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한동훈, ‘김건희 명품백’ 논란으로 루비콘강 건넜다?

  22 01월 2024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한 달을 맞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대통령실이 21일 한 위원장에게 직접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한 위원장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2년도 안 되는 시점에 대통령과 집권여당 수장이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총선을 앞두고 파장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의 도화선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파악된다. 대통령실은 처음부터 ‘김 여사는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는 입장인 반면, 한 위원장은 당초 이와 같은 입장이었다가 최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태도를 선회했다. 이러한 한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불만을 표출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을 만나 직접 사퇴하라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의 최근 공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여권 주류가 내걸어온 한 위원장 사퇴 요구의 표면적 이유는 ‘사천 논란’이었다. 앞서 이날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윤 대통령이 김경율 비대위원과 관련한 한 위원장의 ‘밀어주기’ 논란에 불만을 공개 표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여당 주류들도 한 위원장의 ‘자객공천’은 그의 개인 정치용 ‘사천’이라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수행한 이용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 지지 철회’ 보도를 국민의힘 의원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사천 논란’보다 김 여사에 대한 김 비대위원의 쓴소리, 이에 대한 한 위원장의 묵인과 방조가 갈등의 발단이 되었다는 시각이다. 여권은 최근 김 여사 논란에 대한 대응방식을 두고 분열해왔다. 그 과정에서 일부 친윤 인사들은 “김 여사는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며 사과 불가론을 피력해왔다.

용산의 공개적인 사퇴 요구에 대해 한 위원장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측은 “대통령실 사퇴요구 관련에 대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입장은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비대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철회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선 딱 잘라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한동안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한 위원장이 버티기 힘들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아직 집권 전반기인 윤 대통령, 그리고 당내 친윤 주류들에 맞서기엔 세(勢)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앞선 김기현 당대표 사퇴 상황의 데자뷔가 펼쳐질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이번 용산과 당 대표 간 갈등은 이전과 다른 국면으로 진행될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미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데다, 가장 유력한 여권 차기 대권주자인 한 위원장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여론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표결 절차가 남아있다. 이탈표를 막아야 하는 용산으로선 당을 이끄는 한 위원장과 대립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이 총선 전 잡음을 줄이기 위해 ‘무늬만 봉합’에 나설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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