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 '네 탓' 공방 첨예…새만금 예산 삭감에 여야 고성세 줄 요약이 뉴스 공유하기본문 글자 크기 조정

  24 10월 2023

떠나는 전북지사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4일 전북도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마치고 발언 경위를 물으며 말다툼하고 있다. 2023.10.24 jaya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4일 전북도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의 화두는 단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책임소재였다.

국민의힘은 잼버리 개최지인 전북도가 이런저런 핑계만 대며 책임을 등한시한다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부처로 구성된 조직위원회 잘못이 더 크다며 전북도를 옹호했다.

전북도는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으나 여당 의원에게는 반박하는 모양새를, 야당 질의에는 수긍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여야의 첨예한 갈등은 국감 막바지 정부의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문제를 두고 다시 한번 세차게 끓어올랐다.

야권에서 이를 '보복성 예산'으로 규정하고 전북도가 호응하자, 여당이 '예산을 왜 정쟁으로 끌고 가느냐'고 맞받으면서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갔다.

'잼버리로 시작해서 잼버리로 끝났다'는 감사반장의 말처럼 질의 내내 대회 파행의 시비를 가리기 위한 발언이 이어졌으나 여야 입장차가 큰 탓에 이렇다 할 결론은 내지 못한 채 올해 전북도 국감은 막을 내렸다.

질문하는 정우택 의원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2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3.10.24 jaya

◇ 여당의 잼버리 공세…전북도는 '진땀'

사실상 '새만금·잼버리 국감'에서 포문은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열었다.

정 의원은 "전북도가 '잼버리 백서'를 만든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이를 도청 문구점에서 만들고 있다"며 "이건 삼척동자가 봐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전북도의 실책을 덮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웅 의원은 국감장에 침수된 야영장 사진을 띄우며 "전북도가 담당한 배수 시설은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이 사진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또 전북도가 잼버리 파행 이후 민주당 의원들에게만 배포한 대회 개요와 업무 분장 자료를 언급하며 김관영 지사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료를 보면 '잼버리 주최기관은 스카우트연맹이고, 지원기관은 조직위이고, 집행위원장(도지사)은 결재권자도 아니고 기반 시설만 조성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며 "단순히 기반 시설만 조성하는 게 역할이었다면 조직위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인력을 전북도와 자치단체에서 파견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질의 때마다 반박하려고 했으나 "질문이 끝나고 대답해달라"는 의원들의 요구를 받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의 질의 이후 발언 기회를 얻은 김 지사는 "도지사가 집행위원장이라고 하니까 오해할 수 있지만, 마치 책임지는 자리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어서 사실관계에 근거해 자료를 배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서 발간과 관련해서는 "조직위가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백서는 역사적 기록이기 때문에 해당 업체는 편집과 디자인, 인쇄만 하고 나머지 중요 부분은 주최 기관이나 관계 기관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의하는 강병원 의원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2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3.10.24 jaya

◇ 야당의 전북도 옹호…"조직위 책임 더 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를 대신 반박하며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도에 떠넘기지 말라고 맞섰다.

문진석 의원은 "집행위원장은 조직위 안에서 결정된 사항을 집행하는 기구에 불과하다"며 "잼버리 예산 사용을 봐도 조직위가 74.3%, 전북도는 22.6%만 집행했다"고 강조했다.

또 "책임은 권한에서부터 오는 것이고 권한이 크면 책임도 큰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전북도보다는 조직위에 더 책임이 있고 조직위 중에서도 여성가족부에 더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천준호 의원은 "새만금 잼버리 책임 논란은 굉장히 상식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떠올려보면 올림픽에서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강원도에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국가가 먼저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임호선 의원은 "전북도와 지자체에서 파견을 많이 보냈다고 해도 그 지휘·감독의 책임은 조직위 사무총장에게 있다"며 "도지사가 관여한 바가 없는데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해서 의혹으로부터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여당 공세 때와는 다르게 질의 중간중간 발언 기회를 얻어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제가 어떤 연유로 집행위원장을 맡게 됐는지 알아봤는데 처음에는 도지사도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하려고 했다가 여가부 장관이 위원장을 하게 되면서 (도지사에게) 명예로운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해서 명함을 만들어 준 것"이라며 "조직위에서 일어난 일은 조직위와 조직위 사무처가 중심이 돼 일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난감하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 도중 코를 매만지고 있다. 2023.10.24 jaya

◇ 예산 삭감 두고 여야 설전…고성도 오가

잼버리 파행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자연스레 새만금 SOC 예산 삭감으로 옮아갔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에 따라 새만금 관련 국가 예산 부처반영액 6천526억원 중 78%를 삭감한 1천479억원만 배정한 것을 두고 '보복성 예산'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잼버리 파행 책임을 물어 대회와는 무관한 새만금 SOC 예산을 무더기로 삭감해 지역 발전을 늦췄다는 것이다.

이후 김 지사가 "새만금 예산이 22%만 반영된 게 상식적으로 맞느냐"는 민주당 천준호 의원 질의에 "보복성이 있다"고 답하자,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국감 막바지 추가 질의 기회를 얻어 "김기현 대표가 이 자리에 왔고 여당 또한 새만금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도지사가 '보복성 예산'이라며 대통령이 (도민을) 기만했다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유감 표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 의원은 김 지사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자 "다른 시도지사들은 예산 철이면 기획재정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는데 왜 (김 지사가) 무능한 것을 보복이라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김웅 의원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책임지려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 도지사가 웃으면서 말하는 게 맞느냐"고 소리쳤다.

김교흥 감사반장이 여야 의원의 고성이 수그러들지 않자 서둘러 국감을 끝냈지만, 감정의 앙금은 남았다.

김 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당 의원들에게 발언 취지를 설명했으나 일부 의원은 '정말 보복이라고 생각하느냐',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하느냐'며 화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김 지사는 여당 의원들을 더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른 직원들을 따라 이내 야당 의원들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습하는 전북도지사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4일 전북도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마치고 여당 의원들을 만나 발언을 정리하고 있다. 2023.10.24 j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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