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키워 말아”…‘선관위 해킹 가능’ 발표에 ‘주판알’ 튕기는 與

  11 10월 2023

일부 언론과 포털사이트의 여론조작 가능성을 비판했던 국민의힘이 이번엔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합동 보안점검 결과 선관위의 투·개표시스템이 해킹·조작 가능성에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여당은 국정감사에서 선관위에 공세를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여권의 움직임에 야권 일각에선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후보가 패배할 시를 대비해 정부 여당이 ‘선거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의심어린 추측도 제기된다.

지난 3일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 대방건설에서 열린 '국민의힘-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에서 김기현 대표(왼쪽)와 김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터치 특권만 내세우고 태만…진상규명해야”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관위의 보안 관리 부실 문제를 두고 공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선관위는 자신들이 헌법기관이라며 노터치 특권을 줄창 내세우더니, 알고 보니 노터치 태만의 무능한 조직이었던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 온 자들을 발본색원해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선거 블랙박스인 선관위 보안시스템에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무늬만 보안 시스템이었고 해킹 세력에 대문이 열린 셈”이라며 “선관위는 국정원과 인터넷진흥원의 전문적인 협조를 받아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는 물론 개표 결과까지 해킹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하니 작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선거조작 가능성’ 공세로까지 비화시키려는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 정권은 그동안 수많은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개선조치는커녕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버텼다”며 “그들이 태만으로 시스템을 방치한 것이 아니라 선거결과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작하기 위한 대역 음모의 수단은 아니었는지 그 진실 또한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행정적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될 문제다. 민주주의 근간과도 관련이 있고 가상 해킹을 전제로 ‘조작’ 가능성과 개연성도 확인된 것”이라며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 등이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선관위에선 북한의 김수키 해킹 문제 등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후속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회적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22일 강제수사에 나섰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 모습 ⓒ 연합뉴스

“與, 국정조사 불발로 묵혀둔 恨 풀 기회”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6월에도 선관위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선관위가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정치적 중립성도 잃고 내부 문제까지 방치했다”며 국정조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야권에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로 맞대응에 나서며 선관위 국정조사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선관위에서도 감사원의 감사를 일부 수용하면서 국정조사 추진은 무산된 바 있다.

다만 현재 국정감사 기간인 만큼, 국민의힘에선 국정조사 없이도 선관위 공세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정감사는 국정조사보다 힘이 더 막강하다. 국정조사는 상시적으로 할 수 있지만 여야 합의 등 진행까지 걸리는 절차가 많은 반면, 국정감사는 법으로 정해진 만큼 더 강력한 자료 요구나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번 국정감사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국정조사 불발로 못 푼 한을 선관위에 풀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국민의힘에게 불리한 판세로 흘러가는 만큼, 국민의힘이 이번 이슈를 이용해 ‘선거조작설’을 제기할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선거 패배 시 후폭풍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다.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도 10일 페이스북에 “앞으로의 투표에 개선이 없으면 옛날처럼 수개표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이번 보궐선거부터 수개표를 해야 좌파든 우파든 국민들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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