지는 정부가 판단할 부분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ㆍ연합뉴스TV 공동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북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3.10.18 hkmpooh

--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 무기가 러시아로 공급된 증거가 있다며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했다고 판단하나.

▲ 정부는 북한에서 러시아로 무기가 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북러 간 이 무기 거래, 그리고 군사기술거래를 심각하게 본다. 북러 간 무기거래는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에 해당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무기와 군사기술까지 준다는 건 대한민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 등 동맹국과 함께 러시아, 북한에 대해서 강한 제재를 취해나갈 수밖에 없다.

--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10월에 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언제로 예상하나.

▲ 북한이 2차 발사에 실패한 다음 그렇게 빨리 3차 발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북한이 2차 발사에 실패했는데 단기간에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3차 발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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