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보류에…日 “7월 등재 자신”

  07 06월 2024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 ‘보류’를 권고하면서다. 다만 ‘보류’ 결정은 자료를 보완하라는 의미여서, 일본 정부가 이를 해결하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도 가능하다. 이러한 경우 한국 외교부의 여론전 실패에 따른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문화청은 6월6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전문가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보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코모스는 등재 신청 대상에 대해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을 결정한다. ‘보류’는 자료 미비 등의 이유로 권고된다. 자료를 보완하면 그 해나 다음 해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문기구는 세계유산으로 추천된 일부 자산의 범위 수정 등을 요구했다. 사도광산 중 에도시기 이후 유산이 대부분인 지구(地區)는 자산 범위에서 빼야 한다면서, 이에 대해 일본 정부의 설명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유산의 대상 기간을 에도시기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했다.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일부러 제외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자문기구는 아울러 추가 권고에서 “광업 채굴이 이뤄진 모든 시기를 통한 추천 자산에 관한 전체 역사를, 현장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고도 했다. 이는 ‘강제노역 시기인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해 심사해야 한다’는 한국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자료를 보완하면 세계유산 등재는 가능하다. 일본 문화청이 “오는 7월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 문화청은 “사도광산이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할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도 했다.

사도광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전쟁 본격화 이후 전쟁 물자 확보를 위해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졌던 곳이다. 에도시대에는 금광으로 유명했다.

일본 정부는 2022년 2월 한국 정부의 반발에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정식 추천했다. 유네스코는 그러나 일본이 제출한 추천서에 미비점이 있다고 판단해 서류를 토대로 한 심사 작업을 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미비점을 보완해 재추천했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최종 등재 여부는 조만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는 7월21∼31일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된다. 일본 정부는 이때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등재 결정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21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성립된다. 다만 관례상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이번 자문기구의 권고 내용은 세계유산 최종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강제노역 역사 반영을 둘러싼 한·일 간 치열한 외교전의 결과는 7월 드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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