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사단’ 수원지검과 이화영의 ‘입’에 달린 이재명의 두 번째 위기

  17 06월 202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생명이 두 번째 위기를 맞았다. 이미 세 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앞으로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의혹으로도 법정에 서게 됐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당선무효형 위기에 처했었다. 당시 2심은 유죄로 보고 이 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으나, 2020년 7월 대법원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해명으로 이는 허위사실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그해 10월 수원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의 판단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은 이 대표는 2022년 3월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지만, 올해 4월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압승으로 이끌며 차기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선 1년 전에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까지 강행하면서 차기 대권에 대한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번에는 2018년 상황과 다르다.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제3자 뇌물죄’는 중범죄다. 뇌물 금액에 따라 최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도 선고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처벌받은 선례도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기업이 최서원(최순실의 개명)씨 주도로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 지원금을 내고 면세사업자로 선정된 사건에서 제3자 뇌물죄를 인정받았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남북협력 사업을 주도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내려진 중형은 이 대표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검찰 진술을 다시 인정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6월1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뇌물 금액에 따라 10년 이상 징역 가능

이재명 대표의 ‘네 번째 재판’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검찰의 기소 결정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1심 선고(6월7일) 이후 5일 만에 나왔다. 이원석 검찰총장(55·사법연수원 27기)이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고 책임이 엄중히 물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기도 하다. 검찰이 대북 송금 혐의와 관련한 구속영장 재청구 대신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기는 직접적이고 빠른 길을 택한 것이다. 이 대표의 대권 행보는 자연스레 큰 장애물을 만난 형국이다. 이 대표는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주 2~3회 출석하고 있는데, 앞으론 그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

대북 송금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에는 ‘윤석열 사단’이 존재한다. 담당부서는 형사6부(공직·기업·강력범죄전담부), 수사 실무진은 서현욱 부장검사(48·35기)다. 서 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둔 무렵 ‘청문회 준비팀’에 참가한 검사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수원지검을 시작으로 전주지검 정읍지청, 울산지검, 서울서부지검 검사와 대검 검찰연구관 등을 지냈다. 2021년 부산지검 서부지청(형사3부), 2022년 서울동부지검(형사6부)에서 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25일 수원지검 형사6부장으로 이동했다.

서 부장은 굵직한 사건을 여럿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장을 압박해 물러나게 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새마을금고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같은 문 정부 인사 등이 기소됐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반대한 이력도 재조명됐다. 서 부장은 영장청구권 주체를 검사로 한정한 헌법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개헌안에 대해 “강제수사권한을 두고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국정원, 특사경, 해경 등 각종 수사기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인권이 크게 위협받는다”고도 했다.

김유철 수원지검장(54·29기)도 ‘친윤’으로 분류된다. 2018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시절 형사7부장으로 근무했다. 그 역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준비단에도 합류했다. 김 지검장은 지난 5월 법무부의 고위 간부(검사장)급 인사에서 수원지검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공안통으로 분류되는데, 2023년 9월~2024년 5월 남부지검장 시절에는 가상자산 등 금융범죄 수사를 이끌기도 했다. 김 지검장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형사6부는 안병수 2차장검사(50·32기)가 지휘하고 있다. 처남 마약 사건 무마 의혹 등에 휩싸여 민주당의 탄핵 대상이 된 이정섭 차장(52·32기)의 후임이다.

대법원 전경 ⓒ시사저널 최준필

신진우 판사, ‘이재명이 쌍방울 대북 사업 보증했다’고 판단

‘친윤’ 여부를 떠나 검찰의 기소 결정에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판단이 결정타였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가 대북 송금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경기도가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지원하고 보증했다고 판단했다. 그 대가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 측에 800만 달러(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 등의 법정 증언이 인정된 사실도 검찰로선 호재다. 11심 재판부는 핵심 증인인 김 전 회장의 증언에 대해 “수차례 신문을 받았음에도 대체로 일관되고 구체적”이라고 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증언은 주목할 만하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서 ‘이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연루 의혹을 부인하다, 2023년 6월 검찰에서 ‘이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하지만 “검찰의 회유로 허위진술을 했다”며 입장을 다시 번복했다. 4·10 총선 직전인 4월4일 법정에선 검찰의 술자리 회유 주장까지 꺼냈다(시사저널 “법정 부부싸움, 변호인 해임, 검찰 술자리 의혹” 기사 참조).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의 증언에 무게를 둔 것이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판결문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서 ‘경기도지사가 자신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정을 보고받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이에 방북 비용을 대납하고 도지사와 함께 방북하거나, 설령 함께 방북하는 것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도지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향후 자신의 대북 사업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 부탁으로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함으로써 경기도가 (사업을) 지원할 것으로 신뢰했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방북 비용 역시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김 전 회장이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납한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추가로 북한 측에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반대로 이 전 부지사에겐 방북을 추진할 동기가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단에서 주요 지자체장인 당시 경기도지사 이 대표가 배제됐다는 것이 이유다.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차원의 독자 방북을 추진한 배경이라고 1심 재판부는 언급했다.

실제로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4~6일, 10월19~24일 두 차례 방북해 이 대표의 방북을 북한 측과 논의했다. 이 대표의 방북 추진은 이듬해에도 진행됐다. 경기도는 특히 2019년 9월11일 태풍 피해 복구 협력, 11월27일 민족협력사업 협의와 우호증진 등을 이유로 공문을 보내며 이 대표의 방북을 수차례 요청했다. 1심 재판부가 “2019년 9월6일 이 대표가 (친형 강제입원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아 방북 추진이 어려웠다”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물리친 이유다.

판결문에는 이와 관련해 “이는 이 전 부지사의 방북 관련 업무 지시가 있던 것을 보여준다. (중략) 경기도는 2019년 5월 이후 약 6개월가량 동안 4회에 걸쳐 그 명목을 달리해 계속적으로 공문을 보냈는데, 이는 관행적이거나 형식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명시됐다. 경기도의 업무 역할에 대해서도 “평화부지사는 정책의 기획과 수립에 참여하고 정무적 업무사항이나 도지사가 지시하는 사항을 수행해 도지사의 정책 결정을 보좌한다”는 내용도 수차례 담겼다. 경기도지사가 평화부지사의 보고를 받는 자리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대북 송금과 관련한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6월12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초동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범죄’ 제3자 뇌물죄…이화영의 진술 바뀌나

이화영 전 부지사는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에 불복해 항소했다. 재판을 이끈 신진우 부장판사(49·32기)의 편파적인 증거 채택과 판단에도 반발했다. 다만 신 부장판사가 피고인의 주장에 ‘철퇴’를 가한 경우는 이번만이 아니다. 은수미 전 성남시장에겐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사례도 있다. 은 전 시장은 2018년 정책보좌관과 공모해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 담당자에게 수사정보를 넘겨받는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를 받는다. 은 전 시장의 취임 직전까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2010~18년)을 지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신 부장판사가 이재명 대표의 사건도 맡게 됐다. 수원지법에는 부패전담부가 2개 있는데, 사건 배당은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진다. 신 부장판사는 올해로 3년째 수원지법에 있다. 서울에선 판사가 2년마다 인사 이동을 하지만, 경인권은 기본 3년에 4년 이상 한 곳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것이 법원 측 설명이다. 신 부장판사가 이 대표에 대한 선고까지 재판을 이끌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대북 송금 사건의 변호인으로 김종근·김희수·박균택·이승엽·이태형·전석진·조상호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밖에 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청탁한 혐의를 받는 김만배씨, 조례안을 통과시킨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겐 각각 징역 2년6개월,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남은 쟁점은 이 대표의 혐의 입증이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에게 △쌍방울(뇌물공여자)을 통해 북한(제3자)에 경기도와 이 대표(뇌물수수자)를 위한 800만 달러를 지급하도록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경기도가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스마트팜 지원사업 시행(남북교류협력법 위반) △김 전 회장을 통해 2019년 7월~2020년 1월 방북 비용을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지급(외국환거래법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겸 조국통일연구원 원장(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2018년 11월15일 경기도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방문해 이재명 경기지사(맨 왼쪽)와 이화영 평화부지사(맨 오른쪽)의 영접을 받고 있다. ⓒ뉴스1

이 가운데 핵심은 제3자 뇌물죄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약속하는 행위다. 이는 형법과 특가법에 근거해 최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300만 달러 가운데 200만 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사례금”이라는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단이 인정되면 최고형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대표가 대북 송금 의혹으로 가장 늦게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번 사건이 기존에 진행 중인 세 건의 재판보다 파급력이 있는 이유다.

정치인의 제3자 뇌물죄가 인정된 대법원 판단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기업(뇌물공여자)이 최서원씨 주도로 설립된 ‘K스포츠재단(제3자)’에 지원금을 내고 면세사업자로 선정된 사건에서 제3자 뇌물죄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 때문에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 대표의 정치 행보를 위한 비용인지가 입증되느냐가 관건이다. 대북 송금 의혹의 ‘연결고리’인 이 전 부지사의 증언이 조명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 전 부지사가 2023년 6월의 검찰 진술대로 다시 인정할지 여부도 특히 주목된다. 이 전 부지사까지 김 전 회장의 증언을 뒷받침하면 이 대표에겐 그야말로 악재다. 검찰 입장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모든 뇌물 액수를 공소장에 기재한 것이 아니다”며 “남은 금액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에서 ‘카드’로 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 대표는 이미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세 건의 재판으로 매주 서초동에 출석하고 있다. 이제 대북 송금 의혹으로도 법정에 서야 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판단이 연내 예상되는 점도 악재다.

의회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은 입법권을 활용해 검찰에 이어 법원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용민 의원은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이나 위증 강요 등을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에게 유불리한 상황을 만들면 처벌하는 내용의 ‘법왜곡죄’와 관련한 개정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끝나 재판부 판단까지 나온 사건을 ‘입법권’으로 제약하려는 시도”라는 법조계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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